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금융 불안… ‘주의’ 단계 진입”

이건혁 기자

입력 2019-09-27 03:00 수정 2019-09-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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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안정지수 3년 반 만에 경보… 대내외 경기 악화로 불확실성 커져
기업 14%는 돈 벌어 이자도 못갚아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전반의 위험도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금융안정지수가 3년 6개월 만에 ‘주의’ 단계에 진입했다. 대내외 경제 여건이 악화되고 가계와 기업의 사정도 나아지지 않으면서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26일 금융통화위원회에 보고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안정지수는 지난 달 8.3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달보다 0.9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한은은 전반적인 금융안정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실물경제 및 금융 관련 20개 지표를 반영해 매월 금융안정지수를 산출하고 있다. 지수가 8∼22이면 주의 단계로, 22를 넘어서면 위기 단계로 본다. 1998년 외환위기 직후 이 지수가 100까지 올라간 적이 있다. 금융안정지수가 주의 단계에 들어간 건 북한이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을 연이어 하고 중국 증시 및 국제유가가 폭락하던 2016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이번에 금융안정지수가 상승한 건 최근 대내외 경제 여건이 악화되면서 금융시장 전반에 불안감이 확산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미중 무역전쟁, 일본의 수출규제 등으로 대외여건이 악화됐다”며 “경제 주체들의 심리 위축, 자산시장에서의 불확실성 증대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가계와 기업은 물론 금융회사의 자산건전성도 일부 떨어지는 모습이 있다고 지적했다. 가계부채는 올해 2분기(4∼6월) 말 기준 1556조1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 늘어나 증가세는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소득 증가속도가 부채가 늘어나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가계의 빚 상환 부담은 가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부채는 증가세가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한은은 채권과 대출금 등을 포함한 기업부채가 올해 2분기 말 1885조7000억 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4% 늘어난 것이다. 기업부채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7∼9월)부터 4개 분기 연속 커졌다.

대내외 경영 환경이 악화되면서 기업의 재무건전성도 나빠지고 있다.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인 이자보상배율은 4.7배로 지난해 같은 기간(9.5배)보다 하락했다.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 미만을 뜻하는 한계기업은 2017년 전체 외부감사 대상 기업 중 13.7%였지만 지난해는 14.2%(3236곳)로 늘었다. 전체 기업 중 14%는 돈을 벌어 이자도 다 못 갚는 상태라는 뜻이다.

한은은 “위험은 늘었지만 금융시스템 복원력은 여전히 양호하다”면서도 “예상치 못한 충격 발생에 대비해 조기경보 활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전체 가계대출 중 지방 차주(借主)가 빌린 대출금의 비중이 2012년 말 39.3%에서 올해 2분기 말 기준 43.5%로 늘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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