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딸 초고, 첫 문장부터 영어문법 틀려… 만장일치 논문취소”

전주영 기자

입력 2019-09-07 03:00:00 수정 2019-09-07 09:4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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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청문회]병리학회 ‘저자 자격미달’ 판단 배경
2쪽 분량 초고, 서론-실험방법뿐 결과-고찰-참고문헌 텅텅 비어
단수-복수 헷갈리고 단어 잘못 써
연구윤리위 승인 허위기재 결정적


장세진 대한병리학회 이사장이 5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대한병리학회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딸의 논문 관련 회의에서 논문 취소를 결정했다고 밝히고 이동하고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단 한 명의 반대도 없었다.”

대한병리학회 편집위원회에 참석했던 A 교수는 6일 이렇게 말했다. 그는 5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 씨(28)가 제1저자로 등재된 논문의 연구부정행위 여부를 심사하는 회의에 참석했다. 이날 편집위원회는 문제가 된 ‘출산 전후 허혈성 저산소뇌병증(HIE)에서 혈관내피 산화질소 합성효소 유전자의 다형성’ 영어 논문을 직권 취소했다.

6일 대한병리학회 등에 따르면 1시간 30분 정도 열린 회의는 편집위원인 12명의 교수가 주도하고 병리학회 간부 등 총 20여 명이 참석했다. 연구윤리심의위원회(IRB) 승인을 허위로 기재한 것이 논문 취소 결정에 가장 중요한 이유였다. 또 책임저자인 단국대 의대 장영표 교수(61)의 소명자료를 통해 조 씨가 저자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음에도 제1저자로 표기됐다는 점에도 모든 교수가 동의했다.


해당 논문은 신생아의 혈액 없이는 완성될 수 없는 논문이다. 편집위원회 참석자들은 “신생아는 피를 뽑을 때 거부할 수 없기 때문에 IRB 승인에 대해 거짓 기록한 것은 엄중히 판단해야 한다. 논문 취소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 씨의 제1저자 등재에 대해서도 장시간 논의가 이뤄졌다. 편집위원회 참석자에게는 회의에 앞서 장 교수가 소명자료로 낸 조 씨의 논문 초고가 제공됐다. 이를 본 참석자들은 “영어를 능통하게 하는 사람의 문장이 아니다”라고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몇몇 교수는 회의 도중 “생각보다 영어를 못해 당황스럽다”는 이야기까지 했다고 한다. 2쪽 분량의 논문 초고에는 서론과 실험 방법만 적혀 있을 뿐 결과와 고찰, 참고문헌 항목은 비어 있었다고 한다. 서론은 불과 8줄 정도, 반쪽 분량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 참석했던 B 교수는 “통상 논문의 서론과 고찰에는 참고문헌 소개를 위한 각주를 달아야 하는데 서론 부분에도 전혀 각주가 없었다”며 “초고가 실제 논문에 반영되지도 않았다”고 언급했다.

또 서론의 첫 문장부터 문법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B 교수는 “첫 문장에 ‘뇌성마비(cerebral palsy)’라는 단어가 들어가야 하는데 뜻을 알 수 없는 표현이 들어 있었다. 누가 봐도 비문이었다”고 말했다. A 교수도 “통상 영어에 익숙한 사람은 논문에 복수형을 자주 쓰는데 이 초고는 반복되는 단어이지만 단수형과 복수형이 뒤섞여 있었다. 영어 논문을 많이 읽고 심사하는 참석자들이 읽는 데 불편함을 느낄 정도”라고 전했다. B 교수는 “제대로 정리한 영어 문장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영어를 잘해 제1저자로 표기했다’는 주장이 믿기지 않았다”며 “이에 대해 회의를 쉬는 시간에도 교수들끼리 계속 얘기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실험 방법 항목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고 한다. 회의 도중 한 교수는 “다른 논문에서 성의 없이 베꼈는지 실험 방법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황당해했다고 한다. 실험 방법 부분에 “백혈구를 100μL(마이크로리터·1μL는 0.001mL) 뽑는다”라고 서술했다. 백혈구 비중을 감안할 때 혈액 10mL 이상을 뽑아야 한다는 뜻이다. A 교수는 “성인이라면 가능하지만 건강한 신생아뿐만 아니라 HIE를 앓는 신생아의 피를 그만큼 뽑는다는 건 불가능”이라며 “연구 이해 수준이 의심스러울 정도였다”고 말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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