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서 다시 불붙는 ‘달 탐사’…꿈 아닌 현실로 만든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19-10-24 15:19 수정 2019-10-24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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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간우주회사 블루오리진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가 22일 미국 위싱턴DC에서 열린 제70회 국제우주대회에서 국제우주연맹이 기업에 최초로 수여한 우수 산업상을 수여한 직후 소감을 이야기하고 있다. 워싱턴D.C.=박근태 기자 kunta@donga.com
미국의 민간우주기업 블루오리진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가 인류의 달 이주를 현실화할 드림팀을 깜짝 공개했다. 베이조스 CEO는 이달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월터E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9 국제우주대회(IAC)’에서 “발사체 기술과 장거리 항행 기술을 보유한 록히드마틴과 노스롭그루먼, 찰스 스타크 드레이퍼연구소와 ‘내셔널팀’을 결성하고 함께 2024년으로 예정된 달 탐사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블루오리진은 이들 기업들과 함께 달 표면에 보급품을 보낼 수송수단을 개발할 계획이다.

올해로 70회를 맞은 IAC는 세계 각국의 우주개발 사업과 민간 우주개발, 국제협력, 과학연구 등을 공유하는 최대 규모의 국제행사다. 미국의 유인 탐사선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50주년을 맞아 열린 이번 대회에서는 인류의 달 탐사 의지를 재확인하고 계획을 현실화할 비전이 제시됐다. 인류는 1972년 12월 아폴로 17호를 마지막으로 달을 밟지 않고 있다.

세계 각국 우주기관과 기업들은 이번 대회에서 첫 여성 우주인의 달 착륙, 개별 국가만이 아닌 국제협력에 기반 한 달 탐사, 구체적인 과학연구, 태양계 행성 탐사 등 향후 10년 우주개발의 이정표를 제시했다. 이달 21일 개막연설에 나선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2024년으로 예정된 미국의 달 탐사 ‘아르테미스’ 미션을 통해 인류 역사상 여성 우주인이 처음으로 달을 밟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다른 나라 우주비행사의 참여를 적극 고려하고 있다는 계획도 내놨다. 짐 브라이든스틴 NASA 국장은 “아르테미스 미션에는 미국인뿐만 아니라 국제협력을 통해 다른 나라 우주비행사도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밝혔다.

블루오리진은 지난 5월 달 표면에 화물을 운송하는 블루문 프로젝트에 사용될 착륙선을 공개했다. 사진은 21일 미국 워싱턴DC에서 개막한 2019 국제우주대회장에 전시된 블루문 랜더 모형. 워싱턴D.C.=박근태 기자 kunta@donga.com
정부의 주도적 역할 아래서 우주개발을 해왔던 거대 항공우주기업을 이제는 도전적인 신생 기업이 이끌고 있는 것도 주목할만하다. 블루오리진이 록히드마틴과 노스롭그루먼 등 전통적인 항공우주기업들과 협업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블루오리진은 달에 보급품을 보내는 핵심 수송수단인 착륙선 ‘블루문’의 엔진 테스트에 돌입한 상태다. 블루오리진은 앞으로 달에서 지구의 흔적을 찾는 연구와 태양계 행성 지질 탐사, 달의 자원과 환경을 활용한 정주 가능성 연구에 나설 계획이다. 브렌트 셔우드 블루오리진 부사장은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우주에서 살도록 하는 게 회사의 목표”라며 “기업 규모나 지역에 관계없이 이 같은 비전을 위한 우주산업 생태계는 열려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 회사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는 2022년 달에 화물을 운송해 달 개발을 위한 자원을 보낸 뒤 2024년 달 착륙에 나설 계획을 공개했다. NASA의 아르테미스 미션과는 또 다른 민간 달 탐사의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다. 유럽의 전통적인 우주발사체 기업 아리안스페이스도 달 탐사를 현실화할 비전을 내놨다. 요한 디트리히 뵈르너 유럽우주국(ESA) 국장은 “미국 화성 탐사의 전초기지 역할을 할 달 궤도 우주정거장 ‘루나게이트웨이’를 가능케 하기 위한 발사체 발사를 2023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주 관련 스타트업들도 달 탐사를 위한 새로운 계획들을 속속 공개했다.

중남미 국가들도 신생 우주 스타트업과 손잡고 달을 향한 꿈을 키우고 있다. ‘에콰도르 시민우주청’은 ‘국제우주연맹(IAF) 라틴아메리카 지역그룹’과 영국의 스타트업 스페이스비트와 손잡고 남미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달 탐사에 나선다. 스페이스 비트는 이번 행사에서 영국 첫 달 탐사 로버를 발표했다. 파블로 타나슈크(Pavlo Tanasyuk) 스페이스비트 CEO는 “우주 탐사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주체들의 다양성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달 탐사를 위한 국제 협력 체계의 중요성을 일깨운다는 점에서 이번 협력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스타트업 아이스페이스도 2021년 달 탐사를 위한 소형 로버를 보낸 뒤 2023년 달 정주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표면 탐사와 데이터 수집에 나선다. 하카마다 다케시 아이스페이스 CEO는 “광물자원 연구, 에너지, 통신 등 달 탐사를 위한 플랫폼을 개발하는 게 비전”이라며 “NASA, 찰스 스타크 드레이퍼연구소 등과 협력 체계를 갖췄다”고 밝혔다.

2025년까지 확정된 세계 각국 달 탐사계획은 달에 사람을 보내는 4개의 유인우주 계획을 포함해 모두 21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민간이 주도하는 탐사계획이 9개다. 1960~1970년대 달 탐사를 미국과 옛 소련이 주도했던 것과 달리 다시 달로 돌아가는 인류의 계획은 민간 기업이 큰 축을 차지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아직까지 투자나 구체적 실행계획이 확장되지 않았지만 제안된 계획도 16건에 이른다.

한국은 당초 내년 말로 예정된 달 궤도선 발사 계획이 2022년 7월로 변경됐다. 궤도선에 실리는 각종 실험 장치 무게를 줄이지 못하면서 연기됐다. 달 궤도선이 운영되는 방식도 달 100km 상공을 원으로 도는 방식에서 100~300km 타원궤도를 도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최원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한국의 달 궤도선은 미국의 달 탐사계획에 활용될 중요한 정보를 수집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며 “수정된 달 탐사선 운영 계획과 궤도에 대해 미국 측과 조율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D.C.=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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