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뇌’ 장 건강을 지켜라… 장까지 살아가는 유산균으로 유익균 늘려야

황효진 기자

입력 2019-10-30 03:00:00 수정 2019-10-30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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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모든 병은 장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직접적인 소화기질환뿐 아니라 비만, 당뇨병, 고혈압, 우울증, 알츠하이머, 자폐증과 같이 발병 부위도, 원인도 제각각인 것 같은 질환들이 모두 장 건강과 연관돼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잇따르고 있다.

독일의 의학자 기울리아 엔더스는 “장은 매우 독보적인 장기”라며 “면역 체계의 3분의 2를 훈련시키고 음식물로 에너지를 만들며 20여 종의 호르몬을 생산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장 건강의 핵심은 바로 장내 세균에 있다. 장이 ‘제2의 뇌’라고 불리며 장 건강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이유다.

장에는 우리 몸의 면역력을 좌우하는 면역 세포의 70%가 존재한다. 약 100종류, 100조 마리 이상의 균이 서식하고 있다. 장내 세균은 유익균, 유해균으로 나뉘어 균형을 이룬다. 하지만 이 같은 장내 세균의 균형이 깨지면 몸에 이로운 유익균 군집이 붕괴되고 해로운 균이 득세하면서 염증과 산화스트레스가 발생해 암이나 당뇨 등 각종 질병이 발생한다.


장내 세균의 분포는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어떤 사람은 유익균이, 어떤 사람은 유해균이 많다. 병에 걸린 사람일수록 유익한 세균은 줄고 나쁜 균이 늘어난다. 이 때문에 아예 건강한 사람의 장내 세균을 이식해 질병을 치료하려는 연구도 활발하다. ‘변 이식’ 혹은 ‘대변 이식술’ ‘분변 미생물 이식술’로 불린다. 건강한 사람의 대변 속 유익한 균만을 선별해 내시경이나 관장을 통해 환자의 장(腸) 속에 이식하는 방식이다.


○ 장과 뇌 건강의 연관성 밝혀

최신 연구들에서는 장내 세균의 연구 범위가 뇌까지 확대되고 있다. 장내 세균이 뇌에 영향을 미치며 인간의 신경 활동을 좌우하고 특정 뇌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바로 ‘장-뇌 연결축(Gut-Brain Axis)’ 이론이 대표적이다. 장과 뇌 두 기관이 연결돼 상호 작용한다는 이론이다. 장에 존재하는 미생물이 뇌와 장을 서로 연결하는 신호 전달 역할을 수행하여 감정이 장 기능에 영향을 주고 반대로 장의 건강 상태는 뇌 기능을 변경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마디로 장이 튼튼하면 뇌 기능도 활발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며 장 기능이 떨어지면 뇌 기능도 저하된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일명 ‘행복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신경전달물질 세로토닌이다. 세로토닌은 뇌의 시상하부 중추에 존재하며 기분과 감정을 조절하는 호르몬이다. 이러한 세로토닌의 95%가 장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뇌를 제외하고 세로토닌이 발견된 것은 장이 유일하다. 세로토닌이 장과 뇌가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이어주는 매개 물질로 지목된 배경이다.

일본 국립장수의료연구센터가 2016∼2017년 건망증으로 진료를 받은 남녀 128명(평균 연령 74세)을 대상으로 대변 속 세균의 DNA를 추출하고 장내 세균총의 구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치매 환자의 장 속에는 ‘박테로이데스’라는 균이 정상 환자보다 현저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테로이데스는 독성물질을 분해하는 인체에 이로운 세균이다. 해당 연구진은 “장내 세균이 치매 예방의 목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2016년 국제학술지 ‘노화신경과학 최신연구’에 발표된 논문에서는 프로바이오틱스 섭취를 통해 장내 균총을 변화시키는 것이 알츠하이머병을 가진 노인의 인지력과 대사적 불편함을 개선할 수 있는지 확인했다. 해당 연구는 치매(알츠하이머병)로 판정된 60∼95세 노인 6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시험군은 유산균을 함유한 우유를 1일 200mL, 총 12주간 섭취하도록 했다.

그 결과 유산균 섭취 시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인지 기능이 대조군에 비해 유의적으로 향상됐다. 또 혈중 산화 스트레스 지표(CRP)도 시험군에서 유의적으로 감소했다.


○ 유산균의 핵심은 장내 생존율

그렇다면 건강한 장 환경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장 건강은 식생활에서 출발한다. 육류와 채소류를 균형 있게 섭취하는 게 중요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는 “유익균 비율을 높이기 위해 채소와 유산균이 다량 함유된 김치, 된장 등 발효식품 등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권장된다”며 “특히 항생제 장기 복용자의 경우에는 최소한 1주 이상 발효식품 등을 섭취해 장내 세균을 정상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생활 속에서 손쉽게 장 건강을 지키는 방법은 바로 유산균(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의 섭취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정의에 따르면 프로바이오틱스란 ‘적절한 양을 섭취했을 때 건강에 이로운 작용을 하는, 엄격히 선별된 살아 있는 균’을 뜻한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유해균의 비율이 높아진다. 중장년층 이상에겐 지속적인 유산균 섭취가 건강에 도움이 된다.

시중에 유산균 제품은 매우 다양하다. 제품 선택 시 가장 따져봐야 할 것은 바로 ‘장내 생존율’이다. 균 자체가 아무리 좋아도 식도와 위를 거쳐 장까지 살아서 도달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유산균은 살아 있는 균이기 때문에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소화 과정에서 위산, 담즙산, 소화 효소에 의해 90% 이상은 죽고 나머지 10%만 살아남는다. 즉 유산균이 장까지 살아가려면 위산과 담즙산에 견뎌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균수를 늘리거나 겉에 보호막을 코팅한 유산균 제품들이 많다. 하지만 코팅막은 장까지 살아가기 위한 기술일 뿐 유산균 자체의 생존력을 강화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프롤린이라는 아미노산 성분을 첨가한 유산균 제품이 눈길을 끌고 있다. 프롤린은 식물, 미생물이 외부적 요인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내뿜는 물질이다. 유산균 제조 과정에서 프롤린을 첨가하면 유산균의 자기 방어력이 강해진다. 균주 자체의 내산성(산에 견디는 정도), 내담즙성, 안정성이 향상돼 유산균의 생존력이 강해져 장까지 살아서 도달할 확률이 높아진다.

황효진 기자 herald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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