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연극은 노잼? 이번엔 ‘꿀잼’일걸요
김기윤 기자
입력 2019-09-18 03:00 수정 2019-09-18 03:00
국립극단 ‘스카팽’ 임도완 연출
최근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에서 만난 임 연출은 “프랑스 코미디에 녹아있는 서브텍스트(숨겨진 의미나 개념)가 어렵고 한국 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편견이 있다. 관객 맞춤형 각색과 배우들의 ‘훈련된 웃음’을 통해 편견을 깰 것”이라고 했다.
원작은 귀족 부모가 아들에게 정략결혼을 강요하자, 하인 스카팽이 꾀를 내 아들이 사랑하는 여성과 결혼하게 된다는 해피엔딩이다. 출생의 비밀이 등장하는 전형적인 통속극이다.
임 연출의 ‘스카팽’은 원작의 큰 줄거리를 따르되 귀족을 회장님으로 대체하고 난리가 났을 때 ‘태풍 링링이 온 것 같다’고 하는 등 대사 표현을 현대화했다. 또 원작에 없는 작가 몰리에르가 하나의 배역으로 직접 무대에 올라 극을 이끌도록 했다. 스카팽 배역을 맡은 이중현 배우에 대해서는 “과도하게 까불대는 원작 속 캐릭터 대신 댄디한 연기를 주문했더니 너무 어렵다며 고통스러워했다”면서 웃었다. 그는 “어떤 대상을 풍자하려면 세세한 부분에서 관객의 간지러운 곳까지 치밀하게 긁는 맛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임 연출에게는 배우의 신체가 중요한 연극 언어다. 신체극·마임의 대가로 불리는 그는 “시적인 신체를 통해야만 연극을 시적 언어로 표현할 수 있다”고 했다. 다소 난해한 그의 말은 배우의 동작에도 함축과 상징이 십분 담겨야 한다는 뜻. 그의 극에선 배우의 동작을 곱씹는 맛이 있다.
이번에도 풍자의 대상이 되는 ‘회장님’은 늘 뒤뚱대면서 걷고, 우스꽝스러운 동작을 반복한다. 무대 위에서 배우들이 소품을 던지고 받을 때도 정확한 타이밍과 각도를 강조했다. 수없이 합을 맞추고 훈련된 동작이 잔웃음을 보장한다는 것.
“1988년 극단 ‘사다리’를 만들고, ‘사다리움직임연구소’에서 마임을 계속하면서도 연기에 대한 갈증을 느껴 무대 위 움직임을 더 공부하고 싶었죠. 모든 걸 내려놓고 1993년 프랑스 자크 르코크 국제연극마임학교로 유학을 떠났어요. 움직임, 가면, 오브제만을 전문적으로 배우며 움직임이 극의 구조, 텍스트, 색깔까지 표현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는 관객에게 모든 걸 던져주고 설명하는 연기를 지양한다. 서울예술대 공연학부 교수인 그는 제자들에게도 이를 거듭 강조한다.
“대사와 표정으로 ‘나 화났다’고 연기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죠. 진정한 연기는 훈련을 통해 나오되 절대 설명하려고 하면 안 돼요. 배우 알 파치노가 분노를 표현하려고 인상을 찌푸리는 것을 본 적 있나요?”
29일까지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 2만∼5만 원. 8세 관람가.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임도완 연출은 “무대라는 건 관객이 초일상적 에너지를 얻기 위해 찾는 공간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강하고 불편한 경험을 선사해야 한다”고 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끝없는 연구와 훈련 끝에 탄생한 프랑스 표 웃음이 무대에 나타났다.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 중인 ‘스카팽’은 ‘프랑스 연극은 노잼’이라는 선입견을 보기 좋게 깨뜨린다. 극작가 몰리에르의 희곡 ‘스카팽의 간계’를 각색한 작품으로 임도완 연출(59)이 현대적 매력을 가미했다. 객석의 웃음 타율도 높다.최근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에서 만난 임 연출은 “프랑스 코미디에 녹아있는 서브텍스트(숨겨진 의미나 개념)가 어렵고 한국 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편견이 있다. 관객 맞춤형 각색과 배우들의 ‘훈련된 웃음’을 통해 편견을 깰 것”이라고 했다.
원작은 귀족 부모가 아들에게 정략결혼을 강요하자, 하인 스카팽이 꾀를 내 아들이 사랑하는 여성과 결혼하게 된다는 해피엔딩이다. 출생의 비밀이 등장하는 전형적인 통속극이다.
임 연출의 ‘스카팽’은 원작의 큰 줄거리를 따르되 귀족을 회장님으로 대체하고 난리가 났을 때 ‘태풍 링링이 온 것 같다’고 하는 등 대사 표현을 현대화했다. 또 원작에 없는 작가 몰리에르가 하나의 배역으로 직접 무대에 올라 극을 이끌도록 했다. 스카팽 배역을 맡은 이중현 배우에 대해서는 “과도하게 까불대는 원작 속 캐릭터 대신 댄디한 연기를 주문했더니 너무 어렵다며 고통스러워했다”면서 웃었다. 그는 “어떤 대상을 풍자하려면 세세한 부분에서 관객의 간지러운 곳까지 치밀하게 긁는 맛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임 연출에게는 배우의 신체가 중요한 연극 언어다. 신체극·마임의 대가로 불리는 그는 “시적인 신체를 통해야만 연극을 시적 언어로 표현할 수 있다”고 했다. 다소 난해한 그의 말은 배우의 동작에도 함축과 상징이 십분 담겨야 한다는 뜻. 그의 극에선 배우의 동작을 곱씹는 맛이 있다.
이번에도 풍자의 대상이 되는 ‘회장님’은 늘 뒤뚱대면서 걷고, 우스꽝스러운 동작을 반복한다. 무대 위에서 배우들이 소품을 던지고 받을 때도 정확한 타이밍과 각도를 강조했다. 수없이 합을 맞추고 훈련된 동작이 잔웃음을 보장한다는 것.
“1988년 극단 ‘사다리’를 만들고, ‘사다리움직임연구소’에서 마임을 계속하면서도 연기에 대한 갈증을 느껴 무대 위 움직임을 더 공부하고 싶었죠. 모든 걸 내려놓고 1993년 프랑스 자크 르코크 국제연극마임학교로 유학을 떠났어요. 움직임, 가면, 오브제만을 전문적으로 배우며 움직임이 극의 구조, 텍스트, 색깔까지 표현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는 관객에게 모든 걸 던져주고 설명하는 연기를 지양한다. 서울예술대 공연학부 교수인 그는 제자들에게도 이를 거듭 강조한다.
“대사와 표정으로 ‘나 화났다’고 연기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죠. 진정한 연기는 훈련을 통해 나오되 절대 설명하려고 하면 안 돼요. 배우 알 파치노가 분노를 표현하려고 인상을 찌푸리는 것을 본 적 있나요?”
29일까지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 2만∼5만 원. 8세 관람가.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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