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 웹툰 원작자 까마중 작가 인터뷰

양형모 기자

입력 2019-10-23 15:59 수정 2019-10-23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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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의 웹툰 원작자 까마중 작가. 사진제공|Con.T

현재 미국 유학하며 차기작 구상 중
주인공 ‘찬란’은 내 이야기지만 나와는 다른 캐릭터
찬차나 2부? 생각은 하지만 기대는 아직…


“당신은 지금 그대로 찬란해. 그러니까 더 이상 찬란해지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위로의 말을 건네는 연극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

공연 팬들의 대학로 발걸음을 재촉하게 만드는 이 연극의 원작은 알려진 대로 동명의 웹툰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이다. 2017년 여름에 네이버웹툰에 연재를 시작해 2019년 봄까지 30만 독자의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팬들 사이에서는 ‘찬차나’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제목답지 않게 ‘찬란한 바람’을 일으켰다.

그런데 정작 이 웹툰을 쓰고 그린 작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많지 않았다. 자신의 작품이 연극으로 만들어져 두 번째 일어난 ‘찬란한 바람’이 대학로를 휩쓸고 있지만, 원작자의 목소리는 듣기 어려웠다.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몇 가지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우선 웹툰의 작가가 현재 외국에 머물고 있다는 것, 그리고 다른 일로 인해 웹툰 작품 활동을 잠시 접어둔 상태라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자신이 쓰고 그린 웹툰의 쌍둥이 동생과 같은 연극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관심을 보이는 한편 배우, 스태프, 관객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해 왔다.

웹툰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의 원작자 까마중 작가와의 인터뷰는 이메일을 통해 진행되었다.


- 많은 사람들이 작가의 근황을 궁금해하고 있다.

“웹툰 ‘찬차나’ 완결이 다가오는 시점부터 미국 유학 준비를 시작했다. 지금은 미국에서 유학 중이고, 더불어 웹툰 차기작도 구상하고 있다. 여러 캐릭터와 소재가 떠올라 정리가 필요한 상태다. 독자님들과 소통하고 싶어 얼른 웹툰을 연재하고 싶다가도, 작업과 마감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다신 연재하기 싫어지곤 한다(허허). 웹툰을 연재하게 된다면 유학을 계속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지금 허락된 순간들을 감사하고 소중하게 보내려고 한다.”


- 까마중이란 필명은 어떻게 짓게 되었는지.

“중학교 때 내 삶이 잡초 같다고 생각했다. 마침 ‘까마중’이란 (우리나라에서 매우 흔한) 잡초 이름을 알게 되면서 이메일 아이디로 사용해왔다. 웹툰작가가 되고 나서야 까마중은 그냥 잡초가 아니라 꽃도 피고 열매도 나는 식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또 그 열매가 만병통치약이라고 해서 괜히 흐뭇하기도 했다. 호기심에 까마중액을 주문해 먹어본 적도 있는데, 다시 주문해 먹진 않을 것 같다.”

사진제공|Con.T

- 본인의 원작이 공연으로 탄생되었다. 어떤 느낌인가.

“찬란, 도래, 유, 진, 시온이는 ‘상처’를 중심으로 설정된 캐릭터들인 만큼 내게 애틋하다. 이 인물들이 무대 위에서나마 실제로 살아 움직인다는 사실이 설레고, 신기하다. 연극으로 각색하기도, 무대로 만들기도, 연기하기도 힘든 이야기였을 것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공연을 해내고 있는 (웹툰 속 연극부원들처럼) 연극 관계자 모두에게 감사하다.”


- 제작사가 공연을 올리기 꽤 오래 전에 작가, 네이버웹툰 담당자와 접촉한 것으로 알고 있다. 공연이 올라가기까지 (긴 시간 동안) 어떤 생각이 들었나. 기대만큼 걱정도 있었을 것 같다.

“만화 속 인물들이 살아 움직일 거란 상상만으로도 기대가 됐다. 기존 웹툰 독자님들에게도 큰 선물이 될 수 있을 것 같았고, 웹툰을 보지 않은 관객들에게도 뜻깊은 공연이 됐으면 했다. 한편으론 혹시라도 만화의 주요 메시지가 왜곡될 수 있다는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대표님, 작가님, 연출님 모두 원작 메시지에 충실하도록 노력하셨다고 알고 있다. 공연은 공연대로 하나의 온전한 작품이 되길 응원할 뿐, 걱정되는 건 없었다.”

사진제공|Con.T

- 캐릭터들이 모두 우리 주변에서 한두 명쯤 있을 법한 친근한 인물들이다. 캐릭터 탄생비화 같은 것이 있을까.

