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시간 핏물 빼고 데치고 끓인 진한 국물, 맛-매출 모두 잡아

대구=유재영 기자

입력 2019-09-04 03:00 수정 2019-09-04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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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사장 전통시장 진출기]<2> ‘두류돼표국밥’ 이대겸 대표

야구 선수로 인생의 첫 번째 꿈을 키웠고, 이제는 국밥 전문 식당 사장님으로 청년 창업 성공 모델이 된 ‘두류돼표국밥’ 이대겸 대표는 “야구공을 놓고 오래 방황했을 때 국밥이 내게 힘을 줬던 것을 기억하며 사람들의 삶에 위안을 주는 국밥을 제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제공
흔히 즐겨 먹는 국밥은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어려운 음식이다. 고기와 뼈를 세심하게 손질해 국물을 내기까지 노하우와 각별한 정성이 필요하다.

1984년 개장한 대구두류종합시장은 한때 대구의 대표 재래시장이었지만, 아무래도 도심에서 떨어져 있다 보니 지금은 사람들의 발길이 줄었다. 그런데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청년몰 운영 사업을 통해 이곳 시장 상가 내에 뛰어든 ‘두류돼표국밥’ 매출은 갈수록 오르고 있다.

두류돼표국밥 이대겸 대표(38)는 대학 때까지 엘리트 야구 선수였다. 얼마 전 KIA에서 은퇴한 한국 프로야구의 레전드 3루수 이범호와 대구고 동기다. 한라대에 진학해 야구를 계속했지만 프로의 문은 좁았다. 운동을 중도 포기한 여느 선수들처럼 불투명한 미래와 늘 마주치며 오랜 방황을 겪었다. 이 대표는 “군복무를 마친 뒤에 헬스클럽 등에서 돈벌이를 했지만 나 스스로 성장의 벽을 많이 느꼈다”고 했다. 그러다 10년 전, 우연히 한국리더십개발원 홍구조 원장의 강의를 듣고 포기가 아닌 자립의 의지를 다질 수 있었다.

야구 말고도 자신에게 다른 재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이 대표는 2013년 처음으로 음식 장사에 도전했다. 뼈 해장국 식당을 했던 어머니와 택시 기사 아버지에게서 영감을 얻어 대구 달서구 성당동에서 기사 식당을 차렸다. 계산과 서빙을 하다가 가끔씩 갈비나 삼계탕을 만들어보며 요리를 배웠다. 그러나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었다. 이 대표는 “주방 실권을 주방장에게 맡기니 결국 장사의 한계가 오더라. 요리의 재미는 알았지만 2년 동안 실속 없이 손해만 봤다”고 말했다.

이 경험을 밑천 삼아 이 대표는 자신이 재료 선정부터 요리, 메뉴 개발까지 스스로 주도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노하우를 쌓기 위해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도매시장에서 닭도 해체해보고, 소금 공장에서 납품 일도 해봤죠. 그러면서 어떻게 싸고 질 좋은 재료를 구할 수 있는지 알게 됐죠.”

2017년 5월 그에게 다시 기회가 왔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청년 창업, 전통시장을 살리다’ 사업을 접한 이 대표는 곧바로 신청을 하고 지원을 받아 대구두류종합시장에서 돼지국밥 식당을 오픈했다. 내가 왜 음식을 해야 하는지 목적부터 분명히 새기고 다졌다. ‘건강한 국밥’을 만들어야겠다는 일념이 있었다.

“처음 1년 동안은 국물 맛이 잘 안 나오더라고요. 스트레스도 받았지만 손님이 남긴 국물을 주방에서 먹어보면서 ‘음식은 매일 점검하면서 잘 만들겠다’는 의지를 다졌죠.”

첫 국밥의 테마는 표고버섯을 넣은 국밥이었다. 그래서 식당 상호에도 ‘돼표(돼지+표고버섯)’가 들어간다. 하지만 맛에 대한 호불호가 엇갈리자 과감하게 돼지 뼈만으로 본연의 맛을 살리는 데 집중했다.

“처음엔 한약재도 같이 넣어 끊였는데, 이제는 뼈만 푸짐하게 넣고 진한 국물 맛을 살립니다. 12시간 핏물을 빼고, 1시간 살짝 데치고, 8시간을 더 끊이죠.”

