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먹고 온라인 게임하고… 30대 남성 절반이상이 비만

박성민 기자

입력 2019-10-28 03:00 수정 2019-10-28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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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불 켜진 국민건강

유통회사에 다니는 미혼 남성 권모 씨(36)는 대학 졸업 당시 68kg이던 몸무게가 10년 만에 91kg으로 늘었다. 회식이나 야근 후 폭식을 하고 일주일에 서너 번씩 배달음식을 먹은 것이 화근이었다. 주말이면 밀린 잠을 자느라 좀처럼 집 밖에 나가지 않는다. 7, 8시간씩 의자에 앉아 온라인 게임에 몰두하는 게 유일한 취미다. 권 씨는 “쇼핑도 주로 온라인으로 하니까 출퇴근 외에는 걷는 시간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30대 한국 남성의 건강에 빨간불이 커졌다. 27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0대 남성의 비만율은 51.4%로 전년의 46.7%보다 4.7%포인트 급증했다. 40대 남성 비만율도 44.7%에서 47.5%로 올랐다. 비만율은 몸무게(kg)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BMI)가 25 이상인 사람의 비율이다. 국민건강영양조사는 1998년 시작됐다. 매년 약 1만 명을 대상으로 흡연 음주 영양 등 500여 개 건강지표를 산출하는 최대 규모의 건강통계 조사다.


○ 배달음식 선호, 운동은 뒷전



지난 20년간 한국 남성의 건강관리 성적은 낙제점에 가깝다. 1998년 25.1%였던 19세 이상 성인 남성의 비만율은 지난해 역대 최고인 42.8%로 치솟았다. 반면 같은 기간 여성 비만율은 26.2%에서 25.5%로 낮아졌다.

30대 남성이 살찌는 이유는 더 먹고 덜 움직여서다. 30대는 10대 때부터 햄버거와 피자 같은 고칼로리 패스트푸드에 익숙해졌다. 이번 조사에서 30대 남성의 하루 평균 지방 섭취량은 67.9g으로 1998년 첫 조사 때보다 17.4g이나 늘었다.

이 같은 식습관은 늦은 결혼, ‘혼밥문화’ 확산과 맞물리며 비만율을 끌어올렸다. 2017년 동국대 일산병원 연구진에 따르면 하루 2끼 이상 혼자 식사하는 남성의 복부비만 위험은 그러지 않은 남성보다 45% 높았다. 배달음식이나 편의점 도시락 등은 칼로리가 높은 데다 식사시간도 짧아 살이 찌기 쉽다.

운동보다 게임에 빠진 취미생활의 변화도 비만을 부추겼다. 유산소 운동을 일정 시간 이상 하는 남성 비율은 2015년 62%에서 지난해 51%로 급감했다. 올 5월 한국갤럽 설문조사에서 10∼30대 남성이 가장 좋아하는 취미 1위는 게임이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가 더 심각하다고 걱정한다. 2017년 기준 남자 아동·청소년 비만율은 2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25.6%를 웃돌았다. 이번 조사에서도 주 3회 이상 패스트푸드를 즐기는 청소년 비율은 2009년 12.1%에서 올해 25.5%로 급증했다. 향후 비만 인구가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비만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2016년 11조4679억 원으로 10년 만에 2.4배로 늘었다.

미국의 경우 2001년 비만을 신종 감염병으로 분류하는 등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정부가 금연, 치매 관리 등에 주력하면서 비만 관리에 소홀한 측면이 있다”며 “아동부터 청년층의 비만을 철저히 관리해야 만성질환 발생과 사망률을 낮추고 건강보험 재정 악화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여성 폭음·흡연, 청소년 우울감도 심각



지난해 성인 여성의 월간 폭음률은 26.9%로 2005년 17.2%에서 급증했다. 역대 최고치였다. 성인 여성 10명 중 3명은 한 달 1회 이상 술 5잔(맥주 3캔) 이상씩 마신다는 뜻이다.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로 일과 가정에 모두 충실해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커진 것이 음주를 부추긴다는 분석이다.

여성 흡연율도 7.5%로 전년 대비 1.5%포인트 올랐다. 반면 지난해 전체 남성의 흡연율은 36.7%로 역대 가장 낮았다.

청소년의 정신건강도 나빠졌다. 최근 1년간 2주 내내 일상생활을 중단할 만큼 슬픔이나 절망감을 느낀 ‘우울감 경험률’은 2015년 23.6%에서 올해 28.2%로 늘었다. 남학생(22.2%)보다 여학생(34.6%)의 정신건강이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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