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거르기’ ‘재미슬쩍꾼’…‘외래어’ 대신 우리말로 바꿔보니
안산=김도형 기자
입력 2019-10-08 18:10 수정 2019-10-08 18:54
“‘팩트체크’란 외래어 대신에 ‘거짓거르기’, ‘스포일러’란 어려운 말 대신에 ‘재미슬쩍꾼’을 써보면 어떨까요?”
7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에 위치한 안산강서고에서는 1, 2학년생이 모두 참여하는 백일장 행사가 열렸다. 정해진 시제에 맞춰 시나 산문을 짓는 백일장은 한글날(9일)을 전후해 대부분의 학교에서 개최한다. 하지만 이 학교는 백일장뿐 아니라 훈민정음 해례본 읽기 수업을 비롯한 다양한 한글 관련 행사를 10년 가까이 이어온 것으로 유명하다.
2명의 학생이 한 모둠이 돼 외래어와 비속어, 인터넷 용어를 우리말로 바꿔보는 ‘우리말 다듬기 대회’는 학생들의 호응이 큰 대표적인 행사다. 올해는 ‘팩트체크’와 ‘스포일러’라는 공통 단어와 각자가 선택한 단어 3개 등 5개의 단어를 고치는 방식으로 진행돼 100여 명이 참여했다. 최근 신문과 방송 기사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팩트체크’는 학생들의 고민을 거쳐서 거짓거르기와 ‘참가리기’ 같은 쉬운 말로 다시 탄생했다.
영화와 이야기의 결말을 미리 밝히는 행위나 사람을 뜻하는 ‘스포일러’는 재미를 가로채간다는 뜻의 재미슬쩍꾼, 일의 순조로운 진행을 방해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가탈꾼’, 재미를 빼앗아 간다는 뜻을 담은 ‘흥도둑’ 같은 단어로 바꿔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대회에 참여한 2학년 이영서 양(17)은 “어떤 말을 우리말로 고쳐볼지 찾아보는 과정에서 우리가 너무 많은 외래어를 쓰고 있고 또 우리말이 너무 오염돼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학생들이 제출한 결과물에서는 ‘광클’ ‘노답’ ‘띵작’ 같은 정체불명의 인터넷 용어를 우리말로 바꿔보려는 시도가 눈에 띄기도 했다.
대회를 주관하고 있는 유상균 교사(41)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마감 날 자정 직전에 결과물을 낼 정도로 끝까지 고민하는 것이 느껴진다”며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고민을 국립국어원이 상시로 진행 중인 우리말 다듬기 행사와 연계하는 노력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에서는 전교생이 매년 한글날을 전후해 한글의 창제원리를 알 수 있는 훈민정음 해례본을 공부하는 외부강사 초청 특강을 개최하고 우리말 겨루기 대회 등도 개최한다. 한글 연구에 나선 교사들이 2013년에는 ‘함께 떠나는 한글여행’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이 학교 오세호 교사(51)는 “학교에서 매년 외국 교환학생을 받는 등 국제적인 활동도 펼치고 있는데 그럴수록 우리말과 우리글을 잘 아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아 시작한 활동이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져 왔다”고 말했다.
안산=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7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에 위치한 안산강서고에서는 1, 2학년생이 모두 참여하는 백일장 행사가 열렸다. 정해진 시제에 맞춰 시나 산문을 짓는 백일장은 한글날(9일)을 전후해 대부분의 학교에서 개최한다. 하지만 이 학교는 백일장뿐 아니라 훈민정음 해례본 읽기 수업을 비롯한 다양한 한글 관련 행사를 10년 가까이 이어온 것으로 유명하다.
2명의 학생이 한 모둠이 돼 외래어와 비속어, 인터넷 용어를 우리말로 바꿔보는 ‘우리말 다듬기 대회’는 학생들의 호응이 큰 대표적인 행사다. 올해는 ‘팩트체크’와 ‘스포일러’라는 공통 단어와 각자가 선택한 단어 3개 등 5개의 단어를 고치는 방식으로 진행돼 100여 명이 참여했다. 최근 신문과 방송 기사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팩트체크’는 학생들의 고민을 거쳐서 거짓거르기와 ‘참가리기’ 같은 쉬운 말로 다시 탄생했다.
영화와 이야기의 결말을 미리 밝히는 행위나 사람을 뜻하는 ‘스포일러’는 재미를 가로채간다는 뜻의 재미슬쩍꾼, 일의 순조로운 진행을 방해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가탈꾼’, 재미를 빼앗아 간다는 뜻을 담은 ‘흥도둑’ 같은 단어로 바꿔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대회에 참여한 2학년 이영서 양(17)은 “어떤 말을 우리말로 고쳐볼지 찾아보는 과정에서 우리가 너무 많은 외래어를 쓰고 있고 또 우리말이 너무 오염돼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학생들이 제출한 결과물에서는 ‘광클’ ‘노답’ ‘띵작’ 같은 정체불명의 인터넷 용어를 우리말로 바꿔보려는 시도가 눈에 띄기도 했다.
대회를 주관하고 있는 유상균 교사(41)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마감 날 자정 직전에 결과물을 낼 정도로 끝까지 고민하는 것이 느껴진다”며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고민을 국립국어원이 상시로 진행 중인 우리말 다듬기 행사와 연계하는 노력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에서는 전교생이 매년 한글날을 전후해 한글의 창제원리를 알 수 있는 훈민정음 해례본을 공부하는 외부강사 초청 특강을 개최하고 우리말 겨루기 대회 등도 개최한다. 한글 연구에 나선 교사들이 2013년에는 ‘함께 떠나는 한글여행’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이 학교 오세호 교사(51)는 “학교에서 매년 외국 교환학생을 받는 등 국제적인 활동도 펼치고 있는데 그럴수록 우리말과 우리글을 잘 아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아 시작한 활동이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져 왔다”고 말했다.
안산=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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