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서 캠핑하고 수목원서 약초체험… 농촌 풍경 바꾸는 2030

김상훈 기자

입력 2019-09-26 03:00:00 수정 2019-09-26 05: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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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에서 미래를 찾는다]동아일보-농림축산식품부 공동기획
농업을 6차산업으로… 청년농부 6인 스토리



《농촌이 젊은 세대에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 농촌의 유·무형 자원(1차산업)을 활용해 제조·가공(2차산업)과 체험·관광 등의 서비스(3차산업)까지 연계해 6차산업의 발전을 이끌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6차산업 인증사업자는 2015년 802곳에서 지난달 기준 1594곳으로 늘었다. 6차산업 규모도 2014년 4조7000억 원에서 2017년 5조7000억 원으로 성장했다. 혁신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농식품부가 우수 농업인으로 선정한 젊은 농촌 사업가 6인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


▼ 약초교실 입소문… 年5000명 발길 ▼

연자수목원 하영희 대표


경기 수원시에서 ‘연자약초수목원’을 운영하는 하영희 파낙스스튜디오 대표(28)는 ‘약초 덕후’다. 30년 넘게 약재상을 운영한 부모님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약초와 친할 수 있었다. 약초를 구하러 전국 각지를 돌아다녔다. 그 결과 9917m² 규모의 수목원에서 200여 종의 약초를 재배할 수 있게 됐다. 연자약초수목원에는 약초 말고도 헛개나무, 음나무, 마가목, 꾸지뽕나무 등 특용수와 유실수도 많다. 수목원을 준비할 때부터 약초 재배뿐 아니라 가공, 유통과 체험까지 한꺼번에 서비스하는 약초종합테마파크를 구상했다. 한의학박물관을 꾸며 놓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하 대표가 직접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약초 방향제나 약초 쿠키, 약초 팬케이크를 만든다. 약초수목원은 문을 연 지 3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꽤 입소문이 났다. 지난해에만 5000여 명이 다녀갔다. 약초라는 자원이 6차산업의 성공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

“국내 아이들에게는 눈높이를 맞춰 약초 오감 체험 서비스를 하고, 외국인에게는 우리나라 약초의 특징을 알립니다. 민들레, 당귀 등 흔히 접하는 약초의 효능에 대해 새로 배웠다는 체험 소감을 들을 때 뿌듯합니다.”


▼ 농촌체험하며 힐링… ‘팜핑’ 개척 ▼

젊은농부들 이석무 대표


“농촌에서 농작물을 경작하고 수확하며 밥도 해먹으면서 지내는 것, 그게 힐링 아닐까요. 그걸 직접 해보는 것이 팜핑(Farmping)입니다.”

2010년 농업회사법인 ‘㈜젊은농부들’을 설립한 이석무 대표(36)는 ‘농장(Farm)’과 ‘캠핑(Camping)’을 결합한 팜핑 서비스를 선보였다. 충북 음성군에 있는 블루베리 농장 ‘보라숲관광농원’에서 당일, 1박 2일 패키지의 캠핑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체험객은 블루베리 농장의 일원이 돼 직접 땀 흘리면서 농촌 체험을 한다. 블루베리 수확과 음식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도 있다. 블루베리 숙성 바비큐 식사도 제공한다.

누구나 힐링할 수 있는 농장을 만들기 위해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처음 3년 동안은 힘들었다. 그러다가 2014년 매출 1억 원을 돌파했다. 현재 수입의 50%를 팜핑 체험에서 거두고 있다. 나머지는 유기농 블루베리와 블루베리 잼, 비누 등 가공품 판매 수익이다. 이 대표는 “팜핑은 캠핑이나 글램핑과 다르다. 팜핑이 곧 농촌 가치를 체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팜핑은 2013년 농림축산식품부 선정 6차산업 우수사례에 뽑히기도 했다.


▼ 호박-뽕잎 첨가 ‘오색찐빵’ 특허 ▼

슬지제빵소 김슬지 대표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전북 부안의 여행 코스로 떠오른 맛집이 있다. 바로 ‘슬지제빵소’다. ‘슬지네 안흥찐빵’이란 이름으로 이 지역에서 20년 넘게 장사하다 상호명을 바꿨다. 이 집의 둘째 딸 김슬지 대표(35)의 이름을 땄다. 김 대표는 “아버지께서 잠깐 도와달라고 해서 시작했는데 이젠 완전히 내 일이 됐다”고 말했다.

똑같은 색깔의 찐빵 수십 개를 매일 쪄내던 방식을 벗어나 부안에서 생산하는 호박, 뽕잎, 오디, 흑미, 쑥을 첨가한 우리밀 오색찐빵을 만들었다. 100% 부안 지역 농산물만 사용한 오색찐빵으로 국내 최초 찐빵 특허를 받았다. 2015년 농식품 가공아이디어 콘테스트에서 최우수상도 받았다.

