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악화 태풍… 임원인사 앞둔 재계 “1960년대생도 안심 못해”

서동일 기자

입력 2019-11-18 03:00:00 수정 2019-11-18 04:3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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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그룹 1~3분기 영업익 반토막… 투자액도 65조→54조로 17% ‘뚝’
CEO들 고강도 체질개선 주문… SK 최태원 “내실 다져라” 당부
주요기업 중장기 전략 재검토 나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및 주요 임원에게 “내년부터 대외 투자를 신중하게 하고 내실을 다질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미중 무역 갈등을 비롯한 지정학적 위기가 전례 없는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올해 1∼3분기(1∼9월)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등 SK그룹 주요 계열사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5.7% 감소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LG그룹 각 계열사의 사업보고회에서 구광모 ㈜LG 대표는 ‘엘(L)자형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내년 경영 환경에 맞춰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을 주문했다.

이달 28일 주요 임원 인사를 앞두고 있는 LG그룹 안팎에서는 “1960년대생 상무·전무급 임원도 안심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LG화학의 경우 신학철 대표와 사외이사를 제외한 임원 수는 약 140명인데 이 중 1960년대생 이상이 약 75% 수준이다. 사실상 대부분의 임원이 안심할 수 없다는 뜻이다. 12년 만에 사무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절차를 시작한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추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최근 일부 임직원을 대상으로 LG화학, LG전자 등으로 이동을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방위적인 경영 악화의 태풍은 국내 주요 기업을 위기로 몰고 있다. 실제로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올해 1∼3분기 국내 30대 그룹 계열사 중 분기보고서를 제출하는 272개 기업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국내 30대 그룹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0.5%(50조1765억 원) 감소했다. 반도체 시장 침체로 이익이 급감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제외해도 30대 그룹의 전년 대비 영업이익 감소율은 19.2%에 달했다.

전반적인 수익성 악화는 투자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1∼3분기 30대 그룹의 투자액은 지난해 65조1651억 원에서 올해 54조3264억 원으로 16.6% 줄었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국내 투자를 주도하는 핵심 기업들의 기존 투자 계획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반면 미래 먹거리를 위한 신규 투자에는 소극적이라 총투자액이 감소한 것”이라며 “1∼3분기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늘어난 곳은 30대 그룹 중 12곳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내년 경기 전망도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위기감에 휩싸인 국내 주요 기업들은 예외 없이 중·장기 전략을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주요 기업 경영 상황의 핵심 키워드는 ‘위기’”라며 “이미 핵심 경영진 교체 및 구조조정 등 강도 높은 처방이 나오고 있다. 이는 연말 인사 및 조직개편안에도 그대로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현대경제연구원도 ‘2020년 주요 산업별 경기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를 내고 “제조업 생산 증가율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고, 서비스업 업황도 둔화되는 등 내년 경기 회복 모멘텀은 여전히 부재한 상황”이라는 부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연구원은 정보통신기술(ICT), 조선, 기계 산업의 경우 경기 하락세가 다소 완화되거나 회복 조짐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건설과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산업은 여전히 ‘침체’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원은 “대외 불확실성이 국내 경제로 전이되는 것을 차단하고, 국내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한 신중한 경제 정책이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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