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과 의료진이 함께 회진… 첨단 기술 집약된 ‘스마트 병원’

위은지 기자

입력 2019-09-27 03:00 수정 2019-09-27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이른 아침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병원장 권순용) 병동에서는 인공지능(AI)로봇 폴(Paul)이 의료진과 함께 회진에 나선다. 회진로봇 폴은 담당 의사가 볼 환자를 찾아가 검사 결과와 영상을 실시간 제공하고 AI 음성인식 의무기록(Voice EMR) 기능을 통해 처방을 병원 진료시스템에 바로 입력한다.

올 4월 서울 은평구 진관동에서 개원한 은평성모병원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혁신적 의료서비스를 바탕으로 지역 거점병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하 7층, 지상 17층, 808병상 규모의 서울 서북권 첫 대학병원으로 발걸음을 뗀 은평성모병원은 철저히 준비한 첨단 정보기술(IT)과 의료서비스를 융합해 새로운 의료환경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의료 빅데이터과 AI 결합에 연구역량을 집중해 의료 분야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한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역량 있는 의료진과 체계적인 진료시스템, 첨단 장비를 기반으로 개원 100일 만에 신장 심장 간 췌장 각막 등 5대 장기이식에 잇달아 성공했다. 다빈치 로봇 수술 100례 달성, 1일 외래환자 3000명 돌파, 전 병상 가동 등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권순용 원장이 대한병원협회 학술경영대상을 받는 등 병원 운영 전반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AI로봇이 ‘환자 중심’ 진료 구현

보이스 EMR, 자율주행, 챗봇, 블록체인 기능을 탑재한 최첨단 의료지원로봇 폴은 의료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의료진은 데이터 관리 및 작성을 돕는 폴 덕분에 회진 준비시간은 줄이고 환자와의 소통시간은 늘려 환자 중심 진료를 할 수 있다. 환자도 의료진과 함께 자신의 기록과 영상을 직접 확인해 상호 신뢰를 배가하는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폴은 화상통화를 이용한 협진, 블록체인을 활용한 실시간 진료비 결제 시스템 등을 내장하고 있다. 앞으로 더욱 다양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고도화 작업이 계속된다. 이를 위해 전자의무기록과 보이스 EMR 연구소 개설을 준비하고 있다.

최고의 의료진, 최적의 결과

은평성모병원에서는 가톨릭대 의과대학의 명의(名醫)를 포함해 젊고 유능한 의료진 약 250명이 진료한다. 고관절 분야 명의인 초대 병원장 권순용 교수(정형외과)를 비롯해 각막이식 권위자인 안(眼)센터 김만수 교수, 간 이식 권위자 김동구 교수가 진료와 연구를 이끈다. 혈액병원에서는 가톨릭 혈액병원장 김동욱 교수가 순환진료로 환자를 돌본다.

개별 임상과 중심의 진료시스템을 벗어나 여러 전문의가 통합 진료하는 다학제 협진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예컨대 뇌신경센터에서는 신경외과, 신경과, 재활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가 협진해 최적의 치료방향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결정한다.

심장혈관병원 혈액병원 소화기센터 척추·관절·통증·류마티스센터 안센터 장기이식센터 유방센터 호흡기센터 당뇨병갑상선센터 응급의료센터 로봇수술센터 등 12개 센터 모두 의료진의 유기적 협력과 환자와의 직접 소통으로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응급의료센터는 급성심근경색 급성뇌졸중(뇌중풍) 중증외상 등 3대 중증응급환자를 위한 신속진료시스템으로 골든타임을 지켜낸다. 이를 위해 응급의료센터와 심장혈관병원 뇌신경센터를 같은 공간에 배치했다. 산악지형이 많은 주변 환경을 고려해 헬리포트를 이용한 응급환자 헬기이송 대응시스템도 가동 중이다.

