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다 웃다… 무대가 롤러코스터처럼 짜릿”

김기윤 기자

입력 2019-11-27 03:00 수정 2019-11-27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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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위니토드’ 배우 박은태, 광기 어린 살인자 역 맡아 열연

‘스위니토드’에서 박은태 배우의 빼어난 휘파람 실력이 화제가 됐다. 그는 “연습해도 실력이 안 늘고, 더구나 무대 위에서 입술이 바짝 마르면 소리는 더 안 난다”며 “사실 음향감독의 ‘기술적 도움’을 받고 있다”고 털어놨다. 오디컴퍼니 제공

“카페모카로 주세요.”

잔혹한 광기(狂氣)에는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160분 동안 무대에 피와 눈물을 뿌리며, 살인마 이발사의 광기를 쏟아낸 ‘은토드’ 박은태(38)는 공연을 마치자마자 달달한 것부터 찾았다. 최근 서울 샤롯데씨어터 인근에서 만난 그는 출연작 ‘스위니토드’에 대해 “도저히 제 정신에 노래를 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작품”이라며 극한의 체력, 감정 소모를 호소했다. 그러면서도 “배우로서 꼭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드디어 이뤘다”며 본심을 숨기지 못했다.

뮤지컬 ‘스위니토드’는 영국 빅토리아 시대 런던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한 이발사의 복수극이다. 복수의 시작점은 아내와 딸을 빼앗아 가정을 파탄 낸 권력자다. 이발사의 칼날은 약자를 짓밟는 부조리한 사회까지 건드린다. 분위기는 스릴러인데, 군데군데 블랙코미디 요소가 녹아있어 웃음도 자주 터진다. 박은태는 “1979년 초연 후 40년이 지나 머나먼 한국 땅에서도 작품이 ‘먹히는’ 메시지를 던지는 걸 보면 원작의 힘이 위대하다”고 평했다.

그는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모차르트!’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등에서 광기 어린 캐릭터를 도맡았다. 하지만 살인마가 된 이발사의 광기에 더 감정이입이 잘 됐다. 그는 “누군가의 남편이자, 세 아이의 아버지인 저도 캐릭터가 겪은 아픔을 절절히 느낄 수 있어 실감나는 광기가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열 연기 장인으로 유명한 그는 이번 작품에서는 눈물 포인트를 딱히 정하지 않고 철저히 극의 흐름에 내맡긴단다.

“같은 대사를 해도 어떤 날은 화가 났다가, 눈물도 나오고, 다른 날엔 쌓인 웃음이 터질 때도 있어요. 휘몰아치는 게 많은 작품이라 매일 무대가 롤러코스터처럼 짜릿해요.”

그래도 ‘눈물 바보’의 천성은 속이지 못한다. 무대 때마다 객석을 등지고 관객 몰래 눈물을 훔치는 장면이 있다.

“이발소 아래층에서 극 전개상 제가 죽여야 하는 한 여인의 모습을 올려다볼 때, 그리고 그 정신 나간 여자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춤출 때는 꼭 눈물이 펑펑 흘러요. 안 들키려면 매번 닦고 무대에 올라가야죠.”

작품은 그에게 발성 측면에서도 새 도전이다. 속이 뻥 뚫리는 시원한 고음역대 발성으로 정평이 난 그는 “중저음 넘버가 많은 작품은 목이 상하기도 쉬워 기피하기도 했는데 5, 6년 전부터 저음을 갈고 닦은 덕분에 ‘저음 끝판왕’ 스위니토드도 도전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가 작품에서 가장 좋아하는 넘버는 처음과 끝에 깔리는 ‘발라드 오브 스위니토드’다.

“1막에서 ‘들어는 봤나 스위니토드’는 2막 마지막에서 ‘잘 봤지, 그 스위니토드’가 됩니다. 잔혹한 운명을 지켜본 여러분. 이 미친 블랙코미디를 정말 보고 웃을 수 있나요?”

내년 1월 27일까지 서울 샤롯데씨어터. 6만∼14만 원. 14세 관람가.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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