“추억의 홍콩영화 속 그 곳, 올 겨울 ‘성지순례’ 떠날까”

김재범 전문기자

입력 2019-11-27 10:09 수정 2019-11-2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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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경삼림에서 왕페이가 부르는 \'몽중인\'이 흘러나오면서 등장하는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올트다운 센트럴 관광의 중심점이자 이정표이다. 사진제공|홍콩관광청

■ 홍콩영화에 등장한 여행명소와 뉴트로 문화 즐기기


왕페이 귀여운 매력 폭발,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유덕화 오천련의 애절한 결혼식, 성 마가렛 성당
여명과 서기가 사랑을 확인한 곳, 빅토리아 피크


주윤발, 장국영, 장만옥, 여명, 양조위, 왕페이, 오천련.

한때 한국인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홍콩영화 스타들이다.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까지 홍콩영화는 우리에게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다. 마치 지금의 한류가 글로벌 대중문화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그 시절에는 홍콩영화 속 스타들의 헤어스타일부터 패션까지 모든 것이 선망의 대상이었다.

스타만 동경의 대상은 아니었다. 스크린에서 그들이 멋진 액션을 펼치거나 또는 아련한 로맨스를 꽃피울 때 그 무대가 되는 홍콩의 거리 역시 참 멋졌다. 화려한 네온사인부터 멋들어진 빅토리아 피크의 야경, 이국적이면서 뭔지 모를 낭만적인 여운을 주었던 영화 속 일상들이 깊은 느낌을 남겼다. 그래서일까, 요즘 영화에 등장했던 추억의 장소들을 찾아다니는 홍콩영화 ‘성지순례’ 마니아들이 제법 된다. 우리에게 소개된 많은 홍콩영화 중 지금까지 사랑을 받는 작품 속 명장면의 ‘그곳’들을 모았다.


● ‘중경삼림’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重慶森林, 1994)은 감각적인 카메라워크와 리드미컬한 편집, 색다른 스토리텔링으로 90년대 영화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영화에서 보이시한 짧은 커트 머리의 왕페이가 그녀가 짝사랑하는 경찰 663, 양조위의 집으로 향하기도 하고, 때로는 그의 집을 훔쳐보기도 했던 곳, 경사진 도심 거리를 거슬러 올라가는 긴 야외 에스컬레이터는 그 시절 무척 이채로웠다.

올드타운 센트럴을 상징하는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는 우리에게 그렇게 알려졌다. ‘세계에서 가장 긴 옥외 에스컬레이터’라는 수식어답게 올드 타운 센트럴의 중요한 거리들을 빠짐없이 지난다. 중간 중간 내릴 수 있는 포인트도 있어 홍콩, 특히 소호부터 노호, 란콰이퐁까지 센트럴 지역을 찾는 여행자에게는 아주 유용한 교통수단(?)이다.

란콰이퐁과 소호 거리 사이에 위치한 타이관은 컨템퍼러리 아트 갤러리로 상징하는 홍콩의 오늘부터 경찰서 시절의 유물이 보여주는 과거의 모습까지 함께 품고 있다. 사진제공|홍콩관광청

● 타이퀸

란콰이퐁과 소호 사이 블록 하나를 통째로 차지한 타이퀀(Tai Kwun)은 과거 경찰서였다. 1864년에 지은 건물로 1995년 문화재로 지정됐다. 현재 10여년의 레노베이션을 거쳐 컨템포러리 아트 갤러리와 공연장, 멋들어진 레스토랑과 바등이 모인 복합문화공간이 됐다. 경찰서 시절 사용했던 감옥과 재판정 등 홍콩의 과거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시설도 있다.

코즈웨이베이에 있는 성 마가렛 성당은 '천장지구'에서 유덕화 오천련의 결혼식 장면으로 유명하다. 사진제공|홍콩관광청

● ‘천장지구’ 성 마가렛 성당

영화 ‘천장지구’(天若有情, 1990)는 유덕화 오천련, 두 주인공의 애절하면서 멋진 연기와 함께 음악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남성적 취향의 선이 굵은 느와르물이 대세를 이루던 홍콩영화가 절절한 로맨스 장르에서도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작품이다.

코즈웨이베이에 있는 성 마가렛 성당(St. Margaret‘s Church)은 유덕화와 오천련이 이별을 예감하고 마지막으로 둘만의 결혼식을 올리던 곳이다. 성녀 마가렛을 기리는 아시아의 첫 교회로 1925년 세워졌다.

