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등 끄고 ‘에코 리더십’ 밝히는 특급호텔들

박지원 기자

입력 2019-10-28 03:00:00 수정 2019-10-28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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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환경산업기술원

워커힐 호텔에서 향초를 제공하는 모습.

#10월 1일 오후 8시 59분. 서울 소재의 한 호텔은 여느 때처럼 화려한 조명으로 눈길을 끌고 있었다. 1분 후 호텔 외관의 조명이 꺼지고, 실내의 조도가 확연히 낮아졌다. 그리고 얼마 후 호텔이 다시 밝아졌다.

정전 이야기가 아니다. 호텔 친환경 캠페인의 일환으로 실시된 ‘지구살리기 전등끄기’ 행사 광경이다.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주관하는 이 캠페인에는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그랜드 힐튼 서울, 더플라자 호텔, 롯데호텔 서울, 메종 글래드 제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파라다이스시티, 파크 하얏트 부산 등 10개 특급호텔이 참여했으며, 10월 1일 오후 9시부터 10분 내외로 소등을 진행했다.

호텔만 참여한 행사는 아니었다. 투숙객의 공감과 자발적 실천을 유도하는 친환경 캠페인인 만큼 고객들의 참여도 이어졌다. 특히 이날 전등끄기 행사 참여를 약속한 고객에게는 감사의 의미로 호텔 비누를 업사이클링한 향초가 제공됐다.


파크 하얏트 부산은 한 시간 동안 옥외 조명과 사이니지 조명을 끄고 일부 공용 공간 조명을 소등했으며, 체크인 시 고객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했다. 총지배인 앤드루 애시다운은 “특급호텔들이 함께 전등끄기 캠페인에 참여해 뜻깊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환경 보호 활동을 해나가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폐비누 재활용 향초(위). 워커힐 호텔에서 시행한 전등끄기 행사(아래).
워커힐 호텔앤리조트는 한 시간 동안 호텔 옥탑 조명을 끄는 것은 물론 외부 간판, 호텔 내 가로등 일부를 소등했다. 라운지 및 레스토랑, 공용 공간 조명을 소등하거나 20% 이하로 낮추고 캔들을 사용했다. 전 객실 TV 화면에 캠페인 메시지를 전송해 객실 이용객 참여도 권유했다. 메종 글래드 제주도 공용 공간 조명 50% 켜기 등 전등끄기 행사에 적극 동참하며 친환경 캠페인 참여에 앞장섰다.

유수 호텔들에 이 전등끄기 행사는 낯설지 않다. 이미 지구촌 소등 이벤트인 ‘어스아워(Earth Hour) 캠페인’에 지속적으로 참여를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어스아워 캠페인은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매년 3월 마지막 주 토요일 1시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실시하는 소등행사로 세계자연보호기금(WWF)의 주도 아래 2007년 호주 시드니에서 시작됐다.

대부분의 전등은 화력발전소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며 생산하는 에너지로 켜진다. 일례로 약 200만 명의 시민이 참여했던 호주 시드니의 한 전등끄기 행사는 평소에 비해 약 10%의 이산화탄소 감축효과를 냈다. 잠깐의 소등으로 큰 감축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이 행사는 지구온난화의 위험을 경고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강조하기 위한 상징적 의미를 전달한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환경산업기술원 남광희 원장은 “어스아워 캠페인과 같은 맥락에서 10개 특급호텔이 진행한 ‘전등끄기 행사’는 전체 숙박업계는 물론 투숙객들의 환경보호 의식을 고취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친환경이 곧 럭셔리임을 각인시킬 수 있는 호텔들의 지속적인 에코 리더십을 기대해본다”고 전했다.

박지원 기자 j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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