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 후배들도 놀란 ‘한국 5G’

파리=김윤종 특파원

입력 2019-10-25 03:00 수정 2019-10-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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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규 KT회장, 취리히 연방공대 특강… 21명의 노벨상 수상자 배출 명문
반도체 개발 과정 등 30년 경험 소개… “미래는 창조 가능” 말하자 기립박수


황창규 KT 회장이 22일(현지 시간) 스위스 취리히의 취리히연방공대에서 ‘5G, 번영을 위한 혁신’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KT 제공
“이거, 할리우드 영화 아닙니다.”

22일(현지 시간) 오전 11시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ETH Zurich) 본관 대강당. 400여 명의 학생이 황창규 KT 회장(66)의 농담에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가 “5세대(5G)로 가능한 현실”이라며 기술적 부분을 설명하자 모두 진지한 표정으로 변했다. 강당 스크린에서는 대형 화재가 난 도심에 무인비행선이 출동해 현장 일대를 스캔한 뒤 관련 정보를 증강현실(AR) 고글을 착용한 구조대원에게 보내는 모습, 5G 원격진료 장면 등이 나왔다.

황 회장은 이날 ‘5G, 번영을 위한 혁신’을 주제로 강연했다. 취리히 연방공대는 상대성이론을 발표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등 21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곳이다. 이 학교는 2014년부터 세계적 명사를 초빙해 특강을 해왔다. 황 회장 강연은 아시아인으로는 최초였다.

황 회장은 이날 “10년을 좌우할 테크놀로지가 무엇이냐”고 물으며 “미래 트렌드를 파악해 기술 차별화에 성공했을 때 가장 큰 기회가 찾아왔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삼성전자 시절 ‘반도체의 메모리 용량이 1년에 2배씩 증가한다’고 제시한 ‘황의 법칙’부터 반도체 개발과정, ‘애플’ 스티브 잡스와의 인연 등 자신의 30년 경험을 설명했다.

강연 주제인 5G 역시 기술적 장점을 단순 나열하기보다는 실제 산업 현장에서의 적용,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와의 연계 등 다양한 적용 사례를 동영상과 함께 설명했다. 학생들의 질문도 쏟아졌다. 한 학생이 “5G 전파의 유해성이 우려된다”고 하자, 황 회장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전자파의 유해성을 연구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분쟁을 비롯해 각국의 5G 경쟁 상황에 대해 묻자 황 회장은 “경쟁을 통해 기술이 발전한다”고 설명했다. 학생들끼리 ‘미스터 5G’라는 그의 별명을 말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 별명은 올해 1월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생긴 것. WEF 국제비즈니스위원회 정기 모임 당시 참가자 대부분이 5G를 미중의 대결 구도로 이야기하자, 그는 손을 번쩍 든 후 “한국은 이미 상용화 준비가 됐다”며 국내의 5G 경쟁력을 설명했다. 당시 클라우드컴퓨팅 업체 세일즈포스닷컴의 마크 베니오프 대표가 “당신 말이 맞다”며 호응했고, 이후 ‘미스터 5G’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한국은 4월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했다. 현재 가입자는 400만 명. 한국은 국가별 5G 표준필수특허 수에서도 1위(2019년 3월 기준)다.

황 회장은 도전정신을 강조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그가 “여러분은 머지않아 내 파트너나 경쟁자가 될 것”이라며 “과학기술을 통해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해 주길 바란다. 미래는 예언할 수는 없지만 창조할 수 있다”고 말하자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 학교 학생 루카 씨(20)는 “기술의 사회적 가치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내년 3월 KT 주주총회를 끝으로 회장에서 은퇴한다. 이날 강연은 그가 KT 회장으로서 하는 마지막 공개 강연인 셈이다.

취리히=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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