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축소는 꼼수… 국민은 ‘정치권 밥그릇 챙기기’로 여길 것”

최고야 기자 , 박성진 기자

입력 2019-10-30 03:00:00 수정 2019-10-30 09:3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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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정수 확대 논란]반대 여론 거센 국회 증원

국회의원을 기존 300명에서 10% 늘려 330명으로 증원하는 문제가 연말 정국의 핫이슈로 부상하고 있지만 동시에 여야를 막론하고 ‘그들만의 리그’에 갇혀 있는 한국 정치의 민낯을 고스란히 노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수 증원을 주장하는 정의당 등 군소 야당은 “국회의원 수당(세비) 총액을 동결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의원들이 월급을 덜 받을 테니 의원 수를 늘려 달라는 얘기다. 하지만 국회의원 월급(세비)보다 오히려 보좌진 보수와 사무실 운영비에 들어가는 돈이 더 많은 만큼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라는 비판이 많다. 여기에 애초부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려면 의원 정수 증원이 불가피한데도, 그동안 국민 눈치를 보며 쉬쉬해 오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의 국회 본회의 표결이 슬그머니 본색을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보좌진 안 줄이면 세비 동결해도 700억 원 추가 소요


29일 국회사무처 등에 따르면 국회의원 1명당 지원되는 1년 예산은 총 7억3208만 원이다. 의원 개인에게 지급되는 금액(세비)은 1억5176만 원(수당 1억472만 원, 활동비 4704만 원)으로 전체 액수의 20% 수준이다. 의원 세비 동결로 기존 300명이 받는 수당을 330명이 나눠 가져 1인당 1억3796만 원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80%를 줄이지 않으면 예산 증액은 불가피하다. 의원 30명을 늘리면 세비를 동결하더라도 의원실당 보좌진 인건비(8명 기준) 4억8195만 원, 입법 활동 지원과 의원 사무실 운영비 명목 9837만 원을 더해 1년에 174억960만 원, 의원 임기 4년 동안 총 696억3840만 원이 더 들게 된다.

이와 관련해 군소 야당에서는 세비 동결은 물론이고 현재 최대 9명까지 고용 가능한 보좌진 수를 줄이면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국회법은 의원실마다 보좌관(4급)·비서관(5급) 각 2명, 비서(6·7·8·9급) 각 1명 등 정규직원 총 8명에 추가로 인턴을 1명 더 둘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0대 국회 초반 정세균 당시 국회의장 직속으로 활동했던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는 활동 보고서에서 스웨덴 등 유럽에서는 국회의원 보좌관을 두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지원되는 경비는 연간 총 1억 원 수준인 점 등을 들어 보좌진 축소를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국민 입법 서비스의 질을 높이려 하기보다 ‘비용만 맞추면 된다’는 식의 발상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한 의원실의 4급 보좌관은 “의정 활동은 물론이고 당 지원 업무, 지역구 관리가 힘든 상황에서 의원 수를 늘리려고 직원을 줄이면 제대로 의정 활동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진정한 정치개혁이란 국회의원들의 대국민 서비스 질을 높이는 건데, 인건비 축소는 결과가 어떻게 되든 의석 수를 늘리려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 국민 정서 반해… “정당 개혁 선결돼야”


4월 패스트트랙 사태 이후 6개월이 지나 뒤늦게 의원 정수 확대 주장이 나온 것은 그만큼 의원 수 늘리기에 대한 국민 저항이 심하다는 것을 정치권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의당을 비롯해 바른미래당 일각 등에선 증원 이슈를 띄우고 나섰지만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선뜻 찬성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강기정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전날 국회를 찾아 “의원 증원에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민주당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도 “300명 정수가 당론”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의원 수 10% 축소를 주장하는 자유한국당은 “일부 야당의 밥그릇 본색이 드러났다”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홍준표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우리가 의회정치의 모델로 삼는 미국을 기준으로 하면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81명 정도밖에 안 된다”며 “국회의원 정수는 200명으로 하고 미국 의회처럼 비례대표는 폐지한 뒤 전원 주민 직선제로 (선출)하자”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정수가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특권을 누리며 정쟁만 일삼는 국회의 모습을 바꾸기 전엔 밥그릇 늘리기로만 비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 지도부의 지령을 받아 움직이는 정당집단주의와 비민주적인 당 운영 행태 등 정당 스스로의 정치개혁이 선행돼야 실질적인 의원 정수 확대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고야 best@donga.com·박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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