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막아내고 스포츠 띄우고… KT ‘5G 스카이십’은 진화 중

원주=곽도영 기자

입력 2019-09-30 03:00 수정 2019-09-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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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강원 원주시 KT그룹인력개발원에서 열린 스카이십 조종인력 발대식에서 초경량비행장치 조종사 자격 증명을 취득한 KT 직원들이 스카이십 비행을 시연하고 있다. KT 제공
6월 문재인 대통령의 스웨덴 국빈 방문 당시 문 대통령과 스웨덴 국왕이 실시간으로 서울의 야경을 관람하는 행사가 열렸다. 문 대통령과 국왕 칼 구스타프 16세가 지켜보는 가운데 KT 네트워크부문장인 오성목 사장의 지시로 서울 광화문 상공에 떠 있던 무인비행선 스카이십의 카메라가 움직이며 광화문과 경복궁을 차례로 비췄다. 서울 하늘에 있던 스카이십에서 찍은 영상이 한국의 5세대(5G) 무선 네트워크, KT의 국제 유선 해저케이블을 통해 약 7600km 거리에 있는 스웨덴으로 실시간 전송된 것이다.

통신회사인 KT가 만든 무인비행선 5G 스카이십은 오 사장의 집념으로 탄생했다. 2017년 ‘마린 위크’(국제조선해양대제전)를 앞둔 부산시의 제안으로 고래 서식지 확인 프로젝트를 위해 통신 전송이 가능한 비행체를 만들어 보자는 게 시작이었다. 개발 초기엔 추락과 충돌을 거듭했지만 끈질긴 개발로 성능이 향상되면서 최근 각종 행사 생중계와 재난 훈련에 투입되는 데 이르렀다.

오 사장은 스카이십 사업화 가능성이 높아지자 아예 KT 직원 23명을 국토교통부가 공인하는 ‘초경량비행장치 조종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도왔다. 26일 강원 원주시 KT그룹인력개발원에서는 자격증을 취득한 스카이십 조종사 23인의 발대식이 열렸다. 이날 오 사장은 “지금의 스카이십이 나오기까지 기체 두 대를 추락시켰다. 처음엔 ‘KT가 할 수 있을까’란 의구심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이끌어온 역량을 바탕으로 KT는 원격 조종, 로봇 등의 여러 분야에서 앞서갈 수 있을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번에 조종사 자격을 취득한 23명은 평소 취미 생활로 드론을 즐기던 직원이거나 사물인터넷(IoT), 5G 무선 네트워크 등 스카이십 개발과 관련된 분야의 직원들이다.

스카이십은 길이 10m, 높이 3.7m의 무인비행선으로 드론 형태의 추진체를 아래에 받치고 그 위에 헬륨가스를 채운 기체를 얹은 모습이다. 공중에서 30분가량 체류하는 것이 최대인 드론과 달리 최장 6시간을 떠 있을 수 있으며 고해상도 카메라와 5G 통신을 접목했다. 사람이 직접 타지 않아 인건비와 유류비를 줄일 수 있으며 추락 시에도 헬륨 가스의 부력 덕분에 천천히 착륙할 수 있어 드론에 비해 위험성이 적다.

KT는 향후 스카이십을 통해 △재난 시 이동 기지국, 재난 상황 탐지 등 B2G(기업과 정부 간 거래) 분야 △스포츠 실시간 중계·공중 광고 등 B2B(기업과 기업 간 거래) 사업에 진출할 계획이다. 앞서 KT는 이달 초 “아현 화재와 같은 사태를 막고 글로벌 통신 재난 방지 시장에도 진출하겠다”면서 재난 방지 무인 로봇, 통신 인프라 관리 시스템을 공개하는 등 5G 기반의 B2B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번에 조종사로 위촉된 민준희 KT 무인비행기술컨설팅TF 차장은 “산림청 같은 공공기관에서는 재난 상황에서 헬기가 추락하거나 조종사가 다칠 가능성이 커 스카이십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방대혁 KT 네트워크지원담당 상무는 “부산 LPGA에서도 스카이십을 띄워 필드 전체를 실시간 중계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주=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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