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기억력센터’ 개소… 치매-인지장애 치료의 새 장을 열다

박성민 기자

입력 2019-09-27 03:00:00 수정 2019-09-27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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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차병원 ‘기억력센터’ 활짝

주부 A 씨(49)는 최근 몇 년 새 건망증이 심해졌다. 특정 단어나 사람 이름을 떠올리려고 해도 기억이 날 듯 말 듯하면서 끝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모임 약속을 잡았지만 정작 당일에 깜빡하는 일이 잦아졌다. A 씨는 이 같은 기억력 저하 때문에 고민하다가 병원을 찾았다가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인지기능 저하가 치매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실제 기억력이 떨어졌다며 병원을 찾아 여러 가지 인지기능검사를 거친 사람의 상당수는 종합심리평가에서 이상을 나타내는 경도(輕度)인지장애를 보인다. 경도인지장애는 정상적인 노화와 치매의 중간 단계라고 볼 수 있다. 매년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10% 이상이 알츠하이머 치매로 발전한다는 보고가 있다. 그만큼 인지기능 저하는 치매의 위험 징조로 여겨진다. 이 때문에 인지기능 저하를 인식, 확인하고 빨리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차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원장 김재화)은 지난주 A 씨 같은 사람들을 치료하고 돕기 위해 병원 내에 기억력센터를 열었다. 국내 최초로 건망증부터 언어능력이나 공간지각력, 이해력, 집중력을 비롯한 다양한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 혈관성 뇌질환 같은 기억력 관련 질환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곳이다.




● 기억력 저하 원인 찾아 체계적 진료

인지기능 저하는 기억력을 비롯해 인지기능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정상보다 나빠진 경우를 말한다. 먼저 주의·집중력이다. 숫자 외우기나 각성검사로 얼마나 주의·집중력이 떨어졌는지 평가한다. 이어 언어능력이다. 복합문장 구성, 따라서 말하기, 이름 대기 등의 방법으로 말하기, 이해력, 대화능력을 평가한다. 다음은 기억력으로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을 나눠 평가한다. 이후 시공간 기능과 전두엽·집행 기능을 평가한다.

분당차병원 기억력센터는 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 재활의학과를 중심으로 기억력 장애의 원인인 경도인지장애, 퇴행성 치매, 혈관성 뇌질환, 수면장애 같은 기억력과 관련된 다양한 질환을 더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진료한다.

신경과는 대표적인 알츠하이머 치매를 포함해 뇌졸중, 기억력 저하를 일으키는 다양한 혈관성 뇌질환, 그리고 희귀난치성 질환의 진단과 치료에 주력한다. 정신건강의학과는 우울, 불안, 망상을비롯한 치매와 관련된 행동심리증상과 검사로 볼 때는 정상이지만 노화로 인해 기억력 저하를 느끼는 환자에게 예방적 치료를 실시한다. 재활의학과는 인지재활과 함께 두통 같은 통증을 포함해 재활운동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치료법을 제시한다.



● 국내 최초 다학제(多學際) 진료

인지기능 저하 자체는 증상이기 때문에 원인이 되는 질환 또한 다양하게 발현될 수 있다. 젊거나 급작스럽게 증상이 나타나서 다른 원인이 의심되면 혈액검사나 뇌와 뇌혈관의 구조적 병변 감별을 위해 컴퓨터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먼저 시행한다. 인지기능 저하는 이처럼 발생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기억력이 이전보다 떨어졌다면 ‘늙어서 그렇지’라고 치부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기억력센터는 이같이 다양한 원인이 있는 기억력 저하를 국내 최초로 통합 치료하기 위해 여러 진료과가 협력해서 진찰하는 다학제 진료(Multidisciplinary Team approach·MDT)를 도입했다. 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 재활의학과, 가정의학과, 영상의학과, 핵의학과 교수들이 환자를 위해 한자리에 모여 진료하고 의견을 나눠 최상의 진단과 치료계획을 결정한다. 치료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영양팀과 운동치료사가 참여해 환자 맞춤형 1 대 1 통합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궁극적으로 기억력 관련 질환 관리 및 삶의 질을 높이도록 돕는다.

김현숙 기억력센터장(신경과 교수)은 “기억력 저하는 퇴행성 치매뿐만 아니라 뇌혈관 질환, 우울증 같은 질환의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스스로 생각해서도 기억력이 떨어지는 등 다양한 인지기능 저하 증상이 나타난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이어 “기억력 저하는 다양한 원인 질환에 의해 여러 증상이 동시에 나타나기도 한다”며 “다학제 진료를 통해 원인을 찾고 통합치료하면 더 큰 손상을 예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기억력 전담 진료실 개설, 환자 동선 최소화

기억력센터 내부에는 기억력 전담 진료실과 검사실 등이 모여 있다. 환자에게 최적화된 원스톱 진료 환경을 제공한다. 기억력센터 1층에는 신경과 재활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를 비롯한 전문과 진료실이 있다. 환자는 기억력센터에 있는 인지기능검사실에서 검사를 받은 뒤 각 진료과 전문의의 의견을 근거로 최상의 치료를 받는다. 상담과 인지치료를 담당할 차심리상담센터도 환자와 보호자 동선에 맞춰 센터 2층에 뒀다.

김 센터장은 “기억력센터는 정확한 진단과 치료에 더해 다각적 진료로 환자와 보호자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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