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넘는 집 안심대출 못받아… “수요예측 실패로 희망고문”

김형민 기자 , 조은아 기자

입력 2019-10-01 03:00:00 수정 2019-10-01 11:4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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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억 이하 신청’ 자격요건 넓게 설정, 20조 한도에 신청액 74조 폭주
접수결과 커트라인 2억1000만원… 중도포기 고려해도 2억대 중후반
금융위 “탈락 구제 추가공급 없다”


변동금리 대출을 최저 1%대 후반의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의 지원 대상이 보유 주택 시가 2억1000만 원 이하로 결정됐다. 서류 미비 등으로 중도 탈락자가 발생하면 이보다 조금 집값이 높아도 나중에 지원 대상에 포함될 순 있지만 집값이 높은 서울이나 3억 원 이상 주택 보유자는 사실상 대부분 탈락하게 됐다. 공급 한도보다 훨씬 더 많은 신청자가 몰린 데 따른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10월부터 자격 요건에 부합하는 신청자에게 절차를 안내하고 주택 가격이 낮은 순부터 대환대출을 시행할 계획이다.


○ 시가 3억 원 이상 주택 보유자는 탈락

금융위원회는 9월 16일부터 2주간 진행된 안심전환대출 신청 결과 및 향후 계획을 30일 발표했다. 접수 결과 총 63만5000건, 73조9000억 원의 대환 신청이 몰려 공급 한도(20조 원)의 3.7배에 달했다. 신청자의 평균 주택 가격은 2억8000만 원, 부부 합산 소득은 4759만 원이었다.


금융위는 신청 규모가 공급 한도를 초과하자 주택 가격이 낮은 순부터 안심전환대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신청자 전원이 소득 요건(부부 합산 연 8500만 원) 등을 완벽히 갖추고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이 없다고 가정하면 커트라인이 되는 집값은 2억1000만 원이다. 하지만 요건에 부합하지 않거나 중도 포기하는 신청자가 최대 40%에 이른다고 가정하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주택 가격이 2억8000만 원까지 오를 수 있다. 안심전환대출은 원금과 이자를 동시에 갚아야 하기 때문에 이에 부담을 느껴 중도에 철회하는 사람이 생긴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주택 가격이 3억 원 미만인 분들은 연말까지 기다려 보시는 게 좋겠다”며 “신청자 가운데 소득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금융위는 탈락자 중 절반 이상이 안심전환대출과 비슷한 상품인 ‘보금자리론 대환’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 소득 7000만 원 이하, 집값 6억 원 이하인 경우 장기 분할상환·고정금리로 대환해 주는 상품이다.

○ “수요 예측 실패해 지원자들 희망고문”


금융위의 발표가 나오자 당국이 수요 예측을 잘못해 지원 요건을 터무니없이 높게 설정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융위는 당초 신청 기준에서 보유 주택의 시가 상한선을 9억 원으로 정했다.

신청액이 공급 한도(20조 원)의 3배를 넘자 금융권에서는 지원 대상이 시가 6억 원 이하 주택 보유자로 한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지원 대상의 주택 시가는 이보다도 훨씬 낮은 2억1000만 원 이하로 정해졌다. 서울이나 3억 원 이상 주택 보유자는 낮은 금리로 갈아탈 기회를 잡아보려다 ‘희망고문’만 당한 셈이 됐다.

이에 금융위는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재원 내에서 원칙적으로 많은 사람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지원 요건을 시가 9억 원 이하 주택 보유자로 정했다”고 했다. 하지만 대출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기 위해 이번 전환대출을 신청했던 상당수 지원자들은 허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보유 주택 시가가 3억 원 이상인 신청자는 전체 신청자 중 32.5%에 이른다. 금융위는 “탈락자를 구제하기 위한 안심전환대출 추가 공급은 없다”고 밝혔다.

아직 내 집 마련을 못 한 실수요자들이 이번 정책에서 소외됐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손병두 부위원장은 “서민 실수요자 등 국민들이 적합한 지원을 받도록 정책 개발에 최대한 힘쓰겠다”고 했다.

김형민 kalssam35@donga.com·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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