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공정경제 재시동…지주사 규제 강화

뉴시스

입력 2019-09-05 14:42 수정 2019-09-05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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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국회서 '공정경제 성과 조기 창출방안' 발표
공동손자회사 출자 금지…지주사 배당外수익 공시의무 강화



상법,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경제분야 주요 개혁입법 통과가 국회에서 막힌 가운데 정부가 법 대신 하위 규정인 시행령 등의 대대적 개정에 나섰다. 한동안 잠잠해 진보진영을 비롯해 일각에서 “후퇴했다”는 평가까지 나온 재벌개혁을 비롯한 공정경제 정책에 재시동을 건 것이란 분석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의 공정경제 성과 조기 창출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그간 공정경제 기조로 추진해온 여러 정책들의 시행령·시행규칙·고시·예규 등 하위 규정들을 대폭 정비하는 것이다. 당정은 이날 ▲기업 소유·지배구조 개선 ▲국민연금 개혁 ▲공공기관 공정문화 확산 ▲경제적 약자 보호 ▲소비자 권익 보호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 ▲기타 등 7개 분야 23개 과제를 발표했다.

지철호 공정위 부위원장은 이날 발표 이후 기자들과 만나 “마지막까지 법개정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지만 마냥 기다릴 수 없어 법 이외 하위법령을 통해서라도 신규로 추진해야 할 과제를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라고 밝혔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역시 “이번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 국민연금법 시행령 개정, 법무부 상법 시행령 개정이 그 어떠한 법률 개정 못지않게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정이 발표한 개정사항들을 보면 먼저 시행령 개정을 통해 새로 설립되는 손자회사에 대해 공동출자를 금지한다. 수직적이고 투명한 소유지배구조 형성이라는 지주회사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한 조치다. 지금까지는 하나의 손자회사를 여러 자회사가 함께 지배할 수 있어 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를 불투명하게 만든다는 지적이 있었다.

기업의 소유지배구조와 관련해 부당내부거래와 사익편취 등과 관련한 규정도 강화하기로 했다. 지주회사 체제를 이용한 부당내부거래 우려에 대응해 기존에 주어지던 내부거래 공시의무 면제를 폐지하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대기업집단 지주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55%에 달하고 대부분 수의계약으로 이뤄지는 등 불투명한 상태다. 당정은 시행령 개정을 통해 50억원 이상 규모의 내부거래에 대해 이사회 의결 및 공시의무를 부과할 계획이다.

지주회사가 자회사로부터 받는 브랜드수수료, 경영컨설팅수수료, 부동산임대료 등 배당외 수익에 대해서도 공시의무가 부과된다. 지주회사들의 배당외수익 비중은 전체 수익의 43.4%에 달해 지주회사의 본취지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 배당수익 비중(40.3%)보다 높다. 때문에 계열사 부당지원이나 총수일가 사익편취 우려가 제기돼 왔다. 당정은 고시 개정을 통해 컨설팅수수료와 부동산임대료 내역을 공시대상으로 넣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 기관 증가 추세에 발맞춰 경영참여 여부에 따라 공시의무가 강화되는 주식대량보유보고제도, 이른바 ‘5%룰’을 보완한다. 5%룰은 주식을 5% 이상 대량 보유시 보유상황과 변동내용을 5일내 공시하도록 한 규정이다. 금융위는 이때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닌 경우 보고시한이나 내용을 완화할 계획이다.

법무부는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위해 상장회사 사외이사의 결격 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또 사외이사의 장기 재직도 금지할 계획이다. 해당 회사에서 6년 이상, 계열사 합산 9년 이상 장기 재직은 금지된다.

김 실장은 “딱딱한 경성법률을 통해 개혁에 접근한 것이 지난 30년간 우리가 재벌개혁에 끊임없이 실패했던 가장 중요한 이유”라며 “하위법령, 그리고 더 나아가 다양한 수단들을 합리적으로 결합하고 지속가능하게 하는 것이 개혁 성공의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당정은 또 경제적 약자 보호 분야에서도 개정안을 마련키로 했다. 먼저 가맹본부의 가맹계약 즉시해지권을 축소해 가맹점주의 불안정한 지위를 보다 두텁게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다. 기존 즉시 해지 사유 중 가맹본부의 자의적 해석이 가능했던 부분들을 삭제하는 방식이다.

하도급법 위반기업을 일정기간 공공입찰에서 배제하는 공공입찰 참가제한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에 있던 벌점제도를 정비한다. 관대했던 벌점 경감 사유를 구체화하거나 경감폭을 축소하는 방식이다.

당정은 그밖에도 공공기관 공정문화 확산을 위해 을의 입장에 놓인 민간 수급사업자들을 위한 장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공공공사를 수행하는 민간업체에게는 충분한 공사준비 기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최소 준비기간을 명문화한다. 공공기관과의 계약 이행 과정에서 협력업체가 면책될 수 있는 불가항력의 범위도 국내에서 해외까지로 확대한다. 예를 들어 해외에서 재난이 발생해 공사자재 조달이 어려워진 경우에도 계약 지체에 따른 책임이 면제될 수 있게 된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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