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지지층 ‘실검戰’ 조직적으로 ‘진화’…“드루킹 망령” 비난도

뉴스1

입력 2019-09-02 07:06 수정 2019-09-02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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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에 올라온 게시물 모습. (클리앙 캡쳐)© 뉴스1

지난 1일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에는 거의 모든 게시물 앞에 ‘나경원사학비리의혹’이란 문구가 달렸다.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높이기 위해 내용상 별 관계가 없는 게시물에도 무조건 해당 문구를 앞에 달아 관심을 환기시키는 행동이다.

‘친문’(친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이 커뮤니티는 주로 정보기술(IT) 정보를 공유하는 공간이지만, 최근에는 포털 사이트를 달구고 있는 ‘실검전쟁’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이날 게시판을 가득 매운 ‘나경원사학비리의혹’ 문구 역시 포털사이트 다음 실시간 이슈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27일 ‘조국힘내세요’가 실검 1위에 오른 이후 엿새째 계속되고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관련 ‘실검 띄우기 운동’이 이처럼 조직적·체계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실검운동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일부 네티즌들은 전날 ‘오늘은 #OOO 이다’라며 어떤 문구를 실검에 띄울지 정해 놓고 특정 시간에 검색창에 입력하라는 일종의 ‘지령’을 전파하고 있다. 연이은 실검 장악 성공으로 자신감이 붙은 이들은 전날 실검순위를 미리 예측해 행동하는 대범함도 보이고 있다.

이날 트위터에는 ‘#검찰쿠데타’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들이 쏟아졌다. 이 문구는 1일 오전 ‘나경원사학비리의혹’에 이어 다음 실시간 이슈 검색어 2위에 올랐다. ‘검찰쿠데타’는 조 후보자 지지자들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검찰개혁을 내세운 조 후보자에 대한 조직적인 반기로 받아들이면서 등장한 문구다.

조 후보 지지자들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검찰쿠데타’가 실검에 오를테니 블로그 하시는 분들 미리 글 좀 써달라”, “클릭할 기사나 블로그글이 적다”는 등의 지시사항을 전달하기도 했다. 특정 시간에 정해진 문구를 실검 순위에 올리고, 이와 관련된 내용을 담은 게시물을 전략적으로 배치해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는 의미다.

실검 띄우기 운동에 주도적인 커뮤니티에서는 실검 순위를 올리는 방법 등이 공유되고 있으며, 이용자들이 실시간 실검 순위 동향 등을 살피며 순위가 오르지 않는 포털사이트에 대한 조작 의혹 등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실검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네티즌들은 조국 지지층이나 친문 세력으로 불리는 것에 반감을 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우리는 조국 후보자 지지층이 아닌 일반 국민”이라고 주장하며 실검운동을 ‘온라인 시민운동’이라고 주장했다.

◇‘좌표’ 찍어 조직적 행동…정치권 ‘여론조작’ 문제 제기

네이버의 ‘급상승 검색어’ 순위는 일정 시간 안에 검색 횟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단어를 순차적으로 나열한다. 즉 특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검색어를 입력하면 절대적인 검색량이 많지 않아도 실검 순위를 끌어 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특성을 활용해 특정 집단이 실검 순위를 계속해서 장악하자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나경원 원내대표가 ‘자녀의혹’, ‘사학비리의혹’ 등의 실검 공격을 받고 있는 자유한국당은 이 같은 실검운동을 “드루킹의 망령”이라며 노골적으로 반감을 표했다.

© 뉴스1

지난달 30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은 “특정 커뮤니티 등에서 이른바 ‘좌표’(검색어를 입력해야 하는 사이트 등을 알려주는 행위)를 찍고 3시, 5시, 7시 등 조직적으로 검색어를 입력해 실시간 검색어로 올렸다는 정황이 확인됐다”면서 “이는 여야를 막론하고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며 여론조작으로 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한 후보는 “특정 진영에서 댓글이나 실시간 검색어 등을 통해 ‘개인의 의견’을 표출하도록 독려했다면 이를 법률상 ‘업무 방해’ 등으로 강제해 막기는 어렵다”면서 “다만 드루킹처럼 매크로 등 기계적인 방법으로 댓글 등을 조작하는 행위가 있다면 이는 업무방해 등으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검색어검증위 ‘여론환기 운동’으로 구별…포털사 손쓰기 어려워

‘검찰쿠데타’ 검색어 입력을 독려하는 트위터 게시글(트위터 캡쳐)© 뉴스1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사이트도 실검을 통해 정치적 의사를 표출하는 것에 대해 손쓸 방안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포털사는 검색어 노출 제외 기준에 ‘검색어가 상업적 혹은 의도적으로 악용되는 경우’를 두고 있지만, 현재 이뤄지는 검색운동에는 적용하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 2013년 11월14일 네이버에서 관련 뉴스보도 등이 없이 ‘박근혜부정선거인정’, ‘선관위부정선거인정’ 등의 검색어가 급상승한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이 사건이 실검을 악용한 사례에 해당하는 가에 대해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산하 자문기구인 검색어검증위원회는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이용한 여론환기 등의 ‘운동’(movement)에 대해 이를 상업적 어뷰징과 구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이를 수용한 네이버는 2014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운영가이드를 개정해 ‘시사·사회성 집단행동’ 부분을 노출 제외 기준에서 삭제했다.

포털 업계 관계자는 “실검의 본래 취지와는 다르지만 매크로 등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한 게 아니라면 정책 위반으로 보기엔 애매하다”며 “사용자가 직접 입력한 검색어를 통해 순위가 올라가는 것 자체를 막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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