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간호사 67% “1년내 퇴직 고려”
전주영 기자 , 위은지 기자
입력 2019-10-15 03:00 수정 2019-10-15 10:28
[병원 떠나는 간호사들] <上> 격무에 시달리는 ‘백의 천사’
《간호사가 현장을 떠나고 있다. 면허를 취득한 지 1년이 안 된 신규 간호사 10명 중 7명은 근무가 힘들어 일하고 있는 병원을 그만둘 생각을 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가 이달 1∼7일 전국 신규 간호사 1397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다니는 병원을 1년 이내 그만두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는 응답자가 67.4%로 나타났다. 과중한 업무량과 낮은 임금, 불규칙한 근무시간, 야간 근무 등이 이들을 일터에서 멀어지게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간호 전문 인력이 부족해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이 입게 된다.》
김 씨와 같은 사례는 전국의 많은 병원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다. 14일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올해 간호사국가시험 합격자를 포함해 전국에서 활동하는 간호사는 20만7315명. 전체 간호사 면허 취득자 41만5532명의 49.9%다. 간호사 절반은 쉬거나 다른 일을 하는 셈이다. 동아일보는 간호사가 왜 병원을 떠나는지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하는 3회 시리즈를 연재한다.
○ 병원을 떠나는 간호사들
간호협회가 이달 1∼7일 간호 면허를 딴 지 1년 이내인 간호사 1397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근무하는 병원에서 1년 안에 그만두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는 응답이 67.4%나 됐다. 떠나고 싶은 이유로는 과중한 업무량(19.0%), 낮은 임금(16.4%), 불규칙한 근무시간과 과도한 야간근무(15.7%) 등을 꼽았다.
응답자 중 1년이 채 안 돼 병원을 옮긴 간호사는 42.4%였다. 이직 사유 역시 과중한 업무량(21.7%), 직장문화(19.8%), 불규칙한 근무시간·야간근무(15.6%), 낮은 임금(13.4%) 순으로 비슷했다. 2016년 병원간호사회의 실태조사 때 ‘1년 이내 이직률’은 35.3%였다.
한국의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은 간호사 1명이 평균 16.3명의 환자를 돌본다. 중소병원은 43.6명이나 된다. 미국(5.7명) 스웨덴(5.4명) 노르웨이(3.7명) 등과 비교하면 중노동이다. 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간호사 1명당 환자 2.5명을 배치해야 하지만 유명무실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중환자실 2년 차 간호사 K 씨는 3교대 근무로 식사와 배변이 불규칙해 방광염과 변비를 번갈아 앓는다. 나이트 근무 때는 오후 9시 반에 출근해 이튿날 오전 8시 30분에 끝난다. 그러나 5시간도 못 자고 그날 오후 2시 반부터 오후 10시 반까지 이브닝 근무를 할 때도 많다. 인수인계하느라 근무시간을 훌쩍 넘겨도 초과수당은 없다. K 씨는 “신입 간호사들에게 떠날 수 있을 때 떠나라고 한다”고 탄식했다.
업무량은 과중한 데 비해 임금은 박하다. 병원간호사회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간호사 평균 연봉은 상급종합병원 3286만 원, 종합병원 2748만 원, 중소병원은 2506만 원이다. 같은 4년 차 대졸 대기업 초임에 뒤처진다. 환자 30∼40명을 책임지며 밤샘 야근도 잦은 중소병원 간호사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 심하다. 김영경 부산가톨릭대 간호대학장은 “과중한 업무량은 간호사가 병원을 떠나는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 간호사 평균 연령 28.7세로 연소화
현장을 이처럼 많이 떠나다 보니 베테랑 간호사는 점점 줄어든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병원 간호사 평균 연령은 28.7세다. 전체 활동 간호사의 76.4%가 20대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간호사는 평균 6.2년 일한다. 평균 근속기간 18.1년인 미국의 절반도 안 된다.
간호사들은 대형병원이 젊고 튼튼한 간호사를 더 선호한다고 입을 모은다. 신규 간호사가 몇 달을 버티지 못하는 일이 많아서다. 대형병원에 들어간 간호사가 3개월을 버티면 이를 축하하는 ‘100일 잔치’가 있을 정도다.
서울의 대형병원 3년 차 간호사 S 씨는 “1년 차 미만 간호사가 중환자실 간호 인력의 60%라서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중소병원 2년 차 간호사 P 씨는 “‘잘못하다가는 나 때문에 환자가 죽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털어놨다.
