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방송이 내 스타일”… 콘텐츠 시장 뛰어든 포털

이서현 기자 , 정성택 기자

입력 2019-10-07 03:00 수정 2019-10-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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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 까talk]카카오-네이버 제작사로 변신중

포털이 만드는 콘텐츠는 어디까지 진화할까. 네이버의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 ‘나우’의 ‘VIBE 차트쇼’를 걸그룹 CLC 멤버 예은(왼쪽 사진 왼쪽)이 진행하고 있다. ‘나우’는 파격적인 형식과 자유로운 진행으로 다양한 연령대의 청취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네이버의 ‘스튜디오N’이 드라마 ‘쌉니다 천리마마트’(위 사진)를, 카카오M은 자회사 메가몬스터를 통해 드라마 ‘진심이 닿다’를 제작했다. tvN 제공·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카카오가 만드는 영화, 네이버가 만드는 라디오와 드라마는 어떤 모습일까. 8월 네이버가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 ‘나우’를 시작한 데 이어 카카오가 카카오M을 통해 매니지먼트 회사와 영화사 지분을 인수하면서 양대 포털사가 콘텐츠 제작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방송·제작사들은 포털의 영향이 어디까지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달 25일 찾은 서울 강남구 위워크신사 2층, 공유 오피스 위워크의 트레이드마크인 쾌적한 라운지 옆에 마련된 스튜디오에서 걸그룹 ‘CLC’의 멤버 예은이 진행하는 실시간 온라인 음악 방송이 한창이었다. 네이버 ‘나우’의 낮 시간 프로그램 ‘VIBE 차트쇼’ 방송 현장이다. 거대한 방송사 사옥이나 설비 없이 네이버는 위워크신사의 단 두 개 층을 스튜디오로 임차해 이곳에서 24시간 스트리밍 방송을 제공한다.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M은 본격적인 콘텐츠 제작사로 진화하고 있다. 카카오M은 꾸준히 BH엔터테인먼트(이병헌), 제이와이드 컴퍼니(김태리), 숲 엔터테인먼트(공유) 등 굵직한 매니지먼트사들의 지분을 잇달아 매입하며 배우 라인업을 갖췄다. ‘군도: 민란의 시대’(2014년)를 제작한 영화사 월광과 ‘신세계’(2013년)를 만든 사나이픽쳐스 지분을 지난달 매입한 데 이어 688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번 유상증자에 배우 현빈과 이민호,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등도 참여해 화제가 됐다.

경쟁사 네이버는 이미 스튜디오N을 설립해 네이버 웹툰 IP를 이용한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 제작을 본격화했다. 현재 방송 중인 드라마 ‘쌉니다 천리마마트’ ‘타인은 지옥이다’ 모두 스튜디오N의 작품이다. 카카오M은 매니지먼트사 지분 인수를 통해 갖춘 배우 라인업 130여 명에 콘텐츠의 원석 역할을 할 카카오페이지의 웹툰 IP를 갖췄다. 여기에 예능프로그램 ‘비긴 어게인’을 만든 오윤환 PD를 영입한 데 이어 PD와 작가들을 지속적으로 영입할 예정이다.

한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카카오M의 전략을 이끄는 사람이 tvN의 성장기를 이끈 김성수 전 CJ ENM 대표라는 점에서 어떤 결과물을 낼지 관심이 쏠린다”고 말했다. 김 씨는 올해 1월 카카오M의 대표로 취임했다. 20, 30대 젊은 PD들은 좀 더 자유로운 형태의 프로그램 제작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 20대 지상파 PD는 “요즘은 시청자들이 TV에서 틀어주는 대로 보지 않고 찾아서 보는 시대라 정형화된 방송은 시장에서 낡은 포맷의 콘텐츠가 되고 있다”며 “보다 유연한 조직에서 유연하게 만드는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 업체들의 콘텐츠에 관심이 쏠리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네이버의 ‘나우’나 카카오M이 만들 콘텐츠들은 모두 새로움과 유연성으로 차별화할 것으로 보인다. ‘나우’의 경우 기존 라디오의 전통적 편성이나 프로그램 내 고정 코너를 두는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좀 더 자유분방하고 친밀하게 진행되는 것이 특징. 이미 아이돌 팬덤의 중심을 이루는 1020세대 젊은 청취자들과 더불어 4050세대까지 포괄하기 시작했다. ‘나우’ 이고운 PD는 “방송 중 즉흥적으로 시도하거나 반응이 없어 바로 없애는 코너들이 많은데 청취자들이 이런 시도들을 낯설어 하기보다 즐겁고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카카오M도 영화나 드라마 같은 전통적인 콘텐츠뿐만 아니라 최근 스마트폰으로 짧은 동영상을 소비하는 트렌드에 맞춰 ‘쇼트 폼(short form)’ 콘텐츠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카카오M 관계자는 “전통적인 TV용 드라마나 극장용 영화, 디지털로는 짧은 콘텐츠 등 포맷의 제한을 두지 않고 카카오M만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플러스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들의 각축으로 이용자들의 유료 결제를 유도할 오리지널 콘텐츠의 가치는 더욱 커지고 있다. 콘텐츠 업계에서는 네이버의 ‘나우’ 역시 곧 예능, 드라마 장르를 포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디오 콘텐츠는 제작비가 동영상 콘텐츠에 비해 저렴하고 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AI) 스피커와 커넥티드 카 등 플랫폼과도 연동돼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애플이 팟캐스트 독점 콘텐츠를 늘리는 데 주력하고, 넷플릭스가 미국 위성 라디오 사업자와 파트너십을 맺고 코미디 전문 콘텐츠 ‘넷플릭스는 농담이다(Netflix is a joke)’를 시작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한 영화 제작사 대표는 “좋은 배우와 소재, 인프라를 갖췄다고 해도 결국 제작 노하우가 뒷받침돼야 한다. 두 포털이 웹툰 IP라는 ‘씨앗’을 많이 갖고 있으니 어떤 결과물을 낼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서현 baltika7@donga.com·정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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