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부자가 배우는 경제]화폐 가치가 오르락내리락… 물가는 어떻게 결정될까

김영옥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 강사

입력 2019-09-25 03:00:00 수정 2019-09-25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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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카트를 끌며 물건을 고르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르면 8월 소비자물가가 처음으로 전년 대비 하락했다. 뉴스1
“하늘에서 남자들이 비처럼 내려와.”

미국 R&B 듀오 웨더걸스(The weather girls)가 부른 노래 중에 ‘It’s raining men’이라는 곡이 있습니다. 이처럼 독특한 가사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번안곡으로 불리며 유명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만약 하늘에서 돈이 비처럼 쏟아진다면 어떨까요? 아니면 집집마다 돈 열매가 맺히는 ‘돈 나무’가 있어서 누구나 원하는 만큼의 돈을 가져다 쓸 수 있게 된다면 어떨까요?

이러한 상상이 현실이 된다고 결코 모두가 행복해질 수는 없습니다. 돈이 흔해지면 돈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1만 원이면 살 수 있었던 물건을 1만 원보다 더 많은 돈을 줘야 합니다. 돈이 시중에 너무 많으면 서로 더 많은 돈을 주고 한정된 물건을 사려고 하기 때문에 물건의 가격이 오르게 됩니다.


가격(price)이 ‘각각의 상품을 사기 위해 내야 하는 돈의 크기’라면 물가(prices)는 ‘가격의 종합적인 움직임’입니다. 물가가 올라서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는 현상을 ‘인플레이션’이라고 하고 반대로 물가가 내려서 화폐의 가치가 오르는 현상을 ‘디플레이션’이라고 합니다.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은 시장 내 화폐와 물건 사이의 수요·공급 균형이 깨지면서 생기는 현상입니다. 오늘은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현상에 대해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 물가 상승 폭이 인플레이션의 핵심!

제1차 세계대전 후 패망한 독일은 승전국에 엄청난 배상금을 지불해야 했습니다. 이때 독일은 화폐를 마구 찍어내 그 배상금을 충당했습니다. 그 결과 독일 내 물가가 급등해서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했습니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은 하루 물가 상승률 1%, 매달 물가 상승률 50%를 초과하는 인플레이션을 말합니다.

짐바브웨는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 중 풍부한 광물과 자원 등 우수한 경제 인프라를 갖춘 나라였습니다. 그러나 2008년 물가가 2억 % 폭등했습니다. 달걀 3개의 가격은 무려 100조 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짐바브웨는 현재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경험하며 경제난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전 세계 석유매장량 1위 베네수엘라도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1300만 %를 기록하면서 역시 경제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과도한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요억제 정책을 취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국가의 재정지출을 줄이고 국민에게 세금을 걷는 방식의 물가정책입니다. 경기 과열을 막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가계는 소비를 줄이고 기업은 투자를 줄이게 됩니다. 돈 빌리는 데 비용이 더 들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해서 경기를 진정시키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인플레이션이 무조건 나쁜 건 아닙니다. 물가가 적당한 수준으로 오르면 경제성장에 도움이 됩니다. 기업은 물건을 더 만들려고 공장을 가동하게 되고, 이에 따라 노동력을 늘리기 위해 고용을 장려할 것입니다. 완만한 인플레이션은 경제 발전의 신호탄이 되기도 합니다.


○ 경기 침체의 상징, 디플레이션

반면 디플레이션, 물가가 떨어지는 것은 어떨까요? 단순하게 생각하면 물건 값이 떨어지니 좋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물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면 사람들은 계속 물건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돈 쓰는 것을 주저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재고가 쌓이고 이미 있는 물건이 제값을 받지 못하니 생산량을 줄이게 됩니다. 업무가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일자리가 줄어들고, 생활이 어려워진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지 않게 됩니다. 디플레이션은 이런 악순환을 되풀이시킵니다.

실제로 1930년대 미국에서는 물가가 연평균 10%씩 급격히 떨어지며 대공황이 발생했습니다. 일본은 1990년대부터 지속된 디플레이션 기간을 ‘잃어버린 20년’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디플레이션은 종합적인 경기 침체이므로 정부의 재정정책과 더불어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는 등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중 어느 것이 더 위험할까요?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보다는 디플레이션이 더 위험하다고 합니다. 경기가 불황이 되고 소비와 공급이 계속 줄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디플레이션의 앞 글자를 따 ‘D의 공포’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 디플레이션 우려되는 한국 경제


물가가 올랐는지 내렸는지는 물가지표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소비자물가지수입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소비자가 소비 생활을 하는 데 많이 사용하는 489개 품목의 가격을 나타냅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대비 0.038%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물가 하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물론 농산물과 유가 등 일시적으로 물가 변동을 가져오는 요소를 제외한 물가는 상승했다고 보는 분석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 정책이나 외부 환경이 아니라 소비나 기업투자 등에 문제가 있어 물가가 떨어지는 거라면 앞으로 추세를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경제학자들은 경제를 흔히 우리 몸에 비유합니다. 물가는 우리 경제의 건강을 체크해 주는 지표입니다. 고혈압은 인플레이션에, 저혈압은 디플레이션에 해당합니다. 혈압이 너무 높아도, 너무 낮아도 위험한 것처럼 경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도 완만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으로 건강한 경제 성장을 이뤄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김영옥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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