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날개 단 정몽규 회장…‘승부사 기질’로 영토 확장 주도

이새샘 기자 , 변종국 기자

입력 2019-11-12 21:25:00 수정 2019-11-12 21:3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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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12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계류장에서 관계자들이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에 화물을 싣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완료되면서 아시아나항공은 출범 31년 만에 금호그룹을 떠나 새주인을 맞게 됐다. 2019.11.12/뉴스1 © News1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HDC그룹이 모빌리티 기업으로 한 걸음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현재 항만사업도 많이 하는데 육·해상에서 항공업과 연계해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57)이 이끄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품에 안았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은 12일 오전 이사회를 열어 우선협상대상자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9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 회장은 “HDC는 앞으로 3, 4년 동안 상당히 좋은 이익 및 재무구조를 가져갈 것”이라며 “좋은 기업을 인수하기에 좋은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 ‘승부사 기질’로 영토 확장 주도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본사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지난 7일 실시된 아시아나항공 본입찰에서 시장 예측 가격을 훨씬 웃도는 2조 4000억원을 입찰가로 적어 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2019.11.12/뉴스1 © News1

정 회장의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최근의 인수합병 건 중 가장 큰 규모다.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항공업에 진출함으로써 다각화 전략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회장은 1999년 현대산업개발 회장으로 취임한 뒤 사업 영역을 확대해 왔다. 2015년 호텔신라와 함께 HDC신라면세점을 설립해 면세사업에 진출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2월에는 부동산114를 인수해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을 확보했고, 올해 6월에는 한솔오크밸리 리조트의 운영사인 한솔개발(현 HDC리조트) 경영권을 인수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기존 주택사업 위주에서 대규모 개발사업을 기획, 설계, 시공, 사후 관리까지 하는 부동산 디벨로퍼로의 변화를 최근 시도하고 있다.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HDC는 종합 기업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사실상 확정되면서 HDC그룹은 자산 기준 재계 33위에서 17위로 올라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HDC현대산업개발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HDC현대산업개발의 현금성 자산은 약 1조4000억 원 수준이다.


● ‘환골탈태’ 수준의 체질 개선 필요

앞으로 남은 과제는 인수 가격 조정 협상이다. 이날 정 회장은 “인수 가격 중 2조 원 이상을 신주에 투입한다”며 “이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이 300% 미만으로 내려가며 업계 중 가장 뛰어난 재무건전성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한 미래에셋은 향후 아시아나항공 정상화를 위해 자금이 필요할 때 HDC현대산업개발을 지원할 예정이다.

금호산업은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최대한 높게 책정해 HDC 측이 써낸 약 4000억 원의 구주 매각 대금을 최대한 높이겠다는 입장으로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가격 조정이 실패해 유찰될 가능성이 있지만 이날 KDB산업은행 관계자는 “연내 매각을 목표로 했던 만큼 이번 계약이 유찰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HDC가 아시아나항공을 최종 인수하면 환골탈태 수준의 체질 개선을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년간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 보유대수는 80여 대 수준에 머물렀다. 보유대수가 정체하고 있었다는 건 아시아나항공의 성장이 정체돼 있었다는 의미다. 정 회장도 이날 “신형 항공기 및 서비스 분야에 지속적인 투자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운영 방식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그동안 아시아나항공은 모기업인 금호그룹의 재정 상태를 보완하기 위해 빠르게 현금성 자산을 만들어내야 했다. 장기적인 수익 창출 전략보다는 단기 수익 창출에만 몰두했다는 지적이 있다. 한 외항사 임원은 “장거리 노선의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말도 안 될 정도로 낮은 가격에 영업을 했다. 모기업이 어려우니 좌석 수만 일단 채우고 현금만 창출하려 했던 건데 안타까울 정도였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정 회장은 인수 시 지주사인 HDC그룹의 증손회사가 되는 에어서울과 에어부산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체제에서 증손회사가 인정받으려면 손자회사가 자회사(지주사의 증손회사)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한다. 에어서울은 아시아나항공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지만 에어부산은 타 주주 지분이 45%에 이른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에어부산을 재매각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기도 한다. 정 회장은 “(아시아나의 자회사와 관련해) 어떻게 할지 지금은 판단하기 어렵다. 항공 산업이 경쟁적이고 어려운 산업이라는 점을 알고 있고, 앞으로 전체 산업이 어떻게 될지에 대한 깊은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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