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경심 “한 가족을 이렇게까지”… 檢 “공정성 허문 사회지도층”

황성호 기자 , 신동진 기자 , 김정훈 기자

입력 2019-10-24 03:00 수정 2019-10-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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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영장심사]수사 57일만에 정경심 공개석상에

“우리 사회가 한 가족을 이렇게까지 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23일 서울중앙지법의 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 종료 직전 정 교수는 최후변론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미리 준비해온 글을 정 교수가 읽자 변호인단 6명 중 일부는 눈물을 흘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 교수 측은 일가족 전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부당하다면서 불구속 재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검찰 측은 “사회지도층인 정 교수가 딸의 부정입학에 연루된 것만으로도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며 맞섰다. 특히 “남편이 청와대에 근무 중일 때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헐값에 매입한 것은 정 교수 외에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 2억여 원 싸게 매입… 주가 언급 녹취록도 공개

모두 11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정 교수에 대한 영장심사는 딸의 부정입학과 사모펀드 투자, 증거인멸 관련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오후 2시가 넘자 검찰은 조 전 장관 일가가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 관련 의혹을 집중적으로 신문했다. 검찰은 정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코링크PE 관련 혐의가 중대한 사안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구속영장의 11개 혐의 중 코링크PE 관련 혐의가 4개에 이르고, 검찰과 변호인 측 모두 파워포인트(PPT)까지 준비해 송 부장판사 앞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정 교수가 남편이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으로 일하던 지난해 1월 제3자 명의로 매입한 2차전지 업체 더블유에프엠(WFM)의 실물주식 12만 주의 매입 가격 등을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검찰은 이 주식의 가격이 원래 8억4000만 원 정도가 됐어야 했는데, 헐값에 넘어갔다고 주장했다. 12만 주의 거래가격은 1주에 5000원이었다. 그런데 그 무렵 WFM의 주식은 7000원을 웃돌 정도였다. 매입자 입장에선 상장회사 주식 2억4000만 원가량을 공짜로 얻게 된 셈이다. WFM의 주식이 정 교수에게 넘어간 후 약 한 달 뒤 군산공장 가동과 중국 업체에 2차전지를 공급하는 내용의 호재성 공시가 나오면서 주가가 더 올랐다. 정 교수 입장에선 기존 가격보다 2000원가량 싸게 사들인 주식이 추후 훨씬 더 오를 가능성이 있었던 것이다.

이 주식은 올 8월 검찰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정 교수의 동생 정모 보나미시스템 상무(56)의 자택에서 발견됐다. 정 교수 측은 “동생에게 돈을 빌려줬을 뿐 주식을 매입한 것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검찰은 영장심사에서 정 교수가 동생 정 상무와 코링크PE의 총괄대표였던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 씨(37·수감 중) 등과 WFM 주가에 대해 논의하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다.

검찰은 정 교수에게 이 주식과 관련해 자본시장법상 미공개 정보 이용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정 교수가 차명으로 헐값에 주식을 매입한 경위와 주식 매입 자금의 출처 등을 수사하기 위해 정 교수에 대한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교수 측은 “공개된 정보라 미공개 정보가 아니었다”면서 “(코링크PE 관련은 검찰의) 사실관계 자체도 잘못됐지만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 자체가 법리적으로 죄가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고 한다.


○ 검찰 “수감생활 가능”… 변호인 “건강 나빠”

정 교수의 건강 역시 영장심사의 핵심 쟁점이었다. 정 교수 측은 최근 뇌종양과 뇌경색을 진단받았다면서 해당 병명이 기재된 입원증명서를 송 부장판사에게 제출했다. 하지만 검찰은 정 교수의 건강 상태가 수감생활을 견딜 정도라고 보고 구속 수사가 가능하다는 논리를 폈다. 검찰은 수사팀 내의 의사 출신 검사가 외부 전문가 등과 함께 정 교수의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분석한 결과 양성 종양으로 결론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음성 종양의 경우 돌기가 있는 원형이 찍혀 나와야 하는데, 정 교수의 종양은 돌기가 없이 일반적인 물혹 모양이었다는 것이다. 정 교수 측은 “구속을 견디는 데 있어서 충분히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고려돼야 한다”는 취지로 재판부를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정 교수가 딸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를 위해 ‘동양대 총장 표창장’과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활동증명서를 위조한 것에 대해 사회지도층이 입시제도의 공정성을 허물었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 교수 측은 “약간 과장되거나 허위라는 이유로 검찰이 트집을 잡는다”면서 “어느 정도일 때 허위라고 할 수 있는지, 이런 부분에 대해 아직 우리 사회에서 합의되지 않았다”고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증거은닉 교사와 증거위조 교사 혐의에 대해서도 검찰과 변호인단은 정반대의 주장을 했다. 검찰은 정 교수가 코링크PE에 대한 허위 해명자료를 배포하도록 하고, 연구실과 자택 PC를 교체해 증거인멸을 주도했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 측은 고의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성호 hsh0330@donga.com·신동진·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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