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유전 드론 피습에 정유업계 “사태 장기화 가능성 우려”

뉴시스

입력 2019-09-16 10:28 수정 2019-09-1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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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상승 폭에 따라 정제마진 달라질 수 있어


석유수출국기구(OPEC)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핵심 석유 시설이 14일(현지시간) 친(親) 이란계 군사 세력의 드론(무인기) 공격을 받아 가동이 중단되면서 정유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유가가 상승하면서 이번 피습 상황이 장기적으로 유가 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16일 싱가포르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은 장 초반 배럴당 11.73달러 오른 71.95달러로 19% 넘게 치솟았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도 장 초반 배럴당 63.34달러로 전장보다 15% 이상 급등하며 거래를 시작했다.

외신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오전 4시 세계 최대 석유 회사인 아람코가 보유한 사우디 동부 아브카이크 석유단지와 사우디에서 둘째로 큰 유전인 쿠라이스 유전 등 2곳이 드론 공격을 받았다.

쿠라이스 유전은 전세계 원유 생산량의 1%를 차지하는 대형 유전이며, 아브카이크 시설은 아람코 보유 시설 중 가장 큰 시설로, 사우디 생산량의 5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아람코에 따르면 이번 공격으로 사우디 원유 생산량의 50% 이상인 하루 570만배럴의 원유 생산이 차질을 빚게 됐다.이는 세계 원유 수요의 5%에 해당한다.

사우디의 대규모 공급차질로 당분간 원유 시장의 변동성은 확대될 전망이 적지 않다. 글로벌 에너지정보업체 S&P글로벌플래츠는 지정학적 위험 상승으로 배럴당 5~10달러 수준의 유가할증 요인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정유업계는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현재로서는 공급차질이 어느 정도 지속될 것인지 알려지지 않아 원유 시장 변동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국내 정유 4개사 중 에쓰오일은 아람코가 대주주로 원유의 대부분을 사우디에서 들여오고 있다. 에쓰오일 측은 아직까지 원유 수급 등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 대형 정유사 관계자는 “수일 안에 원유생산이 재개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당분간 공급부족에 따른 유가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공식적인 피해 규모가 밝혀지지 않아 정제마진에 끼치는 영향 등은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시장은 공급 차질 정도에 따라 정유사 명암은 엇갈릴 것으로 봤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정유사 입장에서는 단기적인 원유 및 석유제품 공급차질 가능성 대두, 유가 상승 면에서 긍정적일 수 있지만, 사우디 공급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중동산 원유 타이트 가능성과 유가 상승에 따른 수요 위축 가능성은 부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브카이브 석유 처리 시설 가동 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공급 차질이 예상되는 저유황(Sweet) 원유는 미국 증산으로 상대적으로 공급이 안정적”이라며 “미국은 석유 수출 인프라가 확충되는 상황에서, 원유를 안정적으로 수출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맞이했다. 향후 WTI수요는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요한 점은 두바이 가격의 상대적 상승으로 아시아 정유사의 원가 경쟁력이 다시 추락할 가능성”이라면서도 “단기적 시황은 예상하기 어려우나, 중장기적 관점에서 우려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이어 “수요가 붕괴될 유가 수준이 아니기에 현재까지는 가격전가가 원활할 것”이라며 긍정적인 점은 수요가 붕괴되지 않는 선에서 제한적 유가 상승은 단기적으로제품가격 상승에 수요까지 개선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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