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가족 반발에 발길 돌린 KBS 사장

대구=명민준 기자 , 울릉=구특교 기자

입력 2019-11-07 03:00 수정 2019-11-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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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 이륙 영상’ 사과차 대구 방문
가족들 “기자-촬영자 함께 오라” 멱살 잡히기도… 5분만에 자리 떠
3번째 수습 시신, 선원으로 확인


양승동 KBS 사장이 6일 독도 해상 소방헬기 추락사고 유족과 실종자 가족들에게 사과하기 위해 대구 강서소방서를 찾았다가 가족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대구=뉴스1
양승동 KBS 사장이 소방헬기 ‘영남1호’ 추락사고의 유족과 실종자 가족들을 찾아 사과하려다 가족들의 거센 반발로 발길을 돌렸다. 가족들은 KBS 직원이 촬영한 헬기 영상 원본을 공개하고 양 사장과 촬영 직원, 뉴스를 보도한 기자가 함께 와서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양 사장은 6일 오후 3시 40분경 김종명 보도본부장, 이종형 기술본부장 등과 함께 가족 대기실이 있는 대구 달성군 강서소방서를 찾았다. 양 사장 일행이 가족 대기실에 들어서려고 하자 실종자 박모 대원(29·여)의 외삼촌 A 씨 등이 복도에서 막아섰다. A 씨는 “KBS와의 만남을 거부하는 게 아니라 촬영한 직원과 보도한 기자, 사장이 함께 오는 조건이 충족돼야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양 사장은 한 실종자 가족에게 멱살을 잡히기도 했다.

가족들의 반발로 양 사장은 5분여 만에 자리를 떴다. 양 사장은 “직원들의 적절치 못한 판단으로 가족들에게 큰 상처를 준 것 같다. 가족들이 만나준다면 언제라도 다시 찾아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오전 10시 40분경 대기실에서 KBS 측은 휴대전화로 촬영된 헬기 영상을 공개했다. 20여 초 분량의 3편으로, 2일 ‘KBS 뉴스9’에서 보도된 영상과 같은 것이다. 가족들은 “이미 다 아는 영상을 왜 또 틀었냐”며 “가족들을 한 번 더 죽이는 것”이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강서소방서에 설치된 범정부현장수습지원단은 영상 공개와 관련해 “해경이 아니라 KBS 측에서 직접 강서소방서 직원을 통해 공개한 것”이라며 “해경은 KBS로부터 촬영자의 휴대전화를 오전 10시 50분경 임의제출 받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디지털포렌식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오후 6시 25분경 권영진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등도 강서소방서를 찾았으나 가족들은 “6일 만에 나타나 뭐하는 것이냐. 사과도 골든타임이 있다”며 질타했다.

전날 수습된 시신 1구는 선원 윤모 씨(50)로 확인됐다. 헬기 탑승자 7명 가운데 이제 남은 실종자는 4명이다. 범정부수색지원단은 “대구과학수사연구소가 수습된 시신 1구의 유전자(DNA)를 분석한 결과 시신 1구는 선원 윤 씨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6일 밝혔다. 윤 씨는 지난달 31일 독도 근처에서 홍게잡이를 하다 손가락 절단 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이송되는 사고 헬기에 탑승했다.

지원단은 남은 실종자를 찾는데 수색 인력과 장비를 집중하고 있다. 6일 조선소에서 수리 중이던 해군의 3500t급 광양함이 추가 투입됐다. 광양함은 무인잠수정(ROV)을 활용한 수중 탐색이 가능하다. 행정안전부는 영남1호 제작사 에어버스헬리콥터스가 제조한 국내 운용 헬기 39대에 대해 특별안전점검을 실시한다고 6일 밝혔다.

대구=명민준 mmj86@donga.com / 울릉=구특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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