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11개월째 ‘마이너스’…정부 “바닥 찍었다”

뉴시스

입력 2019-11-01 11:10 수정 2019-11-01 11:12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미·중 무역분쟁 지속·반도체 업황 부진 영향
반도체 -32.1%·석유제품 -26.6%·석유화학 -22.6%
대중국 수출 -16.9%로 부진 지속…1년째 하락세
산업부 "이달부터 감소 폭 개선…우상향 흐름 보일 것"



지난 달 수출이 역대 최대 감소폭을 기록하면서 11개월 연속 하락했다. 정부는 수출 부진 요인으로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업황 부진, 유가 하락, 기저효과 등을 꼽았다. 그래도 수출액이 꾸준한 점은 긍정적이다. 일본 수출규제 영향도 현재까지는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부터 감소폭이 점진적으로 개선돼 우상향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0월 저점으로 내년 1분기 플러스 전환”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10월 수출이 467억8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4.7% 감소했다고 1일 밝혔다. 이는 올해 최대 감소폭으로 지난해 10월 기저효과에 영향을 받았다. 수출액은 올해 3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10월 수출액은 548억600만 달러로 1956년 무역통계 작성 이래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수출 감소는 지난해 12월(-1.2%)을 시작으로 올해 1월(-6.2%), 2월(-11.3%), 3월(-8.4%), 4월(-2.1%), 5월(-9.8%), 6월(-13.8%), 7월(-11.1%), 8월(-13.9%), 9월(-11.7%)에 이어 10월까지 11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같은 기간 일평균 수출액은 20억34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4.7% 감소했다. 일평균 수출은 지난 7월부터 상승 추세로 2개월 연속 20억 달러를 웃돌았다. 수입은 413억9100만 달러로 14.6% 줄었지만 무역수지는 53억9300만 달러로 93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무역수지의 경우 올해 들어 2번째로 많았다.

산업부는 미·중 무역분쟁과 세계 경제 둔화, 노딜 브렉시트 관련 불확실성 등으로 세계 10대 수출국이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세계무역기구(WTO) 자료를 보면 지난 8월 기준 영국(-16.9%), 홍콩(-8.6%), 네덜란드(-7.7%), 독일(-7.5%), 이탈리아(-7.0%) 등 하락세를 보였다. 이어 일본(-4.0%), 프랑스(-2.9%), 중국(-1.0%), 미국(-1.0%) 순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對)중국 수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더 많고, 반도체 등 특정 품목 의존도가 높아 감소폭이 컸다.

정부는 내년 1분기 수출이 플러스로 전환될 것으로 관측했다. 근거로는 반도체 가격 회복과 미·중 무역분쟁 1단계 협상 타결, 선박·차·석유제품 수출 증가 등을 꼽았다.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 수출액이 78억6000만 달러로 32.1% 감소했다. 같은 기간 D램 단가는 지난해보다 61%가량 빠진 것으로 집계됐다. 산업부는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세는 멈췄지만 D램 공급업체 재고가 여전히 많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수출액은 각각 33억4000만 달러, 34억5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6.6%, 22.6% 줄었다. 국제유가 하락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디스플레이 수출액은 22.5% 감소한 17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출하량 감소와 단가 하락으로 액정표시장치(LCD) 수출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철강 수출액은 11.8% 줄어든 24억5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 생산 확대로 공급이 늘어나면서 단가 하락이 지속된 탓이다.

이외에 일반기계(-12.1%)와 무선통신기기(-6.7%), 섬유(-6.8%), 가전(-6.6%), 차부품(-6.3%), 자동차(-2.3%) 등도 부진한 수출 실적을 냈다.

반대로 선박(25.7%), 컴퓨터(7.7%)는 호조세를 보였다. 특히 선박 수출의 경우 주력 선종인 액화천연가스(LNG)·초대형원유운반선(VLCC) 인도 증가로 3개월 연속 수출 증가세를 보였다. 컴퓨터 수출도 미국을 중심으로 데이터 센터 투자가 늘면서 11개월 만에 수출 증가로 전환했다.

이외에 화장품(9.2%), 바이오헬스(7.8%), 농수산식품(3.0%) 수출도 늘었다.

지역별로 보면 중국 수출이 전년 대비 16.9% 줄어들면서 1년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반도체와 석유화학, 무선통신기기, 철강 등 품목에서 골고루 부진했다.

유럽연합(-21.2%), 일본(-13.8%), 중남미(-13.2%), 인도(-12.0%), 미국(-8.4%), 아세안(-8.3%) 지역에 대한 수출도 부진했다. 중동(0.9%) 지역 수출은 늘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미·중 무역분쟁 등 세계 무역 환경의 불확실성 증대와 반도체 가격 하락 지속으로 수출이 감소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다만 최근 수출 물량이 줄지 않고 있으며 반도체 가격 하락 추세가 둔화되고 있어 10월을 저점으로 수출 감소폭이 개선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日수출규제 피해 “여전히 제한적”

일본 정부가 지난 7월 4일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에 대한 수출규제를 발표했지만 현재까지 우리 수출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10월 대(對)일본 수출과 수입은 각각 13.8%, 23.4% 줄었다. 수출의 경우 석유제품(-37.2%)과 석유화학(-22.6%) 부문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제품 단가 회복이 부진한 탓이다.

수입은 반도체제조용장비(-66.2%), 감광성반도체디바이스(-24.8%) 등이 줄었다. 국내 반도체 투자 조정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개별허가 품목인 플루오린폴리이미드와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는 지난 7~10월 누적 기준 2억2000만 달러어치를 수입했다. 이는 전체 대(對)일본 수입(155억7000만 달러) 가운데 1.4%에 불과하다. 산업부는 이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가 실제 생산 차질로 연결된 사례도 아직 없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일본이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9월 기준 우리나라의 대(對)일본 수출 감소(-6.0%)보다 일본의 대한국 수출 감소폭(-15.9%)이 더 컸다. 7~9월 누적 기준으로 봐도 한국의 대일본 수출 감소(-4.2%)보다 일본의 대한국 수출 감소폭(-10.8%)이 크다.


【세종=뉴시스】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