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음악인 위한 콘서트홀 지어달라”… 성악과 출신 기업인, 한양대에 100억

신아형 기자

입력 2019-11-05 03:00 수정 2019-11-05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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在美 박화영 인코코 회장, 모교 쾌척
성악 공부하러 미국 유학갔다 ‘붙이는 매니큐어’ 회사 창업
年2000억 매출 글로벌기업으로… “공연장, 모든 청년 예술인에 개방”


“한국의 젊은 음악인들이 마음껏 실력을 발휘할 장을 마련하려고 합니다.”

콘서트홀을 지어달라며 4일 모교 한양대에 100억 원의 기부를 약속한 박화영 인코코 회장(61·사진)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박 회장은 세계 최초로 ‘붙이는 매니큐어’를 개발해 코스메틱 제조업체 인코코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재미 사업가다. 1984년 한양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세계적인 성악가가 되겠다”며 미국으로 갔다가 사업가로 변신한 그가 ‘청년 예술인의 조력자’를 자처하며 35년 만에 모교에 거액을 쾌척한 것이다.

박 회장은 “청년 예술인들이 공연하기에 마땅한 공간이 없는 현실이 오래전부터 안타까웠다”며 올 8월 서울 성동구의 한 극장에서 본 공연을 떠올렸다. 대학 후배들이 준비한 오페라 공연이었는데, 공연자의 목이 다 상해버릴 정도로 음향시설이 부실해 안타까웠다고 한다.

그의 이름을 딴 ‘박화영 콘서트홀’은 내년 하반기 한양대 서울캠퍼스 음악대학 옆에 착공해 2023년에 완공할 예정이다. 박 회장은 “한국의 공연장은 예술의전당처럼 대규모가 아니면 오케스트라가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소규모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으면서 관객과 거리도 너무 멀지 않은 1000명 수용 규모의 콘서트홀을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모교 후배뿐 아니라 국내 모든 젊은 예술인에게 콘서트홀의 문을 열어주고, 필요하면 더 기부할 의사도 있다고 한다.

박 회장은 현재 미국 매니큐어 시장의 20%를 차지하고 연 2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대기업 인코코를 이끌고 있지만 그의 청년 시절은 녹록지 않았다. 유학생 시절 피자 한 조각으로 끼니를 때우던 그는 처음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식당에서 쥐똥을 손으로 줍기도 했다. 박 회장은 “기업인이 됐지만 단 한 번도 음악을 잊은 적이 없다. ‘박화영 콘서트홀’ 무대에서 직접 노래를 부르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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