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옆 사진관]헝가리 의사의 눈으로 바라본 개항기 서울의 모습은?

홍진환 기자

입력 2019-10-01 16:45 수정 2019-10-0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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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의사의 눈으로 바라본 서울. 1일 서울 역사박물관에서 열린 ‘1908년 서울’ 사진전은 110년 전 서울의 풍경과 일상 속으로 안내한다. 전시된 작품은 개항기 서울과 제물포(현재 인천), 부산과 같은 도시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이번 전시는 한국-헝가리 수교 30주년을 맞아 헝가리 부다페스트 홉 페렌츠 동아시아박물관(Ferenc Hopp Museum of Asiatic Arts, Budapest)에 소장된 헝가리 의사 보조끼 데죠가 1908년 우리나라를 여행하며 찍은 사진을 통해 대한제국 말기 주요 도시들의 모습을 조명하고자 기획됐다.
전시회를 방문한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해군 군의관이었던 보조끼 데죠(Dr. Boz¤ky Dezs¤ 1871-1957)는 군함 프란츠 요제프 1세호(Franz Joseph I.)를 타고 1907년 3월 1일부터 1909년 4월 12일까지 26개월간 동아시아를 여행했다.

보조끼는 어디를 가든지 손에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그는 타고 온 배에 작업실을 만들어 직접 원판을 현상하고 인화할 정도로 사진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다. 항해를 마치고 모국으로 돌아간 보조끼는 1911년에 동아시아를 여행하면서 쓴 일기와 편지를 엮어 ‘동아시아에서 2년’이라는 제목의 여행기를 출간했다.
항해를 마치고 귀국한 뒤에 출간한 ‘동아아시아에서 2년’

그의 여행기 ‘동아시아에서의 2년’에 따르면, 중국 취푸(曲阜, Qifu)에서 출항한 프란츠 요제프 1세호는 1908년 7월에 제물포로 입항했다. 보조끼는 제물포를 시작으로 서울, 해밀턴항(Port Hamilton, 현재 거문도), 부산을 차례로 이동해 일본으로 항해를 이어갔다.

전시 구성은 보조끼의 여정을 따라 <1. 제물포>, <2. 서울>, <3. 거문도·부산>으로 나뉜다.제물포 사진에는 개항기 항구의 전경, 한국의 전통 가옥을 비롯해 독일식·일본식 건축물이 들어선 외국인 거주지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채색유리 슬라이드 원본. 전시된 작품은 흑백사진이나 사진 곳곳에 색이 입혀져 있다. 이것은 작가가 당시의 모습을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기억으로 저장되어 있는 색깔을 직접 유리 원판에 채색해 인화했다.
하루 동안 서울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던 보조끼는 남대문, 경복궁, 원구단, 운종가, 탑골공원, 동대문 등 서울의 주요 관광지를 방문했다.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왕이 아닌 관광객이 드나드는 경복궁,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운종가, 최초의 도심 공원인 탑골 공원, 재건된 숭례문과 전차가 지나가는 흥인지문 등이 눈길을 끈다.

경복궁 경회루에 서있는 보조끼 데죠


서울을 방문하고 제물포로 돌아온 보조끼는 다시 배를 타고 한반도 남단에 위치한 거문도와 부산을 차례로 방문했다. 휴양지로 여겨질 만큼 아름다웠던 거문도에서는 자신이 직접 치료해 주었던 나환자들의 모습을 찍기도 했다.
부산에서는 부산의 중심 거리, 새벽시장, 해변이 보이는 작은 마을에서 전통 의상을 입은 사람들, 물건을 사고파는 모습, 해변에서 해수욕을 즐기고 있는 장면 등 당시 생활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전시 관람은 10월은 평일 오전 9시~오후 8시, 토·일·공휴일은 오전 9시~오후 7시, 11월부터 12월까지는 평일 오전 9시~오후 8시, 토·일·공휴일은 오전 9시~오후 6시까지이며 관람료는 무료다. 자세한 내용은 서울역사박물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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