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활성화 위해 예산 많이 쓴 지자체에 ‘인센티브’ 준다

홍석호 기자

입력 2019-11-13 03:00:00 수정 2019-11-13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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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재정 집행률 높이기 나선 행안부

A시는 신도시까지 지하철 6.9km 구간을 연장하는 사업을 2024년 마칠 계획이다. 올해 예산에 176억 원의 사업비를 반영했다. 하지만 입찰이 두 차례나 유찰됐고 최근 사업자가 선정됐다. 올해 책정됐던 사업비를 아직 사용하지 못했다. B시는 도로 개설 공사 사업비로 올해 144억 원을 편성했지만 주민들의 요구를 추가 반영하느라 보상과 공사가 모두 늦어졌다. 예산도 이달 기준으로 70억 원만 사용했다.


○ “평년처럼 쓰면 올해 지방 예산 55조 원 남아”


행정안전부는 예산을 많이 남긴 지방자치단체에 불이익을 주고 다음 해로 넘기는 예산이 적은 지자체에는 혜택을 주겠다고 12일 밝혔다. 올해 결산부터 예산 집행률을 관리하고 내년에 편성할 2021년 예산에도 반영한다. 올해 예산 집행부터 독려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올해 지방정부 예산의 90%를 집행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최근 5년간 전국 지자체의 예산 집행률을 살펴보면 전체 예산의 약 15%를 제때 사용하지 못했다. 지난해 예산 332조9269억 원 가운데 실제 집행은 280조3317억 원(84.2%)에 그쳤다. 다음 해 사용하겠다고 넘긴 이월액이 29조7482억 원(8.9%), 남은 불용액이 21조3230억 원(6.4%)에 달했다. 이월액과 불용액 모두 2014년 이후 규모와 비율 면에서 커지는 추세다. 이월액은 한 해 사업을 미리 예상하고 편성한 예산 가운데 부득이하게 다음 해에 사용하겠다며 넘기는 예산이고 불용액은 사업을 집행하고 남거나 아예 사용하지 못한 예산이다.

올해 예산(372조7345억 원)도 예년과 비슷하게 집행률이 85% 정도에 그친다면 55조 원가량의 예산이 남을 것으로 보인다. 8일 기준 예산 집행액은 267조723억 원으로 약 71.7%를 집행했다. 부산(77.8%), 광주(76.8%), 대구(76.3%) 등이 높았고 경북(67.4%), 강원(67.8%), 전남(68.5%) 등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정부가 예산 집행을 독려하는 이유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10%를 차지하는 지방 예산을 집행해 경기를 살리려는 취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편성된 지자체 예산을 적기에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경제 부양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지자체가 예산을 남기는 이유



지자체가 편성된 예산을 못 쓰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사업 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가 있다. C시는 교육부가 주관하는 박람회에 참가하려고 5600만 원을 편성했지만, 행사가 격년 개최로 결정되면서 예산을 사용하지 못했다. 피해 규모를 미리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운 재해·재난 예비비도 남을 때가 많다. D시는 지난해 재해·재난 예비비로 40억 원을 편성했으나 실제로는 29억700만 원만 사용했다.

적당한 사업자를 찾지 못할 때도 있다. E군은 지역축제 전용 경기장의 전산시스템 교체 지원 사업비로 22억 원을 편성했지만 사업을 맡을 업체를 찾지 못해 집행하지 못하고 있다. F시는 올해 관공서 재건축사업 예산으로 160억 원을 편성해 연말까지 사업을 마칠 예정이었다. 하지만 재건축 부지에서 발견된 유적을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공사가 연기됐다. 사용하지 못한 예산을 내년에 쓰기로 했다.


○ 많이 남기면 ‘불이익’, 알맞게 쓰면 ‘혜택’


행안부는 남는 지자체 예산을 최소화하기 위해 강력한 지방교부세 불이익과 인센티브를 함께 줄 예정이다. 예산을 편성할 때부터 꼼꼼히 따져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자는 취지다. 기존에는 참고 지표로만 사용됐던 이월액과 불용액을 기준으로 지자체 예산에 포함되는 보통교부세를 줄이거나 늘릴 계획이다. 행안부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예산(8150억 원) 중 1590억 원을 불용액으로 남긴 한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보통교부세 203억 원이 깎이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 반대로 이월액이 다른 지자체 평균보다 훨씬 적은 다른 지자체는 75억 원의 보통교부세 혜택을 받는다.

전반적인 지방 예산 편성 제도 개선에도 나선다. 본예산을 편성하기 전에 지방교부세 규모나 예산 편성 방향을 사전에 안내해 예산 편성과 실제 집행이 일치하지 않는 사례를 줄인다. 또 세수추계 프로그램의 기능을 개선하고 담당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 나서 세입예산을 실제보다 적게 계산하는 일을 줄인다. 지난달 행안부 장관이 주재하는 영상회의를 포함해 정부와 지자체는 10회 이상의 회의를 갖고 신속한 예산 집행을 강조했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정부는 12일 국회에서 민생경제 활력 제고를 위한 지방정부합동회의를 열고 올해 지방정부 예산 집행률을 9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다시 강조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가장 중요한 것은 올해 반영된 예산 집행을 차질 없이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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