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놀라 요거트볼-곡물라테… 곡물 건강식에 빠진 ‘도시 농부’

성동기 기자

입력 2019-11-13 03:00 수정 2019-11-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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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사장 전통시장 진출기]<8·끝> ‘어반파머’ 김경수 사장

서울 경동시장 청년몰의 ‘어반파머’는 그래놀라 전문점이다. 김경수 사장은 “도시 젊은층이 즐길 수 있는 건강한 곡물 디저트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제공
서울지하철 1호선 제기동역 부근에 위치한 경동시장. 다양한 한약재 판매로 유명한 이곳에 올해 8월 이색 공간이 생겼다. 청년몰이다. 찾기도 쉽다. 제기동역에서 4, 5분가량 걷다 건어물 가게들 사이로 눈에 띄는 커다란 파란색 안내판을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청년몰은 시장 건물 3층에 있다. 입구에 들어서자 전통시장 같지 않은 세련된 공간이 나타났다. 마치 대형 마트의 푸트코드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다. 이곳엔 디저트, 외식, 공방 등 3개 분야의 청년점포 20개가 모여 있다. 그중 하나가 도시농부라는 뜻의 ‘어반파머’다. 디저트를 파는 가게 이름에 도시농부라는 이름을 붙인 게 궁금했다. 김경수 사장(29)은 이에 대해 “흔히 곡물이라고 하면 미숫가루를 생각하지만 외국에는 곡물로 만든 건강한 먹거리가 많다. 곡물을 새롭게 재해석해 도시 젊은층들이 즐길 수 있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인기 메뉴는 그래놀라 요거트볼과 곡물 라테. 수제 그래놀라와 곡물 파우더를 포장해가는 손님도 많다. 어반파머의 그래놀라는 1차 가공된 압착귀리와 견과류를 메이플시럽이나 코코넛오일 등과 섞은 뒤 오븐에 구워 만든다. 경동시장 고객층은 50대이지만 어반파머의 주 구매층은 30대 여성이다. 김 사장은 “미용과 건강에 관심이 많은 손님들이다”라며 “고객의 특성을 감안해 앞으로 제품별 열량 표시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2016년 대학 졸업한 뒤 프로그래머로 1년 정도 일하다 창업을 결심하고 그만뒀다. 건강 악화도 영향을 미쳤다. “살도 많이 찌고 특별한 이유 없이 팔다리가 자주 아프기 시작했어요.” 잦은 야근 등으로 식사가 불규칙해진 데다 햄버거 같은 인스턴트식품으로 끼니를 때우는 일이 많았던 게 원인이었다.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곡물로 된 식사를 찾다가 곡물사업 시장의 가능성을 보게 됐다. 1인 가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채식주의자가 늘어나는 사회 변화도 곡물사업에 유리하다고 봤던 것이다. 게다가 중학생 때부터 방학이면 아버지가 근무하는 곡물가공공장을 찾아가 일을 거들었기 때문에 곡물은 그에게 익숙한 분야였다.

그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곡물 가공제품의 시장 전망이 밝다”며 “해외에선 건강식에 별 개수로 등급을 표시하는 제도까지 등장했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창업 과정은 매우 꼼꼼하게 진행됐다. 우선 창업 전 다양한 방법으로 시장조사를 벌였다. 인터넷으로 시장 현황 등을 조사하고 청담동과 연남동 등의 그래놀라 전문점들을 찾아가 인기 제품을 맛보며 어떤 재료를 가지고 어떻게 가공했는지를 연구했다. 곡물 가공제품들이 많은 호주를 직접 방문해 시장 상황을 눈으로 확인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인천의 한 어린이도서관 1층에 작은 카페를 열고 곡물 음료와 곡물 디저트를 판매하며 시장 반응도 경험했다.


