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 더 머문다면……”

마틸데달=김동욱 기자

입력 2019-08-31 03:00:00 수정 2019-08-31 03: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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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핀란드 마틸데달|

핀란드의 소도시 마틸데달은 핀란드인들이 자연과 휴식을 위해 찾는 인기 휴양지다. 마틸델다에서 머물다 보면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친근한 마을 분위기는 이 곳만의 매력이다.
핀란드는 많은 사람이 자연과 휴식을 위해 찾는 인기 여행지다. 그렇다면 핀란드 사람들은 자연과 휴식을 위해 핀란드 어디로 떠날까. 최근 인구 140여 명이 사는 작은 마을인 마틸데달이 주목받고 있다.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1시간 20분 정도 떨어져 있다. 당일치기 또는 1박 2일로 많이 방문한다. 마을 규모는 1km 미만. 걸어서 돌아볼 수 있다. 처음에는 ‘1, 2시간만 머물다 가야지’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어딜 가도 울창한 숲이 보이고 평화로운 마을 분위기에 개성 넘치는 레스토랑, 가게 등을 방문하다 보면 ‘조금만 더’란 마음이 절로 든다. 어느새 ‘하루만 더’를 생각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목가적, 평화로움, 여유, 평안 등의 단어들은 마틸데달을 설명할 수 있는 일부분일 뿐이다.

마틸데달은 19세기에 생긴 제철소 마을이다. 한때 흥했던 제철소는 시간이 흐르면서 쇠락했다. 다행히 바다와 호수를 접한 마틸데달은 보트 선착장으로 명맥을 유지했다. 2000년대부터 우연히 마을에 들렀다가 풍경에 반한 젊은 예술가와 수공예 장인들이 정착하기 시작했다. 19세기에 지어진 오래된 건물을 헐지 않고 전기와 수도 등만 현대식으로 추가했다. 호텔, 레스토랑, 카페, 가게 등이 모두 오래된 집의 내·외관을 모두 살려 운영하고 있다. 2015년 마틸데달 인근 지역이 테이요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하이킹, 캠핑 등을 즐기려는 많은 관광객이 마을을 찾았다가 마틸데달의 매력에 빠졌다. 외국인들에게는 아직 덜 알려져 있지만 핀란드인들에게 마틸데달은 자연과 휴식을 위한 여행지이자 각종 축제와 공연을 즐길 수 있는 ‘힙스터의 성지’가 됐다.

마을에 들어서면 조그마한 길 주위에 길게 늘어선 떡갈나무들이 눈에 띈다. 핀란드에서도 가장 긴 떡갈나무 길 중 하나다. 보트 선착장 근처에는 카페 겸 호텔로 사용되는 마을 안내센터가 있다. 이곳이 마틸데달 여행의 시작점이다.

센터 옆에는 마을에서 가장 사진 찍기 좋은 장소가 있다. 100년은 더 됐을 법한 물레방아가 오래된 건물 뒤쪽에 터줏대감처럼 개울 위에 놓여 있다. 그 주위로 얼핏 봐도 오랜 세월을 이겨냈을 법한 건물 몇 채가 보인다. 100년 전에는 시뻘건 쇳물을 녹이고 있었을 공장은 현재 연회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독특한 분위기 덕분에 2021년까지 주말 가족모임들이 예약되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마을은 고즈넉함 그 자체다. 자동차 다니는 소리도 듣기 힘들다. 오죽했으면 바람 소리,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가 크게 들릴 정도다. 가끔 이상한 동물 소리가 들리긴 한다. 바로 알파카의 울음소리다. 남미의 해발 4000m 이상의 고지대에 사는 알파카가 핀란드에 살다니 대한민국에 캥거루가 사는 느낌이다. 알파카 공방 겸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시니 혼칼라는 2012년 5마리를 핀란드에 들여왔다. 습도가 낮고 여름에도 서늘한 핀란드 환경에서 어느덧 알파카는 30여 마리로 늘어났다. 보기 힘든 알파카를 볼 수 있고, 공방에서는 알파카 털로 만든 실과 바늘도 판다. 만약 새로운 취미를 시작하고 싶다면 적당한 때와 장소일지도 모른다.

풍경에 아무리 취했다고 해도 배고픔은 잊히지 않는 법. 알파카 목장 뒤로 노란색 저택이 있다. 바로 낡은 제철소 저택을 개조한 빵집이자 식당인 ‘마틸단카르타노’다. 이곳은 마을 양조장에서 만든 다양한 맥주와 함께 당일 구운 맛있는 빵을 판다. 물론 맛있는 음식도 있다. 따로 메뉴판은 없다. 요리는 ‘오늘’이다. 매일 마틸데달의 현지 농부들이 생산한 신선한 재료로 음식을 만들기 때문에 매일 요리가 바뀐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요리는 따로 제공한다. 식당은 재활용 가구와 카펫을 이용해 꾸몄다. 덕분에 식당 내부는 옛것에서 느껴지는 편안함이 느껴진다. 여름에는 저택 뒤 정원에서 식사가 가능하다. 피크닉 바구니로 음식과 음료를 포장해 정원 잔디에 앉아 먹을 수 있다.