“의외로 인물들을 처음 설정할 때 그렇게 많은 고민을 하지 않았다. 웹툰 ‘찬차나’ 1부 후기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모두 나의 상처를 하나씩 나누어준 인물들이다. 또 나와 가까운 사람들이 겪는 상처를 (그 이야기를 그대로 따오진 않았지만) 담아내기도 했다. 아, 그래도 에피소드를 하나 말하자면 유의 경우 처음부터 찬란이를 짝사랑하는 인물로 설정했던 것은 아니다. 5화에 카페에서 알바 중인 찬란이 앞에 유가 나타나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을 그리고 나서야 ‘얘가 얠 좋아하겠다’ 하고 생각했다.”


- 혹시 찬란이는 작가의 이야기가 아닌가.

“찬란이의 어린 시절 이야기는 실제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와 비슷하다. 작품 분위기를 너무 무겁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가난의 정도나 폭력의 정도를 순화하고 축약해 표현했다. 하지만 찬란이의 대학생활과 나의 대학생활은 많이 달랐다. 나도 많이 바쁘고 가난했지만 나름대로 즐길 건 즐겼고, 도래처럼 늘 확실한 목표가 있었다. 그리고 찬란이와 내 실제 성격도 많이 다르다. 찬란이는 작품 주제에 맞게 설정된 인물일 뿐, 나는 아니다.”

사진제공|Con.T

- 찬차나 2부를 기다리는 독자들이 많다.

“차기작을 구상 중이다. 사실 그 사이에 차기작을 하나 준비하다 엎었(?)는데, 이야기 자체는 재밌지만 캐릭터들에게 애정이 안 가서 도저히 그릴 수 없을 것 같았다. 나한테도 설득력이 있고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캐릭터들을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 찬차나 2부는… 사실 20대 후반이 된 인물들의 이야기를 생각해보긴 했다. 언젠가 30, 40편 정도의 짧은 이야기로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연재를 할지는 모르겠다.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속 편하실 것 같다.”


- 문예창작과 신학을 전공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만화 수련은 어떻게 했는지.

“부끄럽게도 만화 수련을 따로 하지 않았다. 만화 관련 학과를 전공하거나 학원을 다니신 웹툰작가님들이 많은데, 나는 그런 과정은 거치지 않았다. 웹툰보단 소설을, 드라마보단 영화를 더 많이 보며 살았다. (웹툰작가가 되기 전에 완결까지 본 웹툰이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다). ‘찬차나’ 웹툰 연재가 나한텐 만화 수련의 시작이었던 거 같다. 그래서 ‘찬차나’는 만화적으로 보면 정말 부족한 작품이다. 앞으로 다른 웹툰작가님들의 작품을 많이 보면서 만화 수련을 해나가려고 한다.”

사진제공|Con.T

- 연극 ‘찬차나’ 역시 웹툰과 마찬가지로 많은 청춘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다. 특히 중·고·대학생들, 또는 기존에 공연을 보지 않던 사람들의 방문이 많다.

“지금 우리 사회는 매우 혼란한 것 같다. 가짜 정보가 넘쳐 무엇이 진실인지 알기 어렵고, 선악의 기준이 왜곡되어 무엇이 선이고 악인지 분별하기 어렵다. 나는 이 작품 속에서 성장하는 개인들을 통해, 타인과 사회를 바라보는 (‘옳은’이라기 보단)보다 성숙한 관점을 제시하고 싶었다. 특히 자기 자신, 타인, 사회를 어떻게 봐야 할지 혼란스러울 청춘들에게 참고가 된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연극 ‘찬차나’가 청춘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다니 다행이고 기쁘다.”


- 연극으로 만들어진 ‘찬차나’는 어땠나.

“미국에서 학업 중이기 때문에 아직 연극을 보지 못했다. 관계자 분들, 특히 배우님들과 눈 맞추며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은데, 많이 아쉽다. 대신 공연 전에 대본 최종본을 받아보았다. 짧은 러닝타임 안에 캐릭터들을 보여주고, 메시지를 전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해 공연의 특성에 맞게 각색하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토록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소소한 재미를 살리는 연극은 본 적이 없어 신선하다고 느꼈다.”

사진제공|Con.T

- 작가로서의 비전은 어떤 것인가.

“작가로서 거창한 비전은 없다. 오히려 그냥 한 인간으로서나 잘 살아내고 싶다(허허).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서, 작품에서도 자연스럽게 좋은 영향력이 흘러나가면 좋겠다. 그뿐이다.”


- 마지막으로 연극 ‘찬차나’ 공연장을 찾아 주고 있는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 모두 자신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진심으로 말할 수 있길 응원합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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