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접목 농업기술에 창농 자신감 생겨”

주애진 기자 , 홍석호 기자

입력 2019-09-02 03:00 수정 2019-09-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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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창농-귀농 박람회 폐막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사흘간 열린 ‘2019 A FARM SHOW(에이팜쇼)―창농·귀농 박람회’가 1일 막을 내렸다. 창농과 귀농을 꿈꾸는 청년부터 중장년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관람객이 방문해 귀농 상담을 받거나 관련 정보를 얻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100세 시대인 만큼 80세까지 할 수 있는 일을 찾다 농업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요즘은 기술이 좋아져서 큰 어려움 없이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19 A FARM SHOW(에이팜쇼)―창농·귀농박람회’를 찾은 윤영식 씨(68)는 농촌진흥청 부스에 설치된 한국형 스마트온실을 살펴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경기 남양주시 전원주택 마당에 온실을 짓고 꽃 화분을 파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농진청 관계자에게 스마트온실의 난방과 온수, 온풍 기능 등을 물어본 윤 씨는 “이제는 단가가 맞는지 고민해 봐야겠다”고 했다.

8월 30일∼9월 1일 사흘간 열린 에이팜쇼에 참여한 예비 농업인 중 상당수는 윤 씨처럼 다소 막연했던 창농 귀농의 꿈을 구체적인 실행계획으로 발전시키고 있었다. 이들은 89개 지방자치단체가 마련한 부스에서 귀농 귀촌 상담을 받거나 성공한 귀농 선배들에게 직접 조언을 구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 귀농 정보 목마른 예비 농업인들로 북적


지자체 상담 부스에는 은퇴 후 귀농을 준비하는 중장년부터 도시의 삶에 지친 직장인까지 다양한 관람객들이 찾았다. 제주, 경기도 부스에서 귀농 상담을 받은 김민성 씨(36)는 두 달 전 회사를 그만두고 아내와 함께 귀농을 준비하고 있다. 김 씨는 “각박한 도시생활에 지쳐 한적한 시골에서 살고 싶어졌다”며 “아직 귀농 지역을 정하진 못했는데 아내가 제주에서 사는 것이 괜찮겠다고 제안해 지자체 부스에서 상담을 받았다”고 했다.

스마트팜, 자율주행 이앙기, 농업용 드론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한 농업기술은 농업에 새로 도전하려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남편과 함께 방문한 직장인 손현정 씨(37)는 충남농업기술원 부스에서 청년 귀농 지원책에 관한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그는 “식물 키우는 걸 좋아해서 언젠가 은퇴하면 귀농하고 싶다”고 했다.

똑똑한 농기계 살펴보고 행사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기업들이 전시한 농기계를 살펴보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서울시 부스에서는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귀촌 귀농 준비 프로그램에 대한 관람객의 문의가 끊이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방과 연계해 전원생활 관련 정보와 귀농 실습을 제공하는 서울시 자체 프로그램 등을 꼼꼼하게 설명했다. 서울 서초구 부스를 찾은 안성국 씨(63)는 3년 전 공직에서 은퇴한 뒤 매년 에이팜쇼를 방문하고 있다. 안 씨는 “아직 구체적으로 어떤 농사를 어디서 지을지는 정하지 못했다. 농사 아이템을 찾기엔 에이팜쇼가 제일 좋은 것 같아 매년 찾아온다”고 했다.


○ 유튜브로 농촌 알리는 ‘농튜버’ 강연도 인기


행사 이틀째였던 31일 열린 ‘농담(農談)토크 콘서트’에선 유튜브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농튜버’(농업+유튜버)들이 생생한 농촌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들의 강연은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익숙한 젊은 관람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귀농 9년 차인 손보달 씨(52)는 올 4월 ‘솔바위농원TV’ 채널을 시작했다. 귀농 첫해 태풍으로 농사를 망친 사례 등 각종 농사 경험을 공유하자 4개월 만에 구독자가 3만7000여 명에 이르렀다. 원래 경기 평택시에서 식당을 했던 그는 식당 운영이 어려워지자 5000만 원으로 비닐하우스를 임차해 귀농했다. 현재 쌈채소, 자색고구마 등을 생산해 모두 온라인 직거래로 판매하고 있다. 온라인 판로를 개척하느라 SNS에 친숙해진 덕분에 유튜브 채널까지 개설하게 됐다.

손 씨는 유튜브로 매달 약 2000달러(약 242만 원)의 광고 수익을 얻고 있다. 그는 귀농인, 도시농부들이 더 많이 유튜버에 도전하길 권했다. 광고료로 부가 수익을 얻는 것 외에 스스로 더 많은 농사 지식을 공부하게 되고 유튜브에서 농산물 직거래도 가능한 것 등 여러 장점이 있어서다.

‘농사직방’ 채널의 강영수 씨(40)는 대구 수성구에서 농업회사법인 ‘건강을 키우는 희망토’를 운영하고 있다. 구의 공영도시사업농장을 임차해 무, 배추, 상추 등을 키운다. 귀농을 준비하는 이들을 위한 농부학교와 유튜브 등 각종 콘텐츠사업도 진행한다. ‘네이버팜’과 라이브쇼핑몰 ‘그립’, 10대에게 인기가 많은 동영상 앱 ‘틱톡’ 등 다양한 채널로 농업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강 씨는 “각종 플랫폼을 통해 농업 콘텐츠를 대중에게 전하다 보니 생각보다 여러 세대가 농업에 관심이 있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 유명 셰프 요리 맛보고, 농산물도 싸게 구매


유명 셰프 조리법 듣고 하민채 셰프가 떡케이크 만드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관람객들은 유명 셰프의 요리쇼 ‘에이팜파티’와 그램 수 맞히기, 수박씨 게임 등 각종 이벤트에 참여하며 즐거워했다. 1일 신효섭 셰프는 국산 표고버섯을 이탈리안 스타일로 빵과 함께 볶아 구운 치즈를 올린 ‘표고버섯 차바타 치즈볶음’을 소개했다. 이색적인 메뉴에 관람객들은 흥미롭게 지켜보며 틈틈이 조리법을 메모했다. 요리 과정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전날에는 하민채 셰프가 쌀로 만든 떡케이크 만드는 법을 선보였다. 요리쇼가 열린 이틀 모두 선착순 100명 분량으로 준비한 시식 음식이 순식간에 동났다.

지자체 특산물을 파는 ‘에이팜마켓’에는 국산 농산물을 구매하려는 관람객들이 몰렸다. 경기 부천시에서 온 정윤진(59) 이미자 씨(55·여) 부부는 이곳에서 표고버섯 한 박스와 건조미역 다섯 봉지 등을 샀다. 해마다 박람회를 찾는다는 이 씨는 “직접 텃밭농사를 짓고 있어 질 좋은 농산물을 한눈에 알아본다. 여기선 좋은 농산물을 저렴하게 팔고 있어 매번 구매한다”고 했다.

우리 농산물로 쿠키 만들기, 조랑말 먹이 주기, 곤충 관찰 등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즐길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사과즙 등 자녀 간식거리를 사고 싶어 세 살배기 아들과 함께 박람회에 온 김빛나래 씨(32·여)는 “아들이 곤충체험관에서 장수풍뎅이, 애벌레 등을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어린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프로그램이 많아 좋았다”고 말했다.

주애진 jaj@donga.com·홍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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