지방의 한 병원에서 자궁절제술을 받고 입원 중인 김모 씨(60). 의사 얼굴 보기 힘들다는 것은 알았지만 간호사마저 그럴 줄 몰랐다. 당뇨가 있어 저혈당이 걱정돼 간호사가 자주 김 씨 상태를 체크해야 하지만 만나기가 어렵다. 그나마 잠깐 나타나는 간호사에게 수술 경과나 치료 일정을 묻지만 대답은 “잠깐만요”다. 김 씨는 “간호사들을 보면 딸 같은 마음에 이해해야지 싶다가도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씨와 같은 사례는 전국의 많은 병원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다. 14일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올해 간호사국가시험 합격자를 포함해 전국에서 활동하는 간호사는 20만7315명. 전체 간호사 면허 취득자 41만5532명의 49.9%다. 간호사 절반은 쉬거나 다른 일을 하는 셈이다. 동아일보는 간호사가 왜 병원을 떠나는지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하는 3회 시리즈를 연재한다.
간호협회가 이달 1∼7일 간호 면허를 딴 지 1년 이내인 간호사 1397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근무하는 병원에서 1년 안에 그만두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는 응답이 67.4%나 됐다. 떠나고 싶은 이유로는 과중한 업무량(19.0%), 낮은 임금(16.4%), 불규칙한 근무시간과 과도한 야간근무(15.7%) 등을 꼽았다.
응답자 중 1년이 채 안 돼 병원을 옮긴 간호사는 42.4%였다. 이직 사유 역시 과중한 업무량(21.7%), 직장문화(19.8%), 불규칙한 근무시간·야간근무(15.6%), 낮은 임금(13.4%) 순으로 비슷했다. 2016년 병원간호사회의 실태조사 때 ‘1년 이내 이직률’은 35.3%였다.
한국의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은 간호사 1명이 평균 16.3명의 환자를 돌본다. 중소병원은 43.6명이나 된다. 미국(5.7명) 스웨덴(5.4명) 노르웨이(3.7명) 등과 비교하면 중노동이다. 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간호사 1명당 환자 2.5명을 배치해야 하지만 유명무실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중환자실 2년 차 간호사 K 씨는 3교대 근무로 식사와 배변이 불규칙해 방광염과 변비를 번갈아 앓는다. 나이트 근무 때는 오후 9시 반에 출근해 이튿날 오전 8시 30분에 끝난다. 그러나 5시간도 못 자고 그날 오후 2시 반부터 오후 10시 반까지 이브닝 근무를 할 때도 많다. 인수인계하느라 근무시간을 훌쩍 넘겨도 초과수당은 없다. K 씨는 “신입 간호사들에게 떠날 수 있을 때 떠나라고 한다”고 탄식했다.
업무량은 과중한 데 비해 임금은 박하다. 병원간호사회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간호사 평균 연봉은 상급종합병원 3286만 원, 종합병원 2748만 원, 중소병원은 2506만 원이다. 같은 4년 차 대졸 대기업 초임에 뒤처진다. 환자 30∼40명을 책임지며 밤샘 야근도 잦은 중소병원 간호사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 심하다. 김영경 부산가톨릭대 간호대학장은 “과중한 업무량은 간호사가 병원을 떠나는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현장을 이처럼 많이 떠나다 보니 베테랑 간호사는 점점 줄어든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병원 간호사 평균 연령은 28.7세다. 전체 활동 간호사의 76.4%가 20대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간호사는 평균 6.2년 일한다. 평균 근속기간 18.1년인 미국의 절반도 안 된다.
간호사들은 대형병원이 젊고 튼튼한 간호사를 더 선호한다고 입을 모은다. 신규 간호사가 몇 달을 버티지 못하는 일이 많아서다. 대형병원에 들어간 간호사가 3개월을 버티면 이를 축하하는 ‘100일 잔치’가 있을 정도다.
서울의 대형병원 3년 차 간호사 S 씨는 “1년 차 미만 간호사가 중환자실 간호 인력의 60%라서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중소병원 2년 차 간호사 P 씨는 “‘잘못하다가는 나 때문에 환자가 죽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털어놨다.
탁영란 한양대 간호학부장은 “환자 회복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간호사가 현장을 떠나면 환자 안전에 직접 영향을 끼친다”며 “경험 있는 간호사가 포기하지 않도록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위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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