잠시만 들렀다가 투르쿠나 헬싱키로 가려던 생각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조금만 더 머물고 싶어’라고 생각이 바뀐다. 조금만 더 머물면 마틸데달의 매력에 더 깊게 빠질 수밖에 없다. 마틸데달의 거실로 향하자. 카페이자 바인 ‘테르호’는 마을의 거실로 불린다. 오래된 건물의 모습과 아기자기하게 꾸민 실내가 눈에 띈다. 마당에는 수제 맥주를 만드는 양조장이 있다. 테르호에서는 맥주를 시음하고 구입할 수 있다. 물론 맥주로 목을 마음껏 축일 수도 있다. 테르호라는 이름은 우리나라로 치면 철수나 영호처럼 핀란드에서 흔한 남자아이 이름이다. 친근한 이름답게 테르호는 마을 주민들의 모임 장소 같은 곳이다. 해가 지고 어둑어둑해질 무렵 마을 사람들이 한두 명 모이기 시작해 오늘 있었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다. 독특하고 친근한 분위기에 빠져 여름마다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헬싱키 사람이 많다.

핀란드인은 세상에서 가장 말수가 적고 농담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곳의 메뉴판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이곳에서 파는 5개의 피자마다 이름이 있다. 오이바, 안사, 타이스토 등이다. 이곳에서 키우는 개와 고양이의 이름을 피자에 붙인 것이다. 매일 저녁은 아니지만 자주 테르호에서는 연주가 펼쳐진다. 핀란드 유명 음악인이 올 때도 있다.


이쯤 되면 마틸데달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작은 마을치고는 다양한 숙소들이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마틸데달은 오래된 건물을 개조해 숙소로 사용하는 곳이 많다. 호텔 시프레시는 1840년에 지어진 오래된 주택을 2003년 보수공사를 거쳐 내부를 현대적으로 개조했다. 현재 건물은 역사적 건축물로 보호를 받고 있다. 100년 전에 사용했던 화로나 가구, 소품 등이 그대로 남아 있어 소소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마틸데달 여행의 시작점인 안내센터 인근에는 야외 공연장이 있다. 여름에는 거의 매주 연극, 콘서트 등의 공연이 열린다. 센터 앞 공터에는 주말마다 딸기, 감자, 빵 등을 파는 작은 벼룩시장도 열린다.

1박 2일 동안 마을을 온전히 느껴봤다고 이게 끝이 아니다. 테이요 국립공원을 둘러보지 않고 마틸데달을 떠나기는 무언가 아쉽다. 걷기에 자신이 있다면 1, 2시간 코스로 하이킹을 해보자. 걷기가 부담스럽다면 센터에서 빌려주는 자전거로 국립공원을 둘러보자. 자연스럽게 입에서 “휘바 휘바(좋아 좋아)!”가 흘러나온다.

○ 여행정보

팁+ △핀란드는 러시아를 제외하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가까운 유럽. 비행기로 8, 9시간이면 닿는다. 핀란드 국영 항공사 핀에어는 2020년 3월 30일부터 부산∼헬싱키 노선을 신규 취항한다. 부산 최초의 유럽 직항 하늘길이다. △마틸데달은 렌터카를 이용해서 가는 것이 가장 편하다. 대중교통으로는 살로까지 기차 또는 버스를 이용한 뒤 다시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다. △테이요 국립공원은 1∼5시간 정도의 다양한 하이킹 코스가 있다. 아이들도 함께 걷기에 충분하다.

감성+ △음악: 시리 노르딘. 핀란드 헬싱키 출신의 록 가수. 최근 마틸데달로 이사해 공연, 축제에 참여하고 있다. △영화: ‘숲의 전설’(2014년·빌레 수호넨, 킴 사르닐루오토 공동 감독) 핀란드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숲에 전래동화 등을 입혀 만든 다큐멘터리.

여행지 지수 (★ 5개 만점)

△ 자연 마음껏 즐기기 ★★★★★
△ 마음의 평화 얻기 ★★★★★
△ 아무 생각 없이 돌아다니기 ★★★★☆
△ 건강하고 신선한 음식 먹기 ★★★★☆
△ 가족들과 대화 많이 하기 ★★★★

마틸데달=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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