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선진국 일본도 벤치마킹하는 ‘다학제 협진 시스템’

김상훈 기자

입력 2019-11-02 03:00:00 수정 2019-11-02 08:5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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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메디컬센터]서울성모병원 암병원

윤승규 서울성모병원 암병원장은 다학제 협진 시스템을 최고 강점으로 내세웠다. 윤 병원장은 또 미래 성장동력으로 의료 빅데이터 구축을 꼽으며 3년 이내에 모든 암의 빅데이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9월 19일 일본 후쿠오카 구루메 성마리아병원 관계자들이 서울성모병원을 찾았다. 구루메 성마리아병원은 암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서울성모병원 암병원을 벤치마킹하는 것이 방한의 목적. 당시 일본 병원 관계자들은 서울성모병원 암병원의 시설 인프라와 빅데이터 구축, 다학제 협진 시스템 등에 상당히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서울성모병원 암병원은 2009년 설립됐다. 올해 건립 만 10년을 맞았다. 의료 선진국이라는 일본의 병원 관계자들이 극찬을 하게 한 이유는 무엇일까.


○ 철저한 다학제 협진 시스템


63세의 여성 A 씨는 수술이 불가능한 4기 위암 판정을 받았다. 서울성모병원 암병원 의료진이 모여 치료 방법을 논의했다. 바로 다학제 협진 시스템이다. 각 진료과 영역을 넘어 여러 분야의 의사들이 모여 치료방법을 논의하는 방식이다. 필요할 경우 환자와 가족도 참여시켜 회의를 연다.

송교영 위암센터장이 복강경수술을 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수차례 협진 회의를 통해 치료 방법을 결정했다. 먼저 표적항암치료를 했다. 경과를 지켜본 뒤 다시 회의를 가졌다. 위암의 크기가 좀 작아졌으니 수술이 가능할 것 같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암이 발생한 부위와 전이된 부위에 대한 수술을 시도했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A 씨는 이후로도 표적항암제 치료를 몇 번 더 받았지만 아직까지는 암이 재발하지 않고 있는 상황. 이런 결과를 만들기까지 의료진이 실시한 회의는 셀 수 없을 정도다.

A 씨 같은 사례는 서울성모병원 암병원에서 드물지 않다. 센터별로 최소한 5명 이상의 각 진료과 교수들이 매주 2회씩 협진 회의를 한다. 지난해의 경우 다학제 협진 회의가 총 527회 열렸으며 이 중 262회에는 가족이나 환자가 참여했다. 이 회의에서 논의된 환자는 2735명이나 된다.

서울성모병원은 암병원이 설립되기 전인 2005년부터 다학제 협진 시스템을 가동했다. 윤승규 암병원장은 “다학제 협진 시스템을 경험한 환자와 가족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 또 치료효과도 높기 때문에 우리 병원이 가장 경쟁력을 가진 부분이라 자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다학제 협진 시스템 효과는 가장 먼저 이 시스템을 도입한 폐암센터의 진료 실적에서 확인된다. 이 시스템을 도입하기 전 폐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17%였지만 2005∼2011년에는 35%로 껑충 뛰었다.


○ 치료만큼 환자 케어도 중요

69세의 여성 B 씨는 최근 대장암 판정을 받았다. 수술 바로 전날 B 씨는 당연히 금식할 것으로 생각했었다. 실제로 대부분 수술할 경우 전날 6∼10시간 정도의 금식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수술한 후에도 가스가 빠질 때까지는 금식하라고 한다.

하지만 서울성모병원 암병원 의료진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다. 미리 환자의 상태를 파악한 후 수술 2시간 전까지 탄수화물 보충음료를 먹도록 했다. 수술이 끝난 후에도 4시간이 지나면 물을 마시게 했고, 다음 날부터는 바로 죽을 제공했다. B 씨는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하루 3회 껌 씹기를 하고 15분 이상 걸었다.

