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 돌보는 생활관리사들도 ‘힐링’이 필요해!

김수연 기자

입력 2019-08-29 03:00:00 수정 2019-08-29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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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1박 2일 힐링캠프’
감정노동 겪는 관리사들 위해 웃음치료-명상-숲 테라피 등 제공


“어르신들의 여생을 보다 평안하게 해드리기 위해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죽음에 이르거나, 심하게 떼를 쓰는 노인분을 마주할 때마다 정신적으로 소진되는 느낌이었죠. 이런 저에게 치유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SK이노베이션의 ‘힐링캠프’에 참여한 한 독거노인생활관리사의 소감문이다. 노인인구가 급증하고, 가족들의 무관심 속에서 은둔하며 살아가는 외로운 독거노인을 돌보는 생활관리사들은 전국에 1만 명 정도 활동한다. 보건복지부 위탁사업의 하나로 고용된 이들은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들의 여생을 책임지는 임무를 맡고 있다.

그러나 상처받은 노인들의 과한 감정 배설 또는 갑작스러운 죽음 등을 목격했을 땐 이들도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노인과 직접 대면하여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감정노동으로 소진을 겪는 일도 많다.


종합 에너지 전문기업인 SK이노베이션은 2016년부터 이들을 위한 ‘힐링캠프’를 열고 있다. 올해는 6월 25∼26일, 27∼28일 두 차례에 걸쳐 각각 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다음 달 5, 6일에도 1박 2일 일정으로 42명의 생활관리사를 대상으로 한 ‘2019년 독거노인생활관리사 마음행복 힐링캠프’ 3차 행사가 열린다.

참가자들은 웃음치료, MBTI(성격검사), 힐링 콘서트, 숲 테라피, 명상치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그동안 지친 심신을 다독이고 위로를 받는다. 타인을 돌보며 묵묵히 감내해야 했던 스트레스와 충격, 절망 등 다양한 부정적 감정을 털어내고 다시 본업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지난해에도 약 80명의 생활관리사가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참가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서울 동대문노인복지관 소속으로 일하던 A 씨는 “매일 목소리를 들었던 어르신 네 분을 하늘로 보내 드려야 했다”며 “갑작스러운 그들의 죽음이 내 부족함 때문인 것 같아 자책의 시간을 보내던 중 힐링캠프에 참가했다. 정말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참가자 B 씨는 “나에게 쓰는 편지 시간을 통해 내가 행복해야 다른 사람에게도 행복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며 “재충전의 기회를 제공해준 회사 측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참여자 대부분 스트레스 지수가 낮아지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며 “더 많은 돌봄 종사자를 지원할 수 있도록 민관 네트워크 구축 등을 통해 사업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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