이런 과정에서 경동시장 청년몰 사업자 모집공고를 보고 응모를 결심했다. 임차료를 2년간 면제해주고 창업교육과 인테리어 설치를 지원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TV 예능프로그램 등을 통해 서리태를 비롯해 다양한 곡물이 경동시장에서 거래되는 장면을 봤던 기억도 영향을 미쳤다. “곡물 거래가 활발한 곳이어서 곡물을 이용한 다양한 사업이 가능한 지역이라는 인지도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는 레시피 교육과 한 달간의 합숙면접 등을 거쳐 올해 7월 청년몰 입주 대상자로 최종 선정됐다.

창업을 준비하면서 여러 메뉴를 연구했지만 지금은 창업 초기라 큰 욕심은 내지 않고 있다. 현재 매장용 제품 메뉴도 5개 정도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을 통해 제품을 홍보하고 경희대 한국외국어대 등에서 열린 벼룩시장에서 시식 행사를 가지며 어반파머를 알리고 있다. 창업 두 달여가 지난 현재 월 매출이 300만∼400만 원 수준까지 올라왔다. 김 사장은 “뜨거운 물을 붓고 3분 뒤에 먹는 즉석죽을 포장용 제품 메뉴에 추가할 계획”이라며 “인터넷 판매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 건강한 먹거리 관심 높아… 청년몰 입주로 위험요소 최소화 ▼

김태식 한국지식경제진흥원 원장

○ 칭찬해요


①분명한 사업비전=건강하고 맛있는 먹거리를 소비자들과 공유해 건강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사업비전이 명확하다.

②다양한 고객 확보=젊은 고객은 경희대, 한국외국어대 등 인근 대학에서 운영한 벼룩시장을 통해 확보했고, 고연령 고객들은 시식회를 통해 끌어들였다.

③선택의 폭이 넓은 곡물가공 상품=자기 관리에 신경 쓰는 젊은 고객층을 위한 다이어트 단백질 셰이크, 채식주의자를 위한 비건빵과 비건쿠키, 고연령 고객들을 위한 죽을 개발하고 있다.

④온·오프라인 마케팅 활용=여러 대학에서 진행한 벼룩시장 행사와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홍보를 통한 온·오프라인 마케팅 전개가 돋보인다.

⑤사업 전략=전통시장 청년상인몰에 입주해 창업한 것은 부족한 자본력과 불투명한 사업 전망에 따른 위험 요소를 최소화할 수 있다. 협소한 매장 공간을 극복하기 위해 주문 및 포장 위주의 판매 방식을 선택한 것도 좋은 전략이다.

○ 아쉬워요

①투자의 한계=상품 개발 아이디어는 있으나 일손이 부족해 연구개발이 지연되고 있다.

②시간 부족=성공한 선배들에게 곡물 레시피 연구개발과 장사에 대한 노하우를 배우고 싶지만 시간이 부족하다.


▼ 전통시장 화재공제, 민영 보험보다 비용 저렴 ▼

정부서 사업운영비 지원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전통시장 화재 발생 시 신속한 복구와 서민 생활 안정을 지원하기 위해 2017년부터 ‘전통시장 화재공제’를 운영하고 있다.

전통시장 화재공제는 상인들이 납부한 비용으로 공제기금을 마련하고 정부가 사업운영비를 지원해 화재에 대비하는 상품이다. 전통시장의 특성을 반영해 민영 손해보험보다 저렴하며 가입금액 한도 내에서 손해액을 전액 보장한다.

전통시장 특별법에 근거한 전통시장의 시장 단위 또는 점포 단위로 가입할 수 있다. 가입기간은 1년, 2년, 3년 등이다. 가상계좌에 공제료를 입금한 시간부터 보험의 효력이 시작된다. 건물·시설·집기를 비롯해 판매 중인 상품 등의 동산도 가입 목적물에 포함되며 특약으로 타인의 신체·재물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건물 소유주뿐만 아니라 임차인도 특약을 통해 해당 점포를 목적물로 가입할 수 있다.

주관기관인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전통시장 화재공제 상담사를 운영하고 있다. 공단과 위탁계약을 체결한 상담사만이 상품을 안내할 수 있기 때문에 상담사 사칭에 따른 피해를 보지 않도록 위탁계약 여부를 사전에 확인할 필요가 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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