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반으로 가르라” 솔로몬의 심판…이 그림이 전하는 메시지는
이은화 미술평론가
입력 2019-09-04 16:26 수정 2019-09-04 16:35
성서 속 솔로몬은 ‘지혜의 왕’으로 불린다. 현명한 판단력과 결단력으로 이스라엘의 태평성대를 이끈 인물이다. 한 아기를 두고 다툰 두 엄마에 대한 판결은 솔로몬의 지혜를 압축해 보여주는 일화다. 같은 집에서 같은 시기에 아이를 낳은 두 여인은 한 아이가 죽자 산 아이를 서로 자신의 아기라고 주장하며 싸우다 솔로몬에게 찾아왔고, 그의 현명한 판결로 친모를 밝혀낸 사건이다.
이 이야기는 많은 화가들에게 인기를 끌었고, 17세기 바로크 미술의 최고 화가였던 루벤스도 이 주제를 화폭에 옮겼다. 활력 넘치는 붓 터치와 화려한 색상, 연극적인 화면 구성방식은 바로크 양식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그림은 솔로몬 왕이 아이의 진짜 엄마를 알아내기 위해 아기를 반으로 잘라 나눠가지라고 명령하는 순간을 묘사하고 있다. 왕의 명을 받은 병사는 칼을 들어 당장 아이를 반쪽 낼 기세다. 그의 왼손은 아이의 한쪽 발목을 잡아 거꾸로 쳐들고 있다. 이에 아연실색한 노란 드레스의 여인은 자기가 친모가 아니라며 다른 여인에게 아이를 주라고 말한다. 반면 하얀 드레스를 입은 여인은 아이를 반으로 잘라서라도 갖겠다고 버티는 중이다. 누가 진짜 아이 엄마일까? 왕 앞에서 거짓말을 하면 목숨 보존이 힘들다는 걸 알면서도 친모는 자식을 살리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 물론 현대의 법정이라면 왕이 오히려 협박죄나 아동학대로 고발당할 일이지만 이 그림이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내어놓은 큰 사랑의 정신과 참과 거짓을 구별해 내는 지도자의 판단력과 통찰력의 중요성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에 대해 아는 것이 모든 지혜의 시작이다”고 했다. 솔로몬은 왕이 되자마자 신에게 무엇보다 지혜를 달라고 기도했다고 한다. 어쩌면 솔로몬의 가장 지혜로운 판단은 자신에게 무엇이 부족한지를 잘 알고 이를 얻기 위해 노력한 것일지도 모른다. 개인사든 나랏일이든 난국을 헤쳐 나가는 데는 지식이나 재물, 힘보다 지혜가 더 필요한 법이니까.
이은화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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