찐빵 체험장을 만들고 따로 찐빵카페도 열었다. 팥, 오디, 밀 생산에서부터 찐빵 가공, 체험이 융·복합된 6차산업화를 이룬 것. 메뉴도 다양화했다. 아이스크림을 얹은 구운 찐빵, 팥과 생크림을 넣은 생크림 찐빵도 개발했다. 2014년 이후 일본, 미국, 영국, 캐나다, 베트남에 수출도 하고 있다. “성공 비결요? 전통 찐빵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결합했습니다. 농업도 융·복합해야 하는 시대이니까요.”


▼ 강화 친환경 쌀로 만든 ‘섬죽’ 인기 ▼

강화드림 한성희 대표


“부모님과 친환경 벼농사를 하면서 늘 고민했어요. 쌀 소비량 감소로 친환경 쌀만 고집하면 안 될 거라 생각했죠. 그때 떠오른 게 초록통쌀이었어요. 초록통쌀과 강화도 친환경 쌀을 섞어 간편죽을 만들었죠. 그게 바로 ‘섬죽’입니다.”

부모님과 함께 친환경 쌀과 보리 농사를 짓는 강화드림 한성희 대표(31)의 말이다. 초록통쌀은 벼가 완전히 익기 2주 전에 수확한 쌀로, 엽록소를 다량 함유해 초록빛을 띤다. 일반 현미와 비교해도 기초영양성분은 두 배로 풍부하다. 달달하면서 고소한 맛이 강한 초록통쌀은 충남대 산학협력단이 개발해 특허를 받은 제품이다. 식감을 고려해 초록통쌀과 강화도 친환경 쌀을 같이 사용해서 섬죽을 만들었다. 이 섬죽은 온라인 식품배송 전문업체인 마켓컬리에 입점해 대기업 브랜드와 경쟁하고 있다. 일주일에 3000개 이상 판매될 만큼 인기도 많다.

“소고기야채죽 등 기본 죽부터 초록통쌀 보양죽, 계절죽까지 섬죽의 모든 메뉴는 100% 국내산 재료만 사용하는데 70% 이상이 강화도에서 나는 친환경 농산물입니다. 이젠 강화도를 대표하는 브랜드가 된 거죠.”


▼ 할머니들이 캔 산나물 온라인 판매 ▼

청화원 이소희 대표


“일흔이 넘는 할머니들이 온종일 청화산을 오르내리면서 캔 싱싱한 산나물이 헐값에 팔려나가고, 심지어 원산지도 다른 지역으로 둔갑하는 게 속상했어요.” 경북 문경시 청화원 농장 이소희 대표(30)는 이런 고민을 하면서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농장을 ‘개조’했다. 오미자, 꾸지뽕, 명이나물을 생산하는 유기농 농장으로 바꾼 것. 봄에는 취나물·고사리·참죽나물 등을 재배하고 여름에는 무농약 인증을 받은 블루베리와 아로니아를 수확했다. 또 마을 어르신들이 생산하는 다래순 등 산나물도 매입했다. 이렇게 생산한 산나물을 건조시킨 후 소포장해 문경 건나물 브랜드 ‘소담’으로 온라인 쇼핑몰과 농산물 직거래를 통해 판매한다. 100% 국내산, 친환경을 내세워 연간 1t 이상의 산나물을 판매하며 2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청화원은 산나물을 테마로 한 체험농장이자 현장실습 교육장으로도 유명하다. 이 대표는 유치원 교사 경력을 살려 주의력결핍과잉행동(ADHD) 증후군 아동이나 아토피, 암 환자를 위한 치유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 3代째 편백나무 재배-가공 ▼

백련동 편백농원 김진환 팀장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 대기업 취업을 꿈꿨다가 농업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지금은 한 해 8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농업회사법인 ‘백련동 편백농원’을 이끌고 있다. 이 농원 김진환 팀장(32)의 이야기다. 전남 장성군에서 대추 농사를 짓던 김 팀장의 가족은 2001년 국내 최대 편백숲이 조성된 축령산에 농원을 마련했다. 손재주 좋은 아버지가 편백 공예품을 만들고 할아버지는 묘목 재배와 판매에 나섰다. 김 팀장은 버려지는 편백과 편백잎을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그 결과 재활용률이 7%에 불과하던 편백 간벌목을 도마, 베개로 100% 재활용하고, 버려지던 편백잎의 추출물을 활용해 편백비누, 화장품을 만들었다. 편백 가공품은 140가지가 넘는다.

조림지 체험과 목공체험 프로그램, 숲 체험과 숲 해설도 시작했다. 장성교육지원청과 진로직업체험 업무협약을 체결해 편백농원을 자유학년제 현장체험장으로 만들었다. 매년 4000여 명의 학생과 수천 명의 방문객이 이 농원을 찾고 있다. 김 팀장은 “농촌은 자신의 아이디어 아이템을 시도해 볼 수 있는 창조적이고 창의적인 공간”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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