조금은 낯선 이 방식은 이 병원이 2017년 도입한 조기회복 프로그램 ‘이라스(ERAS·En―hanced Recovery After Surgery)’에 따른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소화 기능을 촉진시켜 가스 배출을 빨리 하게 한다는 것. 실제로 B 씨 또한 수술 후 3일 만에 퇴원했다.

병원이 신경 쓰는 대목이 또 있다. 바로 암 환자의 영양 상태다. 암 환자의 식단은 치밀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 가령 간 수술을 받았다면 고깃국 같은 고단백 식품을 먹으면 혼수상태가 될 수도 있다. 암 종류에 따라 식단도 달라야 한다. 문제는 보호자가 이 모든 것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

병원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암 환자용 음식인 ‘닥터의 도시락’을 곧 선보인다. 가정에서 먹을 수 있는 암 환자 치료식인 셈이다. 윤 병원장은 “상업적 이익을 위해 이 도시락을 만든 게 아니다. 병원이 아닌 집에서 스스로 치료를 하도록 돕자는 뜻에서 기획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의료 빅데이터 구축이 미래 성장 동력

윤 병원장은 “사실 거의 모든 대학병원의 암치료는 비슷하다. 근거중심의학을 따르며 표준화된 가이드라인을 따른다”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 암병원이 시행하는 표적치료, 면역치료, 최소침습치료 등이 더 이상 새롭지 않다는 얘기다.

다만 보건의료 빅데이터의 구축과 활용은 병원마다 대응하는 관점이 다르다. 윤 병원장은 “보건의료 빅데이터에 대해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적극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은 위암, 간암, 유방암, 전립샘암에 대해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레지스트리)를 빅데이터로 구축해 놓았다. 추가로 폐암 레지스트리가 올해 안으로 구축된다. 나아가 향후 3년 이내에 모든 암의 레지스트리를 구축할 계획이다.

윤 병원장은 “이 레지스트리는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다. 이 데이터 분석을 통해 신기술을 개발하거나 치료 기간을 단축하는 등 얻을 수 있는 효용이 상당히 많다”며 “결과적으로 환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아날로그 데이터를 디지털로 만드는 작업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은 올해 6월 디지털 병리 시스템을 도입한 바 있다. 조직검사를 할 경우 그 전에는 슬라이드를 현미경으로 일일이 들여다보고 진단을 내렸다. 이 슬라이드를 디지털화함으로써 병리과 의사뿐 아니라 모든 의사가 자기 진료실에서 결과를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윤 병원장은 “이 시스템을 다른 지역의 성모병원과 네트워크로 연결하면 먼 지역의 환자 조직 검사 결과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은평성모병원과는 실제로 이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성모병원 암병원의 대표적 6개 센터▼


서울성모병원 암병원은 총 11개 질환별 협진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 중에서 대표적인 6개 센터를 소개한다.


5년이상 생존율 하버드대병원 능가 - 위암센터

환자의 상태에 따라 내시경, 복강경, 로봇 수술 등 맞춤형으로 치료한다. 최근에는 위를 보존하면서 수술 부위를 더욱 최소화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송교영 위장관외과 교수가 센터장을 맡고 있다.

송 교수팀이 미국 하버드대병원과 공동으로 위암 수술을 받은 1만6600여 명의 생존율을 조사했다. 그 결과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수술을 받은 환자의 81.6%가 5년 이상 생존했다. 반면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수술을 받은 백인은 39.2%만이 5년 이상 생존했다. 서울성모병원의 치료 성적은 하버드대병원을 능가했다. 이 논문은 위암 분야의 저명한 국제 저널 ‘Gastric Cancer’에 실렸다.


고령환자 심각한 수술합병증 단 5% - 대장암센터

이 센터의 수술 후 5년 생존율은 83.9%로 국가 평균 76.3%를 웃돈다.

대장암에 복강경 수술을 가장 먼저 도입한 병원으로 꼽힌다. 또한 수술 전 항암방사선 동시 치료요법을 통해 항문 보존 확률을 높이고 있다. 수술 전후 환자를 대상으로 한 케어 시스템인 이라스 클리닉도 이 병원의 큰 특징이다. 이명아 종양내과 교수가 센터장을 맡고 있다.