어두운 거리에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오천련이 하얀 턱시도 자켓을 입은 유덕화가 모는 빨간 오토바이 뒤에 앉아 성당으로 향하던 장면은 포스터에도 등장한 ‘천장지구’의 시그니처 신이다.

해피밸리에 있는 경마장은 특유의 축제 분위기와 맥주파티로 요즘 관광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사진제공|홍콩관광청

● 해피 밸리 경마장

1841년 개장해 영국 식민지 시절에는 영국인들의 사교장이었다. 지금은 홍콩 현지인들뿐만이 아니라 외국인 여행객들까지 찾는 관광명소다. 경마는 홍콩 사람들의 80%가 참여하는 스포츠이자 엔터테인먼트다. 그 들뜬 분위기를 맛보고 싶다면 매주(여름 제외) 수요일 밤에 방문하면 된다.

홍콩섬의 화려한 야경을 옆에 두고 빅토리아 피크를 올라가는 산악열차 피크트램의 모습. 사진제공|홍콩관광청

● ‘유리의 성’ 빅토리아 피크

1997년 이루어진 중국반환은 홍콩영화의 단골소재였다. 중국 반환을 앞두고 사회적으로 혼란스러웠던 상황들이 그 시절 영화에 자주 등장한다. ‘유리의 성’(琉璃之城, 1998)은 로맨스가이 여명이 서기와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통통 튀는 묘한 매력이 멋졌던 서기와 스위트한 외모만큼 부드러운 목소리를 자랑하는 여명이 아련한 로맨스 스토리를 만들었다.

홍콩 시내를 내려다보는 빅토리아 피크는 영화에서 두 사람이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의 무대이다. 두 주인공들 뒤로 화려한 홍콩의 야경이 화면 가득 펼쳐진다. 홍콩 섬에서 가장 높은 552m의 타이펑산 전망대에 서면 숲과 바다 그리고 고층 빌딩이 한 눈에 들어온다.

빅토리아 피크 피크트램 정거장에서 홍콩대학교까지 이어진 피클서클워크. 홍콩인들의 산책및 조깅코스다. 사진제공|홍콩관광청

● 피크트램과 도심 속 공중 정원 산책

19세기부터 영국인들의 거주지로 사랑받았다. 당시 영국인들은 가파른 산길을 가마를 타고 이동했다. 1888년 개통된 산악기차 피크트램은 45도가 넘는 급경사로롤 오르는 홍콩의 명물이다. 정상까지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피크트램으로 종점에 있는 ‘피클 서클워크’는 홍콩인들에게 산책과 조깅코스로 사랑받는 곳이다. 피크트램을 타고 올라가 빅토리아 하버뷰를 감상한 뒤 피클 서클워크를 통해 홍콩섬 남부의 자연 경관을 감상하며 내려오면 ‘유리의 성’에 등장한 홍콩대학교가 나온다.

영화 '화양연화'에서 장만옥이 우아한 자태를 한껏 뽐냈던 치파오는 몽콕의 야시장에서 저렴하게 구입하거나 렌탈 서비스로 빌려서 입고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사진제공|홍콩관광청

● ‘화양연화’ 속 치파오

‘화양연화’(花樣年華, 2000)는 관능적이면서 우울한 소재를 농밀하게 그려내는 왕가위 감독의 또다른 대표작이다. 2016년 BBC가 선정한 21세기 영화 100선에 2위로 선정될 정도로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는다. 왕가위 감독의 영상미 못지않게 양조위 장만옥 두 배우의 연기도 뛰어나다. 특히 극중 장만옥은 23벌에 달하는 다양한 색상과 무늬의 치파오 컬렉션을 입고 등장한다.

양조위와 장만옥이 마주 앉아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던 골드핀치 레스토랑은 이제는 스크린에서만 만날 수 있다. 하지만 템플 스트리트의 미도카페처럼 비슷한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차찬탱들이 있어 아쉬움을 조금은 달랠 수 있다.

● 치파오와 상하이탕

중국의 전통의 디자인과 현대적 모티브를 결합시켜 세계적인 럭셔리 패션 브랜드로 거듭난 상하이 탕(Shanghai Tang)은 영화 색, 계(色,戒)의 주인공 탕웨이가 입어 더욱 유명해졌다. 상하이 탕의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몽콕의 야시장을 찾거나 치파오 대여 및 사진 촬영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스포츠동아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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