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소주성 언급없이 투자 강조… “기업 투자환경 마련을”

한상준 기자

입력 2019-10-18 03:00 수정 2019-10-18 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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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경제장관회의 주재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금 우리는 경제와 민생에 힘을 모을 때”라며 “민간 활력을 높이는 데 건설 투자의 역할이 크다”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예정에 없던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것은 각종 경제 지표가 좀처럼 호전되지 않는 상황에서 경제 정책을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공직 사회에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두 달 넘게 청와대와 여당의 발목을 잡고 있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문제가 일단락된 이상 앞으로 경제 행보에 더욱 주력하겠다는 뜻도 담겼다. 경제 문제는 정권 후반부의 명운을 가를 내년 총선의 최대 이슈이기 때문이다.


○ 소득주도성장 대신 10차례 ‘투자’ 강조

이날 회의에선 3시간 넘게 최근 경제 동향과 고용 동향 등 안건 보고와 함께 문 대통령과 참석 장관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소득 확대 등 기존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언급 없이 10차례에 걸쳐 ‘투자’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경기가 어려울 때 재정 지출을 확대해 경기를 보강하고, 경제에 힘을 불어넣는 것은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지출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나서 돈을 풀어 경제의 선순환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특히 문 대통령은 주택 공급, 교통망 확충 등 세 차례에 걸쳐 ‘건설 투자’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을 쓰는 대신 국민 생활 여건을 개선하는 건설 투자에 주력해 왔다”며 “이 방향을 견지하면서 필요한 건설 투자는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1월 지역균형발전 등의 명분으로 24조1000억 원 규모의 23개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발표한 데 이어 건설 투자 확대를 주문한 것. 청와대는 대규모 토목 공사는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그 대신 지역 공공시설 등 ‘생활 사회간접자본(SOC)’을 내세웠다.

그러나 규모가 작은 생활 SOC 사업으로는 경기 침체 방어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이번엔 제대로 건설 투자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계획된 주택 건설 시기 등을 앞당기라는 의미이지 새로운 건설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고용 개선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같은 달 기준으로 두 달 연속 역대 최고의 고용률을 기록했고 청년 고용률이 16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다”고도 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청년 고용지표가 개선되고 있으나 체감 상황이 여전히 어려운 이유를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검토하라”며 적극적인 고용 정책을 당부했다.


○ 이틀 연속 긴급회의 개최한 문 대통령


이날 회의는 하루 전인 16일에야 개최가 확정될 정도로 급하게 마련됐다. 16일 김오수 법무부 차관 등으로부터 긴급 보고를 받았던 문 대통령은 이틀 연속 예정에 없던 회의를 주재한 것이다.

이례적인 ‘긴급회의 릴레이’는 집권 후반부를 앞두고 공직 사회를 다잡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다음 달이면 임기 반환점을 돌게 되는데 경제 등 핵심 국정 과제는 앞으로도 문 대통령이 직접 흔들림 없이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불참한 상황에서도 문 대통령이 이날 회의를 강행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문 대통령은 곧 있을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경제 분야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활성화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부탁하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정책 의지 등을 설명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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