또 가장 최신 버전의 첨단 의료장비를 도입했다. 최첨단 4세대 로봇수술기 다빈치Xi, 꿈의 암 치료기 트루빔, 최신형 디지털 PET-CT같이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하고 검사하는 장비를 통해 의료 질을 대폭 높였다.

스마트 병원의 집결, 병실

은평성모병원은 개원 후 5개월 만에 808병상 전체를 가동했다. 환자들이 더 편리하고 안락하게 입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첨단 IT가 집약된 시스템과 서비스를 도입했다. 병동 모바일 의무기록과 간호기록 네트워크를 구축해 언제 어디서나 환자정보 조회와 기록이 가능해 의료진과 환자의 정보 공유가 더욱 원활해졌다. 환자 동의서 역시 모바일 전자동의서로 대체해 설명에서 서명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빠르고 정확한 의료 환경을 마련했다. 바코드를 읽어 환자를 확인하고 건강상태까지 한번에 체크할 수 있는 PDA(개인정보단말기) 스마트 환자인식 시스템은 안전한 병실생활을 돕는다.

특히 스마트 환경 구축에 공을 들였다. 병상 식탁에 설치된 멀티미디어 스크린인 스마트 미디어보드는 바코드로 환자가 스스로를 인증하면 치료 일정 및 검사 결과, 복용 약 및 회진 정보, 입·퇴원 일정을 확인할 수 있다. 회진로봇 폴과 함께 의료진과 환자가 치료정보를 공유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스마트 밀 서비스(Smart Meal Service)는 환자 중심의 맞춤식 서비스로 자신이 먹는 환자식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스마트 미디어 보드, 원내 무인수납기를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환자가 직접 밥과 반찬을 구성할 수 있도록 했다. 메뉴 선택도 세분해 환자 만족도를 크게 높였다.


▼“중증환자 치료에 집중… 280개 동네병원과 상생에 노력할 것”▼

권순용 은평성모병원장
“생명 나눔을 실천하는 지역 거점병원으로 단단히 뿌리내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가톨릭의료의 84년 역량을 계승하며 서울 서북권 첫 대학병원으로 문을 연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권순용 병원장(59)은 최우선 과제로 지역주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병원 되기를 꼽았다.

권 병원장은 26일 동아일보와의 서면인터뷰에서 “거시적으로 대한민국, 더 나아가 세계적인 병원으로의 발돋움을 목표로 하지만 당면 과제는 은평구에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단순한 의료기관을 넘어 은평지역의 발전과 주민의 복지 향상에 기여하고 의료서비스 이상의 가치를 창출하는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대학병원으로서 치료가 까다로운 중증환자 치료에 집중하면서 의료 전달체계를 확립하고 약 280개 동네병원과 상생하는 방안 마련에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권 병원장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병원으로서의 비전을 제시했다.

“4차 산업혁명의 한가운데서 태동한 은평성모병원은 미래를 열어가는 병원으로서 환자 중심의 스마트 의료서비스 시스템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겠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미 운영 중인 인공지능(AI) 보이스 EMR(Voice EMR) 탑재 회진로봇 폴을 비롯해 의료 데이터에 AI를 결합하는 연구개발을 통해 의료진이 환자에게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통일시대 의료공동체 구축을 대비하는 병원으로서의 포부도 밝혔다.

“지정학적으로 비무장지대(DMZ)에서 가장 가까운 통일로에 있는 대학병원으로서 통일부와 지속적으로 교감해 남북한 통일의료시대에 대비한 조직을 이미 구축했습니다. 로마교황청 승인을 받은 가톨릭 의료기관으로서 세계와의 다각협력을 통해 사회와 세계의 평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모든 나눔 중에서 장기(臟器) 나눔이 가장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는 권 병원장은 “각막을 기증하고 떠나신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10주년에 세워진 은평성모병원을 중장기적으로 이식에 특화된 의료기관으로 발전시키고자 한다”며 “이식 분야가 가장 발전시키기 어렵다는 것을 알지만 가톨릭 의료기관의 사명감과 긍지를 가지고 정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