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경쟁력 밀리는 해외수주戰, ICT 무장 ‘스마트 건설’에 활로”

유원모 기자 , 조윤경 기자

입력 2019-11-07 03:00 수정 2019-11-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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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동아 건설·부동산 정책포럼]한국건설 새 성장동력 해법은

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9 동아 건설·부동산 정책포럼’에서 이성해 국토교통부 건설정책국장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이 국장은 “정부는 BIM 전면 활용, 가상 시공 방식 도입 등의 내용을 담은 ‘스마트 건설 기술 로드맵’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포럼에는 주요 건설사 임직원과 학계·지자체 관계자 300여 명이 참석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침체된 건설경기를 타개하고, 치열해지는 해외 건설시장에서 수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스마트 건설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빌딩정보모델링(BIM), 건설드론·로봇, 사물인터넷(IoT) 활용 등 스마트 건설 기술이 한국 건설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동아일보와 채널A가 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2019 동아 건설·부동산 정책포럼’에서는 ‘첨단 인프라 앞당길 스마트 건설’을 주제로 관련 논의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 스마트 건설 시장 연평균 12%씩 성장

충남 대산임해산업지역 공업용수도, 경남의 함양울산 고속도로 12공구, 부산의 부산외곽순환고속도로 1공구. 최근 전국 주요 지역에서 준공된 인프라에는 공통점이 있다. 기존 건설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던 평면 설계도가 전혀 없었던 것. 그 대신 스마트 건설의 기본 플랫폼인 BIM이 적용됐다. BIM은 3차원 설계 방식을 기반으로 4D 공정지원, 유지관리 등 건축물의 모든 정보를 통합·활용할 수 있게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이들뿐 아니다. 내년부터 한국도로공사에서 발주하는 모든 공사에는 BIM이 의무화되고, 충북 청주시에 건설될 ‘오송 철도종합시험선로’에도 BIM이 시범 적용되는 등 스마트 건설이 보편화되고 있다.

한국 건설 현장 곳곳에서 스마트 건설 도입이 속도를 내고 있는 배경은 기존의 건설 기술만으로는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는 판단 때문이다. 중국 등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후발 주자들의 매서운 추격으로 한국의 해외 건설 수주액은 2014년 660억 달러에서 2016년 282억 달러로 급감했고, 지난해에도 320억 달러 규모에 그쳤다.

이성해 국토교통부 건설정책국장은 “해외 수주 시장에서 더 이상 가격경쟁력을 앞세울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만의 기술을 내세우지 못하다 보니 경쟁력이 약화됐다”며 “기존의 중동 시장뿐 아니라 건설 수요가 증가하는 베트남 등 아세안과 케냐 등 동부 아프리카 시장을 스마트 건설 기술로 무장해 개척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 스마트 건설 시장은 빠르게 성장 중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2016년 100억 달러 규모로 집계된 후 연평균 12%씩 성장하고 있다.


○ 노후 인프라 재투자에 스마트건설 적용해야


전문가들은 스마트 건설의 확대를 위해서는 공공 인프라 공사부터 우선 적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수진 한국전력 국제원자력대학원대 교수는 “터널·교량 등 국내 주요 인프라 가운데 완공된 지 30년 이상 된 노후 시설 비중이 2030년이면 30%에 이를 것으로 보여 인프라 재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단순한 재공사가 아니라 스마트 건설이 적용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예산 편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여당 간사인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축사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스마트 건설 도입으로 생산성을 혁신해 건설산업의 제2의 도약을 추진해야 한다”며 “올해 9월 스마트 건설 적용을 더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건축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고, 이번 정기국회에서 꼭 통과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석준 자유한국당 의원은 “한국의 뛰어난 정보통신기술(ICT)과 건설·부동산 분야를 융합하면 미래 성장동력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과 생산 방식이 유사한 조선업에서 스마트 기술을 활용해 위기를 극복한 사례를 적극 참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유성호 SK텔레콤 제조인더스트리사업팀장은 “한국 조선업계는 2015년까지만 하더라도 글로벌 수주 감소 등으로 위기를 겪었지만 최근 ‘스마트 십야드(조선소)’를 도입해 종이도면 없는 조선소, 증강현실(AR) 기반 설계 및 시공 등이 보편화되면서 올해 들어 세계 1위 자리를 회복했다”고 말했다.


○ 스마트 건설 적용 땐 인센티브 부여 등 지원 필요

해외 선진국들은 빠르게 스마트 건설을 도입하고 있다. 일본은 2016년부터 건설로봇의 활성화, 건설 과정 전반에 ICT 활용 등을 골자로 한 ‘아이 컨스트럭션(i-construction)’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도시 전체의 정보를 디지털화해 사이버 공간에서 관리하는 ‘버추얼 시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문현석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아직까지 국내의 스마트 건설 기술은 초기 단계여서 비용과 전문 인력 부족 등의 어려움이 있다”며 “정부가 먼저 나서 공공 공사 발주에서 스마트건설 적용 비중을 확대하고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내년부터 500억 원 이상의 도로공사에 BIM을 의무화하는 등 스마트건설 확대를 위한 지원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김경욱 국토부 2차관은 “내년부터 6년간 2000억 원을 투자해 스마트 건설기술 연구개발(R&D)을 진행해 민간에 적극 공개할 예정”이라며 “공공공사 가운데 BIM 설계 등 다양한 스마트 건설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시범사업지 26곳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김언식 DSD삼호 회장, 김형렬 한국주택협회 상근부회장, 문정호 국토연구원 부원장, 박광규 대한주택건설협회 정책상무이사, 우무현 GS건설 사장, 유병규 현대산업개발(HDC) 부사장, 이종태 대림산업 주택사업본부 실장, 최양환 부영주택 사장(가나다순)을 비롯해 주요 건설사 임직원과 학계·지자체 관계자 300여 명이 참석했다.

유원모 onemore@donga.com·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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