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보니 ‘인생’이 보이더라

박지원 기자

입력 2019-09-26 03:00 수정 2019-09-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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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버킷리스트,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세계인이 가장 사랑하는 도보 여행지는 단연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된 이곳에서는 일상의 굴레를 벗고 오롯이 내 발걸음에 집중할 수 있다. 특히 11월의 스페인은 우리나라보다 조금 더 따뜻한 가을 날씨. 비가 오지 않으면 청명한 하늘에 따스한 햇볕까지 내리쬐어 걷기에 딱 좋다. 올해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다면, 스페인 산타이고 순례길로 떠나보자. 치열한 경쟁을 잠시 피한 ‘길’에서 새로운 ‘길’을 발견하게 될테니까.

한적한 스페인 북부의 여러 도시를 걷는 산티아고 순례길은 많은 여행자들의 버킷리스트 1순위다. 특히 최근 ‘GOD의 같이 걸을까’ ‘스페인 하숙’ 등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되면서 한국인들에게 더욱 친숙해졌다.

스페인 북부는 산과 평야, 그리고 대서양을 끼고 있는 해안도시다. 복잡한 머릿속이 차분해질 때까지 걷다 보면 시시각각 모습을 바꾸는 고즈넉한 풍광이 눈에 들어온다. 도시에 들어서면 스페인 역사를 간직한 건물과 담백한 스페인 요리가 여행객의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해준다.

산티아고 순례길
산티아고 순례길 ‘카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는 9세기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예수님의 열두 제자 중 하나인 성 야고보의 유해가 발견되고, 성 야고보를 스페인의 수호성인으로 삼으면서 만들어졌다. 천 년간 이어져 온 성지 순례길로, 지금은 한 해에 50만 명 정도가 찾는다. 단순히 종교적 신념을 따라 걷는 성직자들만의 길이 아니다. 누군가는 퇴사 이후 복잡한 마음을 다잡기 위해 걷고, 어떤 사람은 퇴직 후 새로운 인생을 앞두고 이 길을 걷는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
산티아고 순례길의 종착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에서는 매주 금요일 저녁 향로 미사가 있는데, 향로 통을 허공에 매달아 성당 가득 은은한 향이 퍼지게 만들어 오랜 여행으로 지친 순례자에게 평안을 준다.

피니스테레
산티아고 순례길의 종점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이지만, 최근에는 순례 후 스페인 서쪽 끝 피스테라(Fisterra)를 다녀오는 여행자들이 많다. 피스테라는 갈라시아어로 피니스테레를 뜻한다. 피니스테레는 노을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인데 절벽과 해안 위로 붉은 노을이 내려앉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또 이곳에는 ‘대륙의 끝’이라는 돌비석이 있다. 돌비석에는 ‘0.00km’이라고 적혀 있다. 땅 끝에서 새 삶을 시작한다는 의미로 순례자들은 자신의 신발이나 옷가지를 대서양에 띄우기도 했다.

묵시아
피니스테레에서 북쪽으로는 묵시아(MUXIA)라는 도시가 있는데, 야고보와 관련된 묵시아 성당이 있다. 야고보가 더 갈 곳이 없어 주저앉아 있을 때 성모마리아가 돌로 만든 배를 보내줬다고 전해지고 있다. 성당의 전면에는 마리아가 보낸 돌배를 상징하는 배 모형이 있다.


■ 눈과 입이 즐거운 스페인 북부 도시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다 보면 스페인의 예술 작품과 문화유산을 만날 수 있는 빌바오(Bilbao)와 레온(Le´on)을 만난다.

1747년부터 19세기 초반에 걸쳐서 지은 레온 대성당은 과테말라 건축가 디에고 호세 데 포레스 에스키벨이 설계했다. 바로크에서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지어졌는데,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의 웅장한 외관과 다르게 성당 내부는 자연 채광이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와 신비하고 절제된 느낌이 풍긴다.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빌바오의 상징적인 장소다.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의 첫인상은 마치 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보는 듯하다. 오히려 동대문디자인플라자보다 복잡하게 구부러진 곡선과 반듯한 직선이 모여 건물을 이뤘다. 빌바오는 원래 광공업 도시였지만, 철강 산업이 쇠퇴하면서 지역 경제도 무너졌는데,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을 개관하면서 관광도시로 유명해졌다고 한다.

여행의 추억을 되짚어보면 그 나라의 음식이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다. 특히 맛있는 음식이었다면 더욱 그렇다. 스페인 북부에도 ‘미슐랭의 성지’라는 별명을 가진 도시, 산 세바스티안이 있다. 스페인 최대 휴양 도시로도 유명한데, 이곳에서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은 ‘판초’이다. 판초는 바게트 위에 다양한 재료를 올려서 먹는 음식으로 산 세바스티안에는 작은 판초 바가 약 50곳이 있고, 그 중에 미슐랭 가이드에 이름을 올린 판초바는 35개다. 산 세바스티안에 들르는 여행객은 여러 종류의 판초를 먹어보는 ‘판초스 투어’에 참가한다.


크리덴시알(순례자들의 여권)
■ 롯데관광, 산티아고 직항 전세기 상품

롯데관광은 9일 일정으로 스페인, 포르투갈 관광과 순례길 트레킹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대한항공 산티아고 직항 전세기 상품을 준비했다. 대표적인 산티아고 순례길인 프랑스 길과 포르투갈 길의 주요 순례길을 전문 가이드, 인솔자와 함께 걸으며 스페인, 포르투갈의 핵심 도시 관광까지 즐길 수 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특식이 제공되며, 전 일정 4성급 호텔을 이용한다. 출발 일은 11월 9일, 16일, 23일로 여행은 단 3회만 진행한다. 상품가는 389만 원이다. 롯데관광은 동아일보 독자들을 위해 9월 30일까지 예약 시 동반자 40만 원 할인, 4명 이상 단체 예약 시 1인당 10만 원 추가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상품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롯데관광 홈페이지 또는 롯데관광 유럽사업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박지원 기자 j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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