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파트들 ‘지하주차장 높이’ 갈등

김호경 기자

입력 2019-10-29 03:00 수정 2019-10-29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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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2.3m 설계… 택배車 못들어가 “택배트럭 지상 이용땐 안전 위협”
예비입주자들, 2.7m로 상향 요구… 조합-시공사 공사비 부담에 난색
“배송동선 조정 등 대안 찾아야” 지적



최근 분양을 마친 아파트 단지 가운데 지하주차장 높이가 2.3m로 설계된 단지에서는 지하주차장 높이를 둘러싼 갈등이 잇따르고 있다. 예비 입주자들은 택배 차량이 진입하려면 지하주차장 높이가 2.7m를 넘어야 한다며 설계 변경을 요구하고 있고, 조합과 시공사 측은 추가 공사비용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올해 8월 분양한 경기 의정부시의 ‘의정부역 센트럴자이&위브캐슬’ 일반 분양자들은 “지하주차장 높이를 2.7m로 높여 달라”고 조합과 시공사에 요구하고 있다. 지상으로 택배 차량이 다니면 입주민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분양자들 사이에서는 분양 당시 지상에 차량이 없는 이른바 ‘지상공원형’ 단지로 만들겠다는 광고 문구와 달리 지하주차장 높이가 2.3m로 설계된 것을 두고 “허위·과장 광고가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조합과 시공사 측은 “법적인 하자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 단지가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2015년 당시 규정에 따라 지하주차장 높이를 2.3m로 정했고, 이 내용을 입주자 모집공고에 명시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하면서 올해 1월부터 아파트 지하주차장 높이를 2.7m 이상으로 짓도록 의무화했지만 올해 1월 이전에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단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시공사는 설계 변경의 권한은 조합에 있다고 한발 물러서 있다. 조합은 지하주차장 높이를 상향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마땅한 해결방안이 없어 답답해하고 있다. 설계 변경에 따른 추가 공사비용이 발생하는데 대다수 조합원은 추가 비용 부담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조합원과 일반 분양자가 함께 분담하는 방안도 있지만 이미 분양을 받아 계약금까지 낸 일반 분양자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주차장 높이를 둘러싼 갈등은 여러 단지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분양한 대구의 ‘수성알파시티청아람’, 경기 하남시 ‘LH 위례 신혼희망타운’ 등은 예비 입주자들의 요구에 따라 추가 비용 없이 지하주차장 높이를 기존 2.3m에서 2.7m로 높였다. 하지만 서울 강동구 ‘고덕자이’는 지하주차장 높이를 2.5m로 올리는 데 그쳤다. 추가 비용을 들이지 않고 변경할 수 있는 최대 높이가 2.5m였기 때문이다.

새 지하주차장 규정에 따라 지어지는 아파트가 분양하기까지는 최소 2년이 걸려 당분간 분양 단지에서 지하주차장 높이를 둘러싼 갈등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설계 변경 시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 합의점을 찾기가 어렵다”며 “단지 입구에 택배 거점을 설치하거나 배송 동선을 조정하는 등 좀 더 현실적인 대안을 고민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다산신도시는 입주민과 택배회사, 택배기사 간 합의에 따라 단지 입구에 ‘택배 거점’을 만들고 택배 기사는 차량으로 거점까지 이동한 뒤 단지 내에서 전동카트로 각 가구로 배송하고 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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