고령 환자 수술에서 강점을 보인다. 서울성모병원을 포함해 가톨릭대병원 4곳에서 2007∼2017년 대장암 수술을 받은 85세 이상의 고령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수술 후 심각한 합병증은 5%에 불과했다.


수술부위 최소화하는 VATS 도입 - 폐암센터

협진 시스템이 특히 우수하다. 2005년 2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폐암 협진팀을 가동했다. 요즘에는 최신 치료법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수술 부위를 최소화하는 수술인 비디오흉강경(VATS) 수술을 도입했다. 문석환 흉부외과 교수가 센터장을 맡고 있다.

문 교수는 흉막이나 복막에 발생하는 난치암인 악성중피종 전문 클리닉을 국내 처음으로 운영하고 있다. 악성중피종은 석면에 노출되는 직업 종사자들에게서 발생 빈도가 높다. 신약의 유효성을 평가하기 위한 연구를 보통 제1상 연구라 한다. 시설 인프라와 인력 수준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아야 연구기관으로 선정될 수 있다.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는 서울성모병원 암병원을 제1상 임상연구병원으로 선정했다.


간 이식후 5년 생존율 세계 최고 - 간담췌암센터

간암, 담도암, 췌장암을 주로 다루는 센터다. 이 수술 모두에 복강경을 활용한 최소침습 수술을 주로 시행한다. 홍태호 간담췌외과 교수가 센터장을 맡고 있다.

간암 치료의 경우 최근 항암약물을 암 부위에 투입시켜 암세포를 죽이는 ‘미세구 색전술’을 도입했다. 이 치료법으로 환자들이 생존 기간을 평균 7개월 늘렸고, 사망률은 3분의 1로 낮아졌다. 2017년 4월 1000번째 간이식에 성공했으며 곧 1200건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간이식 성공률은 국내 평균 89.5%를 넘어 95%까지 끌어올렸다. 서울성모병원의 간이식 후 환자의 5년 생존율은 85%, 생존기간은 평균 8.5년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란 평가를 받는다. 2017년에는 현재 암 병원장으로 있는 윤승규 교수가 간암 가상세포시스템을 개발해 불필요한 반복 실험을 단축시키고 표적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복강경 이용 신장적출 국내 첫시행 - 비뇨기암센터

수술 부위를 최소화하는 최소침습 수술 분야에서 많은 기록을 가지고 있다. 복강경을 이용해 신장을 적출하는 수술을 국내에서 가장 먼저 시행했다. 방광암 수술에서도 처음으로 복강경을 도입했다. 2009년부터는 로봇 수술을 시행했고, 최근 1500건을 돌파했다. 홍성후 비뇨의학과 교수가 센터장을 맡고 있다.

올해 9월에는 전립샘암을 진단하는 자기공명영상(MRI)과 초음파 영상을 혼합해 진단하는 첨단 시스템(MR·TRUS Fusion biopsy system)을 도입했다. 신장 수술에서는 가급적 신장 전체를 제거하지 않고 암만 절제한다. 깊이 침투한 침윤성 방광암의 경우에는 인공방광을 만들어 삶의 질을 높인다.


자가조직으로 유방 재건 성공률 99% - 유방암센터

이 센터의 유방암 수술은 매년 15% 이상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한 해에만 800건 이상의 수술을 시행했다. 이에 따라 올 6월 외래 진료 공간을 확대하기도 했다. 박우찬 유방외과 교수가 센터장을 맡고 있다.

유방암 수술에서는 치료 성적도 중요하지만 미용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환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유방 재건 수술에 상당히 신경을 쓴다. 환자의 상태에 맞춤형으로 자가 조직을 이용하거나 보형물을 삽입한다. 자가 조직을 이용한 유방 재건 수술의 성공률은 99.7%에 이른다. 환자가 한 번의 병원 방문으로 임상진찰에서 유방촬영, 초음파, 조직검사를 받을 수 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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