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두산인프라코어-재무적투자자, 中법인 매각실패 관련 7100억 소송

배석준 기자

입력 2019-10-22 03:00 수정 2019-10-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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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출신 3명 연이어 변호 ‘전면전’
인프라코어 한해 영업익 규모 걸려 대법원 연내 판결 앞두고 총력전
FI, 김용담 前대법관을 창으로
두산측, 故 손지열 이어 이인복‘방패’


두산그룹의 핵심 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의 중국법인(DICC) 매각 실패에 따른 소송전에서 대법관 출신 3명이 변호에 나서는 이례적인 기업 소송이 펼쳐지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연간 영업이익에 육박하는 7000억 원대의 배상액이 걸린 만큼 양측이 사실상 전관예우를 노린 전면전에 나선 것이다.

21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와 미래에셋 프라이빗에쿼티(PE), IMM PE, 하나금융투자 PE로 구성된 재무적 투자자(FI) 간의 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연내 나올 예정이다.

DICC는 1994년 중국 옌타이에 설립된 굴착기 제조 및 판매 법인으로 중국 건설경기 침체로 어려움에 겪다가 2016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자회사인 밥캣과 DICC의 실적 덕분에 2017년 연결기준 영업이익 6608억 원, 2018년에는 8481억 원을 거뒀다. 하지만 약 7100억 원의 매매대금 지급 청구 소송에서 패하면 연간 영업이익에 해당하는 금액을 FI 측에 지급해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DICC는 두산그룹의 주요 캐시카우로 최종심에서 질 경우 중국법인 매각설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두산인프라코어 측은 지난달 11일 법무법인 한누리의 이인복 전 대법관을 변호사로 선임했다. 원고인 FI들은 이미 세종의 김용담 전 대법관 등을 앞세워 소송에 나섰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역시 김앤장의 손지열 전 대법관을 방패로 내세웠으나 올해 초 손 전 대법관이 별세하자 이인복 변호사를 다시 투입했다. 대법관 출신 3명이 소송전에 나서는 이례적인 기업 소송전이 연출된 것이다.

양측은 이번 사건을 맡은 김재형 대법관의 학계 인맥까지 총동원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의견서 전쟁’까지 펼치고 있다. FI들은 이철송 건국대 로스쿨 석좌교수와 양창수 한양대 로스쿨 석좌교수 등을, 두산인프라코어 측은 윤진수 권영준 서울대 로스쿨 교수 등의 의견서를 받아 제출했다.

이번 소송의 발단은 FI들이 2011년 4월 DICC 지분 20%를 3800억 원에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3년 내 DICC가 기업공개(IPO)를 하면 투자금을 회수한다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중국 건설경기 침체로 실적이 악화되면서 IPO는 무산됐다. 이에 FI들은 나머지 지분 80%를 포함한 지분 100%를 매각할 수 있는 ‘드래그얼롱’(동반매도청구권)을 행사해 공개 매각에 나섰으나 불발됐다. 드래그얼롱은 소수 지분 투자자가 보유 지분 매각 과정에서 대주주의 지분을 묶어서 함께 팔 수 있는 권리다.

결국 FI들은 2015년 11월 “두산인프라코어 측이 IPO를 확언했으나 성사시키지 않았고 매각 작업에 협조하지 않는 등 주주 간 계약서상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두산을 상대로 소송에 나섰다. 반면 두산인프라코어 측은 “경기 악화에 따른 어쩔 수 없는 결과”라고 반박했다.

1심과 2심은 엇갈렸다. 2017년 1월의 서울중앙지법 1심에서는 두산인프라코어가 승소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서울고법 2심에서는 “두산인프라코어가 FI의 지분 매각 절차를 방해했다”며 투자 원금에 수익률 연 15%를 합산한 7000억 원대의 금액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이번 소송은 한국에서 재무적 투자자와 투자받은 기업 간에 벌어진 가장 큰 규모의 소송전이다 보니 이례적으로 대법관 출신 3명이 변호인에 포함되면서 대법원에서 필사적으로 싸울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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