대표 메뉴인 사골국밥과 해장국밥의 가격을 6500원으로 저렴하게 유지하면서 품질을 계속 높이고 있다. 메인 재료의 맛에 집중하면서 2년 전 개업할 때보다 하루 매출은 10배 이상 많아졌다. 개업 당시에는 하루 5만 원 찍기도 힘들었으나 지금은 하루 50만∼60만 원 정도 나온다. 앞으로 3년 후 목표는 하루 매출 100만 원. 단순히 매출액을 늘리겠다는 것이 아니라 10년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는 데 있어서 중간에 지치지 않고 다른 마음이 안 생기도록 전략적으로 다짐한 설계다.

식당 창업을 시작하는 청년들에 대한 책임감도 생겼다. 이 대표는 사단법인 전국청년상인네트워크에서 부대표를 맡고 있다. 이 대표는 “식당을 내려는 청년들은 대부분 1년 안에 자리를 잡아야겠다고 착각을 한다. 가장 중요한 ‘내가 왜 음식 장사를 하는지, 어떤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없다”고 따끔하게 말했다.

이 대표는 매일 야구를 했던 중고교 시절 기억을 떠올리며 180도 다른 인생을 살고 있는 지금에 감사해한다.

“창업, 장사의 본질이 대박은 아닌 것 같아요. 오로지 음식의 맛에만 집중하니 앞으로의 길이 보입니다.”


▼ 지속적 메뉴연구-뚜렷한 ‘맛 철학’ 좋아… 안내-홍보 강화 필요 ▼

류태창 우송대 교수

○ 칭찬해요

①차별화된 아이템=돼지국밥집이 전통시장 내에 위치한다는 것은 새로울 것이 없다. 그러나 청년 상인들이 입점해 있고 전통시장 청년몰 안에 있다는 점은 다른 업종과 차별화된다. 또 젊은 고객들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마케팅 능력을 갖추고 있어 발전 가능성이 충분하다.

②끊임없는 메뉴 연구=이 대표의 경우 예전 모친이 운영했던 식당을 통해 국밥 관련 메뉴에 익숙한 편이다.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등뼈를 발라먹는 불편을 없앤 ‘돼표해장국밥’, 돼지 사골과 등뼈로만 담백한 국물 맛을 내는 ‘돼표사골국밥’을 출시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 하나의 대표 메뉴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인 연구로 메뉴를 개발하고 있다.

③맛에 대한 고집=국물 맛을 내기 위한 철학이 뚜렷하다. 육수에 조미료나 된장, 양파 등을 섞으면 맛을 내기가 쉽지만 오로지 돼지사골과 등뼈만을 쓴다. 12시간 동안 뼈의 피를 빼는 정성을 들이는 등 본연의 맛으로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맛에 대한 고집은 요식업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라면 참고할 만하다.

○ 아쉬워요

①부족한 안내도=청년몰 특성상 고객은 시장 입구에서 해당 점포를 찾아서 들어온다. 그런데 두류종합시장 청년몰은 초입에 안내도는 있으나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매출과도 직결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②SNS 홍보 강화=요즘 청년 상인들은 대부분 SNS를 통해 점포를 알린다. 그러나 해당 점포를 포함해 두류종합시장 청년몰은 취약한 것 같다. 두류종합시장 청년몰의 성장과 확장을 위해 거시적 차원의 홍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공동의 온라인 홍보 플랫폼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 특성화 시장 도약, 첫걸음시장 도전을 ▼

중기부, 2년간 최대 10억 지원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사업 경험은 없으나 발전 가능성이 큰 시장을 선별해 향후 특성화 시장으로 도약하기 위한 종합 컨설팅을 지원하는 ‘특성화 첫걸음시장’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지역 대표 시장이자 거점 시장으로 발돋움하기 전에 전통시장 5대 핵심 과제(결제편의, 위생청결, 친절 등 3대 고객서비스 과제와 상인조직 역량 강화, 안전한 시장 환경 조성의 2대 조직역량 강화 과제)를 중점 수행하면서 역량을 키우는 취지로 기획됐다. 지원 대상은 ‘전통 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 제2조에 의해 전통 시장, 상점가 가운데 상인 조직을 보유한 곳으로 특성화 역량이 충분한 시장인 경우에 해당한다.

지원 시장으로 선정되면 특성화 첫걸음 기반 조성의 경우, 시장당 1년간 최대 3억 원까지 지원하며 희망 사업 프로젝트(문화관광형) 연속 지원 시 시장당 2년간 최대 10억 원 이내에서 지원한다. 특성화 첫걸음 컨설팅의 경우, 전문 컨설팅 기관 등을 통해 6개월간 최대 1500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광역지방자치단체는 기초지방자치단체와 상인회에서 제출한 신청서를 선별해 관할 지방청으로 지원 시장을 추천한다.

대구=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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