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주옥같은 문학 속 그곳으로 여행간다

뉴스1

입력 2019-10-01 14:30:00 수정 2019-10-01 14:3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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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기행’의 무대가 되는 순천만습지. 이하 한국관광공사 제공

 가을은 독서와 문학의 계절이다. 진부하다고 생각되는 그 수식어는 왜 붙여졌는 지 궁금하다면 한국 문학의 정취가 묻어나는 감성 여행지로 떠나면 단번에 알 수 있다.

광활한 가을 하늘 아래 소박한 풍광을 보고 있노라면 작가와 어느새 문학 작품 속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문학작품 속 장소를 찾아서’라는 테마 아래 감성여행지 5곳을 10월의 추천 가볼 만한 곳으로 선정했다.


선정된 관광지는 Δ서울 성북동 길상사 Δ강원도 춘천 김유정문학촌 Δ충북 옥천군 정지용문학관 Δ전남 순천 송광사 불일암, 선암사, 순천만습지 Δ경북 안동 권정생 동화나라 등이다.

◇무소유의 삶을 기억하다, 성북동 길상사
길상사 범종각


법정 스님은 ‘무소유’ ‘맑고 향기롭게’ 등 저서 20여 권을 통해 많은 독자에게 강한 울림을 선사했다. 2010년 그는 입적했지만, 그의 맑고 향기로운 흔적이 성북동 길상사에 있다.

길상사는 법정 스님이 쓴 ‘무소유’를 읽고 감명받은 김영한의 시주로 탄생한 절집이다. 창건 역사는 20년 남짓하지만, 천년 고찰 못지않게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김영한과 시인 백석의 이야기 역시 길상사에서 빼놓을 수 없다. 맑고 향기로운 절집, 길상사는 많은 사람의 발길을 끌 만하다.

길상사와 함께 문학 이야기를 나눌 여행지가 주변에 많다. ‘님의 침묵’을 쓴 만해 한용운이 거주한 심우장이며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로 잘 알려진 최순우 가옥과 ‘문장 강화’를 쓴 상허 이태준 선생의 집도 가깝다.

이태준 가옥은 이미 ‘수연산방’이라는 카페로 바뀌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인증 사진 명소로 뜨고 있다.

◇전철 타고 떠나는 이야기 마을, 춘천 김유정문학촌
1939년 개통한 경춘선 신남역이 김유정역(구역사)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수도권 전철 경춘선 김유정역에서 걸어서 10분이면 닿는 김유정문학촌은 ‘봄봄’ ‘동백꽃’을 쓴 소설가 김유정의 고향에 조성된 문학 마을이다.

김유정 생가를 중심으로 그의 삶과 문학을 살펴볼 수 있는 김유정기념전시관, 다양한 멀티미디어 시설을 갖춘 김유정이야기집 등이 있다.

네모난 하늘이 보이는 생가 중정 툇마루에서 문화해설사가 하루 일곱 번(11~2월은 여섯 번)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준다. 실제로 김유정의 많은 작품이 이곳 실레마을을 배경으로 쓰였다.

덕분에 김유정문학촌 곳곳에는 ‘점순이가 나를 꼬시던 동백숲길’ ‘복만이가 계약서 쓰고 아내 팔아먹던 고갯길’ ‘근식이가 자기 집 솥 훔치던 한숨길’ 등 이름만 들어도 재미난 실레이야기길 열여섯 마당이 펼쳐진다.

김유정문학촌 인근에는 또 다른 볼거리가 많다. 옛 신남역에서 이름을 바꾼 김유정역은 빈티지 느낌 가득한 SNS 사진 명소다.

푸른 강물 위를 걷는 소양강스카이워크, 춘천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구봉산전망대 카페거리도 놓치기 아깝다.

◇옛 고향 찾아가는 길, 옥천 정지용문학관
정지용 시집과 산문 등을 모은 전시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빼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한국의 중년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불러봤을 노래 ‘향수’는 정지용의 시에 곡을 붙였다. 이 노래 덕분에 정지용은 한국을 대표하는 ‘국민 시인’ 반열에 올라섰고, 잊히고 사라진 고향 풍경이 우리 마음속에 다시 떠오르는 계기가 됐다.

충북 옥천 정지용생가와 문학관으로 가는 길은 마치 떠나온 고향을 찾아가는 느낌이다. 옥천 구읍의 실개천 앞에 정지용생가와 문학관이 자리한다. 정지용문학관에서는 시인의 생애와 문학 세계를 한눈에 살펴보고, 시 낭송실에서 그의 시를 목청껏 낭독할 수 있다.

정지용의 시를 테마로 꾸민 장계국민관광지도 빼놓을 수 없다. 정지용의 시와 수려한 강변 풍광이 어우러져 낙후된 관광지가 독특한 명소가 됐다.

◇눈물이 나면 가을 순천에 가라
선암사 해우소


전남 순천은 문학 여행지로 손꼽는다. 선암사로 가면 정호승 시인의 시절이 떠오른다. 1999년 나온 시집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의 첫 행은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다.

시에서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준다. 실컷 울어라’라고 말한 장소는 선암사 해우소다. 선암사의 보물이 승선교만이 아님을, 아름다운 것만이 보물이 아님을 일깨운다.

송광사 불일암도 문학의 향기가 짙다. 법정 스님이 1975년부터 1992년까지 기거하며 글을 쓴 곳으로, 대표작 ‘무소유’는 1976년 작품이다. 편백과 대나무 숲을 지나 다다르는데, 법정 스님의 유해가 묻힌 불일암 후박나무 아래서 뉘인들 묵언하지 않을 수 있을까.

순천만습지는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 속 ‘무진’이다. 일상과 이상, 현실과 동경의 경계가 어우러진 풍경이다. 가까이 순천문학관이 있어 그의 문학 세계를 살펴보기 좋다.

순천만습지에서 와온해변이 멀지 않다. 박완서 작가가 봄꽃보다 아름답다 한 개펄이 있다. 용산전망대 못지않은 일몰 또한 자랑이다. 선암사 초입의 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이나 순천역 근처 조곡동 철도문화마을도 여행길에 들러볼 만하다.

◇가난 속 피워낸 따뜻한 세상, 안동 권정생 동화나라
몽실언니 조형물과 권정생 동화나라


경북 안동에 자리한 ‘권정생 동화나라’는 낮은 마음가짐으로 마주하는 공간이다. ‘강아지 똥’ ‘몽실 언니’ 등 주옥같은 작품으로 아이들의 평화로운 세상을 꿈꾼 고 권정생 선생의 문학과 삶이 담겨 있다.

권정생 동화나라는 선생이 생전에 머무른 일직면의 한 폐교를 문학관으로 꾸민 곳이다.

선생의 유품과 작품, 가난 속에서도 따뜻한 글을 써 내려간 삶의 흔적이 있다. 2007년 세상을 떠난 권정생 선생은 ‘좋은 동화 한 편은 백 번 설교보다 낫다’는 평소 신념을 이곳에 고스란히 남겼다.

인근 조탑마을에는 선생이 종지기로 일한 일직교회와 생을 마감할 때까지 작품 활동을 이어간 작은 집이 있다. 문향(文香)이 깃든 안동 나들이 때는 지난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서원’ 9곳 가운데 병산서원과 도산서원을 둘러본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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