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출점, 제동 걸리나’…중기부, ‘사업조정’ 카드 만지작

뉴스1

입력 2019-10-30 09:22 수정 2019-10-30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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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 광고의 한 장면.© 뉴스1

유니클로가 부산 범일동 신규 매장 출점을 두고 지역상인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인근 전통시장 상인연합회는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며 출점을 반드시 저지하겠다는 방침이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유니클로가 사업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부산 범일동점이 유니클로 제1호 사업조정 대상이 될 가능성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30일 부산진시장·평화시장과 유니클로 등에 따르면 유니클로는 부산 범일동점 출점에 반대하는 시장상인회 및 부산 동구청 관계자 등과 지난 28일 간담회를 갖고 상생안을 제시했다.

유니클로는 상생방안으로 상인자녀 장학금 지급 등을 약속했지만 구체적인 액수와 지급방식 등은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상인회 측은 유니클로의 무성의한 상생방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오는 11월4일 추가 협의하기로 했다.

범일동 인근 상인들은 유니클로와 상생협의를 진행하면서도 출점을 막기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는 방침이다. 2000여 개 의류상점이 몰린 범일동 인근에 유니클로 매장이 출점하면 생존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극에 달해 있다.

부산진시장번영회 정광훈 상무는 지난 29일 뉴스1과 통화에서 “상생방안이 문제가 아니고 무조건 자진철회를 해 주는 것을 바라고 있다”며 “유니클로가 들어오면 전통시장 상인들은 장사가 망하는 형편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단체 실력행동도 하겠지만 그조차 안 통하면 사업조정 신청도 할 것”이라며 “생존권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사업조정 제도는 중기부가 시행 중인 분쟁조정 제도다. 대형 유통업체의 무분별한 사업 진출과 확장을 제한해 소상공인의 사업영역과 골목상권을 보호하는 제도다.

중기부는 해당 대기업을 대상으로 사실 조사와 심의 과정을 거친 뒤 사업 확장을 연기하거나 생산품목과 수량 등의 축소를 권고하고 있다. 이행권고 불이행시 1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 등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현재 FRL코리아 지분은 일본 본사 패스트리테일링과 롯데쇼핑이 각각 51%, 49% 보유하고 있다. 유니클로가 조정 대상에 오르면 매장 확장이 제한될 수 있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지난 21일 국정감사에서 위안부 피해자 조롱 논란에 휩싸인 유니클로 광고에 대해 “굉장히 화나는 일”이라며 “유니클로는 사업조정 대상 점포에 해당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기부도 전국민적 불매운동의 대명사로 떠오른 유니클로에 대한 사업조정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아직 사업조정 신청이 접수되지는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부산 상황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니클로 측은 부산 범일동 출점 논란과 관련 “동구청및 상인연합회와의 지속적인 대화와 협의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상생안에 도달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상생협의 결렬시 출점강행 여부에 대해선 “아직 상생안을 협의 중인 상황이어서 언급하기 부적절한 것 같다”고 즉답을 피하며 “합의안 마련에 우선 집중할 것”이라고만 했다.

한편 유니클로는 최근 공개한 광고가 논란이 되면서 송출을 중단했다. 15초 분량의 광고는 98세의 패션 컬렉터 할머니와 13세인 패션 디자이너 소녀가 이야기를 나누는 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광고 영상 속에서 소녀가 할머니에게 “스타일이 완전 좋은데요. 제 나이 때는 어떻게 입으셨나요”라고 묻자 그녀는 “그렇게 오래된 일을 어떻게 기억해”라고 답한다.

문제는 자막이다. 실제 발언과 달리 자막에는 “맙소사!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라고 돼 있다. 오히려 일본이나 미국 등 해외 TV 광고 자막에는 80년이라는 구체적 기간이 언급되지 않았다. 한국의 역사 문제 등을 고려해 80년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일본 광고에서는 ‘옛날 일은 잊어버렸어’(昔のことは、忘れたわ)라는 자막이 달렸다. 미국에서도 ‘맙소사 그렇게 오래전 일은 기억하지 못해!’(Oh My God, I can‘t remember that far back!)라고 표현돼 있다.

영상 속에서 언급된 80년 전인 1939년은 우리나라가 일본의 탄압을 받던 일제 강점기 시기다. 한·일 관계가 악화한 상황에서 자칫 ’역사 왜곡‘ 등으로 민감하게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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