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취업 막힌 경단녀, 적성검사-인턴십하며 ‘맞춤형 일자리’ 찾는다

강은지 기자

입력 2019-11-12 03:00:00 수정 2019-11-18 15:36:45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여성새로일하기센터’ 직업교육

지난달 12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 디큐브시티 광장에서 열린 ‘경력단절 예방주간’ 기념행사에서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오른쪽에서 두번째)이 ‘핑퐁로봇’을 움직여 보고 있다. 핑퐁로봇은 코딩을 통해 움직이는 놀이 로봇이다. 여성가족부 제공
“10년이나 일을 안 하다 보니, 뭘 할 수 있을지 막막했죠. 구직도 안 됐고요.”

경기 고양시에 사는 배수진 씨(39)는 결혼 전 한 사교육업체에서 일했다. 온라인을 통해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는 e러닝 업체였다. 당시 학교는 물론이고 기업의 온라인 교육 수요가 증가하던 때라 매일같이 바빴지만 그만큼 보람도 있었다. 그러나 결혼과 출산, 육아가 차례로 시작되면서 배 씨의 사회 경력은 2008년 멈췄다.


○ 경력단절여성 위한 디딤돌, 새일센터

지난해 5월 배 씨는 고양 ‘여성새로일하기센터’(새일센터)를 찾았다. 몇 차례 구직 도전이 실패한 뒤였다. 그는 “정보기술(IT) 업계가 워낙 빨리 변해서 받아주는 곳이 없다”고 밝혔다. 그렇게 좌절을 겪은 뒤 새일센터를 찾고서야 배 씨는 “길을 찾았다”고 말했다.


새일센터에서 가장 먼저 체험하는 건 직업상담이었다. 배 씨의 경력을 되짚어보고 적합한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탐색했다. 인터넷을 통한 창업으로 방향을 잡고 글로벌셀러 교육을 받았다. 전액 국비 지원이다. 사업자 등록부터 실제 판매까지 코칭을 받는 프로그램이다. 현재 배 씨는 오픈마켓에 참여해 친환경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육아와 가사 등의 이유로 취업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들을 위해 2009년 새일센터를 지정, 운영한 지 10년이 지났다. 전국 158개 새일센터에서 여성들에게 구직상담과 직업교육훈련, 인턴십 등의 취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근엔 사무직과 서비스직 외 고부가가치 직종의 훈련도 늘려가며 내실을 다지고 있다. 11일 여가부에 따르면 전문기술·기업맞춤형 프로그램은 2017년 261개에서 2019년 279개로 늘어났다.

오랜 시간 경제활동을 하지 않은 여성들은 새일센터를 찾는 것 자체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오랜 기간 일하지 않는 경우 이런 공공기관을 찾을 때 심리적 문턱을 느끼기 때문이다. 새일센터는 이 간극을 좁히기 위해 직접 홍보에 나서기도 한다. 3년 전 처음 새일센터를 찾은 안보화 씨(33)도 동네 카페에서 ‘구직 등록을 하면 커피 쿠폰을 준다’는 내용에 등록했다. 충북새일센터와 연계된, 진로 적성검사를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안 씨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오전 시간에 적성검사를 받고 취업 계획을 세워보자는 생각에 가볍게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적성검사 등 기초부터 단계별 지원

일단 새일센터를 방문하면 먼저 본인의 적성과 경력을 탐색하고 상담을 받는다. 서울 동대문새일센터 관계자는 “처음 새일센터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할 줄 아는 일이 없다’고 말하거나 ‘예전에 어떤 분야에서 일을 했다’고 말하지만, 모두 같은 출발선에서 다시 적성을 탐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회활동을 중단한 시간이 길수록 현업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달라지는 등 변수가 많아서다.

적합한 직업군을 탐색한 다음엔 관련 프로그램을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이 과정은 센터의 취업상담사들이 돕는다. 2018년 기준으로 새일센터에서 운영하는 직업교육훈련은 총 754개. 지난해에만 1만4796명이 교육을 받았다. 수료율은 95%, 취업률은 72.9%에 달한다.

바로 취업하는 것이 부담스럽거나 어려울 경우 인턴십을 연계해주기도 한다. 인턴십이 취업과 연계된 비율은 지난해 기준으로 95.9%다. 대학 졸업 직후 결혼과 출산을 한 안 씨는 직장을 다닌 경험이 없어 2016년 인턴을 먼저 경험했다. 그 이후 본인에게 더 적합한 직종을 탐색했고, 새일센터의 권유로 여성창업 아카데미에 지원해 충북여성창업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안 씨는 ‘보통 사람들의 자서전 만들기’를 테마로 한 사업을 본격적으로 하려고 준비 중이다.

새일센터는 2년 전부터 여성을 다시 사회로 돌려보내는 것뿐 아니라 경력단절 예방 사업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일하는 여성들이 직장을 떠나지 않게끔 일과 가정의 양립이 이뤄지고 직장도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여성과 직장에 모두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성 근로자에겐 고충·노무 상담과 업계 종사자 멘토링 연계 등을, 직장엔 직장문화 개선 컨설팅과 인사 컨설팅 등을 지원한다. 이런 경력단절 예방서비스를 제공하는 센터는 2017년 15개 시범운영으로 시작해 올해 35개로 확대됐다.

또 지난해부턴 10월 중 1주를 경력단절 예방주간으로 정해 홍보도 강화했다. 올해는 10월 14일부터 일주일간 진행했다. 라디오 캠페인과 지하철 광고 등으로 여성 경력단절 예방을 알렸다. 지난달 12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 디큐브시티 광장에서 열린 ‘여성의 경력 언제나 윙크(W-ink)’ 행사에서 이정옥 여가부 장관은 “일-생활 균형 문제와 성별 임금격차, 유리천장, 직장 내 성희롱 등 장애물들을 하나씩 해결할 것”이라며 “여성들이 아이를 낳고도 경력단절 없이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