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상형 전자담배 독성 논란… 과학적 정보 투명하게 공개해야

최재욱 고려대 환경의학연구소 교수

입력 2019-10-10 03:00 수정 2019-10-10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대마-마리화나 사용한 전자담배, 美서 폐손상 연관성 밝혀져 혼란
우리 실정에 맞는 감축정책 필요


최재욱 고려대 환경의학연구소 교수
최근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전자담배 사용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그로 인한 부작용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자담배는 베이핑(vaping)으로 알려진 액상형과 태우지 않는 가열형 또는 궐련형으로 구분한다. 한국의 경우 액상 및 궐련형 전자담배의 시장 점유율이 15%에 이를 정도로 최근 1, 2년 사이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뉴잉글랜드의학잡지(NEJM)에 최근 발표된 미국 메이요병원의 연구에 따르면 17명의 폐조직 검사에서 화학적 폐손상 소견이 나왔는데 이 중 70% 이상의 환자가 액상형 전자담배를 마리화나 혹은 대마성분의 오일과 함께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마 혹은 마리화나 오일을 사용한 액상형 전자담배와 폐손상의 관련성에 대한 확진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공중보건 측면에서 볼 때 액상형 전자담배의 사용 경고와 가향 제품이나 추가 물질을 액상형 전자담배에 사용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는 보건당국의 권고는 시의적절하다. 국내에서 액상형 전자담배의 사용 실태 조사를 실시하겠다는 결정도 마찬가지다.

한편으로 국내에서 전자담배를 향한 우려에 대해 혼란스러운 모습도 보인다. 예를 들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올 4월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이 전체 인구의 위험과 편익을 고려할 때 공중보건 보호에 적합하다는 걸 확신한다고 공표했다. 또 영국 왕립의사회는 흡연자의 건강 위험을 줄이기 위해 단순히 제품이나 행동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액상형 전자담배처럼 덜 위험한 제품을 제공하거나 위험이 작은 행동을 장려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국민들이 이 같은 상황을 정확히 구분해 판단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전자담배에 대한 독성학적 논란과 판단에 대한 의견을 지금 제기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국민 건강을 우선시하는 공중보건학자로서 제안하고 싶은 건 독성학적 이슈에 대해서는 국민들에게 과학적이고 객관적이며 투명한 정보를 가감 없이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향후 필요한 장기 임상연구와 공중보건학적 조치들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현재 미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대마 혹은 마리화나를 사용한 액상형 전자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는 다른 것이라 분리해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자담배 사용이 20년 정도 보편화된 영국의 경우 현재까지 미국과 같은 폐손상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미국과 영국의 공중보건 전문가그룹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시 마약류 및 기타 가향 성분에 대해 영국 보건당국이 엄격한 통제 및 관리를 유지한 것에서 이유를 찾고 있다. 단편적인 외국의 사례를 따라가는 대신에 한국의 실정을 정확히 파악하고 과학적인 정보에 근거한 흡연 위해 감축 정책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최재욱 고려대 환경의학연구소 교수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