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가구 84% “출산후 집 구입 필요”…자녀 클수록 부담↑

뉴시스

입력 2019-09-12 10:02 수정 2019-09-12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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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 55%…초등생 자녀 있으면 64~73%
소득 낮을수록 소비지출서 주거비 비중↑
"신혼부부 위주 주거지원 정책 한계 우려"
"저소득 양육 가구 대상 지원 확대 필요"



영유아 부모 10명 중 8명 이상은 자녀 출생 후 주택 구입 필요성을 느끼고 실제 절반 넘게 자기 집을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가 많고 나이가 들수록 집을 구입하는 비중도 늘어나는 만큼 현재 청년과 신혼부부에 집중된 주거지원 정책이 출산 이후로도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육아정책연구소 ‘영유아 가구의 소비실태조사 및 양육비용 연구’에 따르면 영유아가 1명 이상(평균 자녀수 1.7명)인 1648가구는 자녀 출산 후 주택 구입 필요성을 크게 느끼고 있었다.

‘기왕이면 구입하는 편이 좋다’는 응답률이 절반이 넘는 54.9%로 가장 높았고 ‘반드시 구입해야한다’는 비율은 28.7%였다. 83.6%는 자녀를 키우기 위해 주택이 필요하다는 생각인 셈이다. ‘무리해서 구입할 필요는 없다’는 응답률은 14.6%, ‘출산 때문에 구입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한 사람은 1.8%였다.

‘반드시 구입해야 한다’는 반응은 맞벌이(30.1%)가 외벌이(27.5%)보다 높았다. 소득이 높을수록(월 299만원 이하 25.6%→600만원 이상 34.8%), 자녀가 많을수록(1명 27.6%, 2명 29.0%, 3명 이상 31.3%) 주택 구입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었다.자녀 출생 이후 실제 주거 환경은 어떨까.

영유아 가구 주거 현황을 보면 입주 형태로는 ‘자가’ 비율이 가장 높은 55.1%였다. 27.2%는 전세, 17.7%는 월세로 집을 구한 상태였다.

자녀가 성장함에 따라 집을 사는 비중도 커졌다.

영아가 1명(45.8%)이거나 영아만 2명(49.5%), 영아와 유아 1명씩 2명(49.3%)인 경우 자가 비율이 절반을 밑돌았다. 하지만 자녀가 2명이면서 영아와 초등학생 이상 자녀가 있는 경우 72.9%, 유아와 초등학생 이상 66.9%, 자녀가 3명 이상이면서 영유아와 초등학생 이상 자녀가 있는 경우 64.3% 등 자녀가 클수록 자가 비중도 높아졌다.

정부는 저출생 해소를 위한 주거지원 정책으로 신혼부부에 대한 행복주택 공급 확대, 공공임대주택, 기업형 민간임대 등 특별공급 지원, 주택자금 지원 등을 하고 있는데 주택 수요는 자녀 출산 이후에도 높아지고 있다.

집이 필요한데 정부 지원은 없으니 경제적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특히 가구소득이 낮을수록 부담은 커졌다.

영유가구가 한 달에 지출하는 주거·관리비는 평균 25만3000원(월세 7만8000원, 관리비 및 수도·광열비 등 15만7000원)이었다. 소득이 높아질수록 주거비 총액은 24만7000원에서 26만8000원으로 다소 증가했는데 고소득 가구는 관리비 및 수도·광열비가 증가하고 소득이 낮은 가구일수록 월세 지출이 늘어났다.

가계 총 소비지출에서 주거·관리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가리키는 슈바베 지수(Schwabe Index)는 8.7이었다. 지수는 299만원 이하 가구가 11.8로 가장 높았고 소득이 높아질수록 지수는 낮아져 600만원 이상 가구는 7.0이었다.

최효미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저출산 주거 지원 정책이 청년·신혼부부 등 혼인 이행 단계 주거지원에만 초점을 두면서 실제 결혼 과정 혹은 출산 이후 가족 구조 확대를 고려하지 못한 한계가 있다”며 “주거가 양육 만족감과 삶의 질 체감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할 때 영유아가구의 주거 현황, 주거비 지출, 주거 요구에 기반한 지원 방안의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청년과 신혼부부에 집중된 주거 지원은 공간이 좁아 육아가구에 실질적으로 도움되지 않는 등 한계가 우려되는 게 사실이다. 자녀가 3명 이상인 경우 무주택세대 구성원에게 한차례 특별 공급이 이뤄지거나 국민임대주택 우선 공급 등 제도가 있지만 이를 충족하는 가구는 많지 않다.

최 부연구위원은 “육아가구에 대한 주거 지원은 주택 자체 공급보다는 주택 구입 시 비용의 일부를 대출이자 우대, 이사 비용 등으로 지원하거나 일상적인 주거관리비 지원을 확대하는 게 정책 체감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주거비 지출로 양육비용 부담이 가중되는 저소득 가구엔 일상적인 주거비 지원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제안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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