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당뇨병, 치매까지…피부에 붙이는 ‘패치형 약’ 전성시대

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19-10-24 15:27 수정 2019-10-24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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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바티스가 2007년에 출시한 치매 증상 완화용 패치 ‘엑셀론패치‘의 모습이다. 피부에 붙이는 패치형 약은 부작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지만, 약효를 위해 보이지 않는 기술이 많이 필요하다. 노바티스 제공
미국식품의약국(FDA)은 15일(현지시간) 노벤 파마슈티컬스가 개발한 최초의 피부 흡수 패치형 조현병 치료제 ‘세쿠아도(성분명 아세나핀)’를 승인했다. 파스처럼 몸에 붙이기만 해도 기존 약과 비슷한 효과를 안전하게 볼 수 있다. 기존 패치형 치료제는 근육 관절 통증 완화용이나 멀미 예방용 정도였지만, 최근 고혈압이나 당뇨병, 요실금, 천식 등 다양한 질환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패치형 치료제는 하루에 한 번 피부에 붙이는 것만으로도 약효가 최대 수십 시간 지속되는 게 장점이다. 양승윤 부산대 바이오소재과학과 교수는 “주사처럼 매번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되고, 먹는 약처럼 위장이나 간에서 대사를 할 필요가 없어 흡수율을 높일 수 있다”며 “부작용이 나타나면 즉시 뗄 수 있어 안전하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패치형 치료제의 단점도 있다. 패치의 약물이 피부에 흡수되는 비율은 10% 이하로 매우 낮은 편이다. 피부 표면에는 수십 마이크로미터(μm, 1μm는 100만분의 1m) 두께의 각질층이 존재하는데, 마치 벽돌 사이에 시멘트가 채워져 있는 것처럼 죽은 세포 사이에 지질이 채워져 외부 물질이 피부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다. 이 때문에 기존에는 분자 크기가 작고, 피부 장벽의 지질을 통과할 수 있도록 기름과 잘 섞이는 성질을 가진 약물만 주로 패치형으로 개발됐다.

제약사들은 피부 흡수를 촉진하는 물질을 바르거나 초음파, 초미세전류 등을 이용해 약물 흡수율을 높이는 방법을 개발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화학공학과 연구팀은 2012년 초음파를 이용한 패치를 개발해 약물전달 분야 국제학술지 ‘저널오브컨트롤드릴리스’에 발표했다. 피부에 초음파(20kHz~3MHz)를 가하니 각질층이 일시적으로 연해져 분자량이 크거나 기름에 잘 녹지 않는 약물도 피부를 잘 통과했다. 돼지 피부를 이용해 실험한 결과 포도당처럼 작은 분자는 10배, 섬유질의 일종인 이눌린처럼 큰 분자는 4배 더 잘 흡수됐다. 이외에도 코르티솔이나 인슐린, 백신 등을 혈액에 직접 주입하기 위해 수백 마이크로미터 길이의 미세 바늘(마이크로니들)을 달기도 한다.

최근에는 알츠하이머 치매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패치 개발 경쟁이 뜨겁다. 치매 증상을 완화하는 기존 약들은 대부분 먹는 약인데, 치매 환자들은 복용 시간과 횟수를 제때 지키기 힘들기 때문이다. 알약을 제대로 삼키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2007년 노바티스에서 ‘엑셀론패치(성분명 리바스티그민)’를 처음 출시했고, 국내에서는 SK케미칼이 엑셀론의 제네릭(원드론패치)을 출시했다. 보령제약과 라파스는 마이크로니들 패치(성분명 도네페질)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치매 증상 완화용 패치는 기존 먹는 약과 효과는 비슷하지만, 구토나 염증 등 부작용이 작다.

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zzung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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